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담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한 번 읽고 소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철학자 한 명과 시인의 시 한편으로 이루어진 한 세트를 세네 페이지에 담았다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 주제 하나 하나에 대한 내용을 담으려고 했다기 보다는, 어떤 시 혹은

어떤 철학자를 만났을 때 접근 방법의 예시를 간략하게 아주 압축해서 소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문사철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 챕터의 내용을 들여다보려고 시작하기도 전에 그 부분이 끝나버리는 느낌을 받은 것적도 여러 번 있었다.

소장하고 앞으로의 철학 공부에 하나의 길잡이로 수 없이 들춰보아야 할 것 같다.

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취업의 길에 구입하고 싶은 책들만이 가득하나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 1964년 겨울 한국남북문학100선 35
김승옥 지음 / 일신서적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실한 데라고는 도시 찾아볼 수가 없고 성실한 척해보이려는 노력만이 일종의 고통의 표정으로서 작자의 얼굴에 나타나 있을 뿐, 그나마도 작자 자기와 흡사한 친구들 앞에서나이다. 마치 자기네들 에게만 고뇌가, 작자가 곧잘 사용하기 좋아하는 고뇌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정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부딪쳐서 투쟁하고 있는 고뇌에 대해서는 작자는 일부러 눈감으려고 하는 듯하다. 작자가 그 자기류의 고뇌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웩, 정말 구역질이 난다.

작자는 가난하다는 게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기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좌우간 가서

붙들고는, 제겐 돈은 없지만 순정은 있습니다, 고 말하며 아마 상대편의 '순정'을 구걸하는 모양인데 작자의 그런 태도란 만약 작자에게 쇠푼이라도 있었더라면, 저희 집엔 자가용도 피아노도 텔레비전도 있으니 저와 결혼해주세요, 라고 틀림없이 말할 놈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마치 백만장자의 손자나 되는 것처럼 바, 술집, 다방에서도 비싼 차로, 자기에게 아무 소용 없는 피리나 풍선을 한꺼번에 열 개씩이나 사고, 버스표 파는 아주머니들께 푹푹 인심쓰고..., 이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야말로 '어쩌다가'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기가 지난 날 우연 속에 자신을 맡겨버린 것이 갑자기 역겨워졌다. '거지 같은 자식이었다.' 하고 그는 자신을 욕했다. 손톱만큼이라도 좋으니 나의 주장이 있었어야 할 게 아닌가.    

 -문화부장은 마치 아주 무식한 사람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그는 문화부장이 지금 무식을 가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이쪽을 무식한 자로 취급하고 나서 자기가 이 무식한 자의 수준만큼 내려가 주겠다는 의도임이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문화부장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차나 한 잔)

 

 -"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서울에서 우리의 이웃 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지를 그제야 처음 알았어요. 어쩌면 어리석고 그렇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눈을 팔겠다고 나설 만큼 뜨겁고.... 남들이 눈 한 개를 팔겠다고 나설 때 전 눈 두 개 다 팔겠다고 해야 한다는 걸 그때 각오했어요. 우리들이 살아야 할 인생은 그런 각오 없이는 출발할 수 없는...." 내가 그 처녀를 평생의 아내로 결정한 건 그 말 때문이었다.

                                                                                                         (어떤 결혼조건)

 

 

 

책에서 그대로 옮겨온 글이 참 길다. (밑줄긋기에 초과되는 길이라 여기에 옮겼다.)

내 기억이 맞다면 어느 책에선가 강신주씨가 김승옥의 소설에 대해 호평한 것이 기억이 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서 집어 들었다. 소설에 크게 감명 갖는 편이 아니라서 의심반 기대반의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작가의 글들의 흡인력은 꽤 놀라웠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서울 1964년 겨울'은 익숙하다 싶더니, 읽다보니 고등학교 때 수능 문학을 공부할 때 지문으로 나왔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소설을 앞 뒤 없이 한 부분만 딸랑 떼 내어 오지선다 문제를 내다니... 참 소설의 본래 의미하고는 근접하지도 않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당시 문학 공부를 가장 좋아했으니, 나라는 사람은 참.

책을 읽으면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하는 생각들 그렇지만 내면에서만 맴돌다가 사라지거나 하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얼마전 친구 S가 생일 선물로 사줘서 드디어 읽게된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서울대생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는 광고를 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그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실천을 했을까.

 

이 책을 읽은 우리 어머니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기승전결도 없고, 에세이처럼 공감을 일으키는 구절도,

철학책처럼 난해하고 어려운 말들을 통해 내가 심오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이 책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느껴지는 죄책감과

더 깊어진 불편함이다.

저자가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이것이 다루는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친절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읽기에는 쉽다. 읽기에만 쉽다. 

하지만 그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말들을 들어보면,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는, 해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런 책을 용감하게 펴 낸 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 변화가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 책은 한병철이라는 우리나라 철학자가 쓴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인 저자의 책에 번역자가 표기되어 있길래 의아해 했었는데

지은이 한병철씨는 독일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사람임을 알게되었다.

철학책 치고 읽기에 크게 어렵지 않은 책이었지만(내가 읽을 정도였다면 쉬운 것일게다.)

처음부터 독일어가 아닌 한글로 쓰여졌다면 좀 더 쉽게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좋아하는 J오빠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나의 기대만큼 좋았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복잡한 요즘 내 정신상태에서 나를 조금 더 불편하게 만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불편함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이겨내야할 것이기에

이 책의 의미는 크다

 

-세계의 긍정화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낳는다. 새로운 폭력은 면역학적 타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내재적 성격으로 인해 면역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 하기보다 포화 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 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직접적으로 지각되지 않는다.

-오늘의 생산 관계는 완결을 가로막고 있다. 사람들은 열려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해나간다. 시작과 끝이 있는 완결의 형식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우울증,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오늘날의 정신 질환은 심적 억압이나 부인의 과정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 즉 부인이 아니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무능함, 해서는 안 됨이 아니라 전부 할 수 있음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모든 관계와 유대에서 잘려나간 상태이다. 우울증에는 아무런 중력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무비판적 수용, 맹목적인 믿음 혹은 열광 등을 멀리하고 객관적이고 주체적이며

냉철한 독자가 되려고 늘 노력 중이다. 정말이다.

그러나 그의 글이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차피 나는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병아리 인데, 나의 독서 습관에 좋은 자극이 될 만한

작가 한 명쯤 갖고 있는게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은 '김수영을 위하여' 다음으로

아끼는 책이 되었다.

 

'닥치고 정치' 책에서 김어준씨를 인터뷰 했던 지승호씨가 같은 형식으로 강신주씨를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지승호씨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인터뷰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그는 그의 직업명답게 인터뷰에 뛰어나며

그 기록을 책으로 내는 것에도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철학, 인문학에 관한 글이지만 

강신주씨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긴장이 느슨한 것을 느끼며 읽었다.

그리고 강신주라는 사람에 관해서도 솔직하고 편안하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바람대로 이 책은 그에게 있어서 좋은 기록이 될 것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바라던 것 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발매되고 북콘서트 같은 것도 했었던데...

나는 늘 한 발 늦다. 속상하고 속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