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잘 :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
김명남 외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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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중 하나, 바로 '일'이다.

저마다의 삶에 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갖는 의미도 다양하겠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같지 않을까.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들려주는 '일 잘하는 법'을 담고 있다.

저자들의 면면이 화려한데, 과학전문번역가 김명남,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심채경,

SBS <문명특급> 피디 홍민지, 전 닷페이스 대표 조소담,

청소노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 80만 유튜버 이연,

살림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추혜인, 오늘의집 브랜드마케터 출신 무과수,

뉴 그라운드 대표 황효진, 이렇게 총 9명의 글이 실려있다.

구독 중인 유튜버 이연과 <알쓸신장> 등의 방송 출연으로 알고 있던 심채경 박사 등 익숙한 저자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분들도 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이미 알던 분들의 글에 더 흥미가 갔지만

차례대로 읽어나가다 보니 모든 분의 글에 진정성과 힘이 되는 조언이 담겨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 '일'과 관련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각 직업마다의 업무 관련 조언뿐만 아니라

저자들이 각자의 직업을 택하게 된 경로, 그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어려움, 각자가 내린 결론 등

우리 '삶'과 관련된 내용까지 폭넓게 담겨 있어 더욱 몰입하고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대학생,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취업준비생,

각자의 일에 적응 중인 사회초년생, 이직을 고민 중인 분 들이라면 특히 더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취업을 위해 관련 공부를 하며 막막함과 걱정이 컸던 나 역시 책 속의 많은 대목들에서 필요했던 답과 응원 들을 얻었다.


인상 깊었던 대목들

내가 가지 않을 길에 대한 미련을 확실히 떨치려면, 약간 체험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일에서 바라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훨씬 더 명료하게 깨달을 수 있어요. - 15p


크고 멋진 돌들 사이에 작은 돌들이 앙증맞게 놓여 있는 것도 좋겠지요. - 35p

심채경 박사님의 챕터를 보며 위로가 되었던 대목이다.

'스스로를 칭찬할 일이 있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무언가를 성취해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을 보러 가셨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내린 긴급처방'으로.

크고 작은 목표들을 징검다리 사이에 놓인 돌들에 비유하신 점이 인상 깊다.

크고 멋진 돌들만 있는 징검다리보다 중간 중간 작고 귀여운 돌들이 놓인 징검다리도 좋지 않겠냐는 말씀에 동의한다.

달리다 지친 나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효용성을 따지기보다는 나를 일으켜 세워줄 고맙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주체적인 변화와 확장의 한편은 언제나 실패로 얼룩지곤 했지만, 그 얼룩도 나의 일부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 괜찮았습니다. - 41p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1+1 행사 상품이다.(···) 하기 싫은 일을 잘할 때까지 하다보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51p


홍민지 PD님은 일을 시작하고 해야 했던 일 중 편집이 정말 싫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며

우직하게 편집에 매달린 결과, 편집을 잘한다는 동료들의 평가와 새로운 프로그램 연출 기회를 얻었는데

그 프로그램이 바로 <문명특급>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하기 싫은 일만 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PD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본인의 일을 대하는 책임감과 성실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보상을 받는구나 싶었다.

나 역시 나중에 맡게 될 다양한 업무 중 '싫은 일'을 이런 마음으로 극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라는 용어처럼

일을 하는 시간은 종종 삶과는 분리된 시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이란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하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어느 곳에서도 얻지 못할 의미와 성취를 안겨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택한 일은 곧 우리가 택한 삶을 뜻하기도 한다.

그 일을 더 즐겁고 건강하게, 최선을 다해 '잘'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삶 자체를

더욱 윤택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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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엄마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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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충전 완료야.




『건전지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은 히어로,

'AA 건전지' 엄마의 활약을 담아낸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건전지 엄마』 역시 전작 『건전지 아빠』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이 존재하는데

책 앞부분에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재밌고 신기했다.

책을 읽기 전이든 후든 순서는 자유지만 꼭 한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책 속 장면들을 스톱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며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과 이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엄마'라는 존재를 건전지에 빗댄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건전지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숲길 어린이집 교사와 함께 출퇴근하는 건전지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활약을 펼친다.

중간에 큰 위기가 닥치기도 한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건전지 엄마의 모습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건전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 해본 엉뚱한 상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동심을 되찾는 기분이랄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계들 속에서 건전지들이 이렇게 열일 중이라고 상상해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ㅎㅎ


고된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건전지 엄마를 반기는 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그림책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엄마와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잠에 든 아이들에게 속삭이는 "엄마 충전 완료야."라는 말에서

이루말할 수 없는 크기의 사랑이 전해진다.

이처럼 가족이란 서로의 존재만으로 휴식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온종일 주어진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느라 고단했을 하루의 끝에서도

아이들을 가득 품에 안고 미소 짓는 건전지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부모님을 떠올리게 됐다.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줄곧 애정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봐주시는 부모님께 더 큰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거대한 사랑과 수고를 모두 되돌려드릴 길이야 요원하지만 더 많이 웃고,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작은 몸집이지만 큰 에너지를 가진 주인공의 하루를 통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림책 『건전지 엄마』.

사랑하는 아이, 부모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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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저자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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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곤 철렁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봤을 때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이해한다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은 언제나 충격을 동반한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나 역시 자주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공감한다는 표현을 쓰곤 해왔다. 

그런데 그것이 착각이었다니.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책장을 넘겼다. 


*


저자인 이길보라 작가는 호떡을 팔러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논픽션 작품들을 통해 세상을 간접 경험하며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농인 부모를 둔 코다로서 농사회와 청사회를 오가는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던 그는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의 책 <서로 다른 기념일>을 읽은 뒤 논픽션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도구'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통해 '가까이 있기에 제대로 보기 어려웠던 농인부모'의 세계를 만나고  딸의 시선이 아닌 부모의 시선에서 그들이 마주했을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하루미치는 청인 자녀 이쓰키를 키우는 농인이다. 자녀와 장을 보러 간 때 이쓰키가 수어로 "음악, 있어!"라고 한다. 그러자 저자는 답한다. "음악이 있구나, 이쓰키에게는. 엄마, 아빠, 음악 없어! 대신 음악을 봐."


그렇다. 청인은 음악을 듣고 농인은 음악을 본다. 그렇게 서로 다른 세상을 마주 보는 일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당신과 내가 다르기에 기쁘고 즐겁다고 말하는 저자는 서로의 다름을 마주할 때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축하할 것을 제안한다. '다름'으로 확장될 세계를 기대하며 그 차이를 마주한 순간을 '서로 다른 기념일'로 삼자는 거다. - 7p 


그제야 제목이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타인을 공감한다며 그들의 고통을 안타까운 한계점, 응당 슬퍼해야 하는 일로서만 취급해왔다. 그러나 고통은 그저 '다름'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그들의 세계는 이미 온전하다. 이 사실을 깨닫자 나의 세계 역시 조금은 확장되는 듯했다.


저자는 '고통에 공감한다는 단순하고 납작한 착각'을 넘어설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다양한 논픽션 작품들과 함께 소개한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시각이라고 믿으며. 1부 '나를 만든 세계'에서 2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로 세상을 정확히 바라보기 위한 담론은 확장된다. 


1부에서는 노동을 할 수 있는 몸만이 살아가기에 적합하고 시민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기준 매기고 그 외에는 '장애'라 이름 붙인 역사에 대항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 다수의 몸을 중심으로 설계된 세상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등이 소개된다. 그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손쉽게 이름 붙여지고 판단되어왔는지를 깨닫는다. 나 역시 그 세계에 속한 채 편안히 살아가며 문제를 외면해왔음에 깊이 반성했다. 이 밖에도 재일조선인, 미등록 이주아동 등 다양한 경계에 선 이들을 조명하며 그들의 삶을 제한하는 낙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날을 특히 부끄럽게 반추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저자는 박종필 감독의 작품 <버스를 타자! :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를 소개하며 그 안에 담긴 장면들을 묘사한다. 거기엔 과거 언젠가의 내 모습이 있었다. 


등굣길에 지하철을 갈아타려는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을 듣곤 아뿔싸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역 밖으로 나가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버스에 겨우 올라타고 교수님께 시위 때문에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드렸다. 그때 버스 기사와 승객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망쳤다며, 일부러 출퇴근길에 시위하는 장애인들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가 막심하다며 전장연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잘못 없는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 동감했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더불어 여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함은 이해하지만 그 방식이 왜 생계를 위해 지하철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들을 볼모로 삼는 것이어야 할까 싶었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힘이 없는 시민들이 아닌 정부와 국회를 향해 소리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권리를 찾기 위해 그들이 벌여온 투쟁의 역사와 탈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권리를 위한 예산 확보의 필요성, 인권침해의 온상인 시설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시설운영자, 장애인의 가족, 국민 4자 간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라는 지적 앞에서 그간의 착각은 깨졌다. 나는 잘못이 없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카르텔 속에서 침묵하고 외면해온 방관자였다. 그들을 이해하는 한편 방식에 아쉬움이 들던 그간의 갈등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이동권 투쟁은 배려하고 피해 보는 입장이 아닌 방조에 동참한 가해자로서 뼈아프게 들으며 이제라도 힘을 실어야 할 목소리였다.


2부에서는 저자가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글방을 통한 연대, 경험을 고백하는 방식의 연대, 삶의 형태를 통한 연대를 통해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어 서로의 동료, 파트너가 되는 벅찬 순간들이 그려진다.


가족 돌봄 청년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을 일컫는 '영케어러'에 관한 담론이 인상 깊었다. 준비 없이 돌봄 제공자이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청년들. 이력서에 쓸 수 없는 돌봄 노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홀로 떠안아야 하는 무거운 짐에 외롭고 불안했을 이 땅의 수많은 영케어러를 떠올렸다.


당사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은 영 케어러가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실질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 153p


돌봄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도 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다 우리 곁을 떠난 한 청년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 영케어러에 관한 담론이 더욱 크게 형성됐더라면, 그래서 실질적인 도움과 보호 안에서 그 많은 짐을 혼자 떠안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를 지킬 수 있었을까. 상대의 짐이 나의 짐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가 홀로 무거움을 견디지 않게 나눠서 지고 걸어갈 수는 있다. 돌봄에 대한 담론은 더욱더 커져야 한다.


*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세계는 조금씩 확장된다. 어떤 책은 한 번에 깊고 넓은 폭으로 세계를 확장하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러했다. 우리는 완전히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는 않아도 어느 한 부분 이상은 반드시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 지점에서 시작해 점점 더 넓은 영역을 향해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이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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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미친 몰입감의 러브 서스펜스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돼 받아 본 창비의 「러브 몬스터」.

블라인드 서평인지라 책 전체 분량이 아닌 중반 조금 넘는 분량을 읽어봤다.

책 소개만 봤을 때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을 외치는 인간들'을 증오한 살인마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웬걸...

이야기 배경과 전개 방식, 인물들 모두 훨씬 예상 밖이었다.



줄거리

지민은 혈액암에 걸린 엄마 보라가 실종되자 그가 다니던 복지회관 수영장에 다니며 자취를 쫓는다.

그러다 백발 여성으로부터 수영 강사 조우경과 보라가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갔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 후 조우경을 감시하며 그에 대해 조사하던 지민은 그가 과거 멕시코 칸쿤에서 스킨스쿠버 강사로 일했고

신혼부부와 다이빙을 하던 중 아내가 사고로 죽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다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수영장 회원들을 발견한 지민은 그들을 따라 간 곳에서 의문스러운 집단생활의 모습과

엄마에 대해 말해준 뒤 사라졌던 백발 여성을 발견한다. 또한 달력에 표시된 빨간 동그라미들... 지민은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조우경이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보라와 불륜을 저지르던 진홍의 아내, 허인회도 수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조우경에게 반해 그를 위한 떡값을 무리하게 걷다 회원들의 항의로 수영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녀가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지민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들 부부의 집에 찾아오는데···



이야기는 혈액암을 통보 받고 사라진 엄마 보라와 그를 찾는 딸 지민,

외도를 한 남편 대신 수영 강사 조우경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허인회,

비만 바이러스 때문에 외모 강박을 가진 수영 강사 조우경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지민을 따라 보라의 행방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복지회관 수영장을 둘러싼 이들은 수상한 점 투성이다.

대체 수영장 회원들과 조우경은 무슨 사이이고 그들이 함께 사는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사라진 보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등 폭발하는 궁금증에 몰입한 채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 보니 분량이 끝났다.

지민과 인회의 관계가 좀 독특하다. 남편의 불륜 상대의 딸과 엄마의 불륜 상대의 아내라니... 참 쉽지 않은 관계인데

그들이 진홍에 대적해 연대를 맺고, 함께 보라를 구출하게 될 과정이 기대된다. 또 얼마나 예측불허한 사건들과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지민이 조우경에게 "못생긴 게" 할 때마다 너무 통쾌하고 웃겼다.

그가 무슨 짓을 꾸몄든, 지민은 그가 속 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가장 큰 타격점을 알고 있으니 이미 우위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얼른 정식 출간본을 읽고 결말을 확인하고 싶다.


내가 지나 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늘 사랑을 했다. 친구를, 가족을, 연인을. 지난 사랑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감정을 구성하는 질료도 참 제각각이다. 어떤 사랑은 건강하기도, 어떤 사랑은 불건강하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하다가 지나간 뒤 알아챌 만큼 고요하기도 했고 어떤 사랑은 시작된 것이 저주스러울 만큼 가슴을 쥐어 뜯게 만들게도 했다.


대체 그 놈의 사랑이 뭐길래 삶의 이유가 되고 원동력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거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걸까.

왜 보라는 끝끝내 자신을 비참해지면서까지 진홍 곁에 남았고 왜 인회는 그토록 진정한 사랑에 목매는 것일까.

참 알 수 없게도 긴 역사 동안 인간은 사랑에 죽고 살며 기꺼이 괴물이 되고 마는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거짓과 허황됨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진실한, 그래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영역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불순한 감정은 채로 걸러지고 순도 높은 사랑만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참, 그리고 「러브몬스터」의 작가는 스위치에서 「더 크고 가깝게」라는 제목으로 같은 이야기를 연재하신

이두온 작가님이 아니실까...추측해 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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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미친 몰입감의 러브 서스펜스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돼 받아 본 창비의 「러브 몬스터」.

블라인드 서평인지라 책 전체 분량이 아닌 중반 조금 넘는 분량을 읽어봤다.

책 소개만 봤을 때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을 외치는 인간들'을 증오한 살인마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웬걸...

이야기 배경과 전개 방식, 인물들 모두 훨씬 예상 밖이었다.



줄거리

지민은 혈액암에 걸린 엄마 보라가 실종되자 그가 다니던 복지회관 수영장에 다니며 자취를 쫓는다.

그러다 백발 여성으로부터 수영 강사 조우경과 보라가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갔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 후 조우경을 감시하며 그에 대해 조사하던 지민은 그가 과거 멕시코 칸쿤에서 스킨스쿠버 강사로 일했고

신혼부부와 다이빙을 하던 중 아내가 사고로 죽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다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수영장 회원들을 발견한 지민은 그들을 따라 간 곳에서 의문스러운 집단생활의 모습과

엄마에 대해 말해준 뒤 사라졌던 백발 여성을 발견한다. 또한 달력에 표시된 빨간 동그라미들... 지민은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조우경이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보라와 불륜을 저지르던 진홍의 아내, 허인회도 수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조우경에게 반해 그를 위한 떡값을 무리하게 걷다 회원들의 항의로 수영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녀가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지민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들 부부의 집에 찾아오는데···



이야기는 혈액암을 통보 받고 사라진 엄마 보라와 그를 찾는 딸 지민,

외도를 한 남편 대신 수영 강사 조우경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허인회,

비만 바이러스 때문에 외모 강박을 가진 수영 강사 조우경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지민을 따라 보라의 행방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복지회관 수영장을 둘러싼 이들은 수상한 점 투성이다.

대체 수영장 회원들과 조우경은 무슨 사이이고 그들이 함께 사는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사라진 보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등 폭발하는 궁금증에 몰입한 채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 보니 분량이 끝났다.

지민과 인회의 관계가 좀 독특하다. 남편의 불륜 상대의 딸과 엄마의 불륜 상대의 아내라니... 참 쉽지 않은 관계인데

그들이 진홍에 대적해 연대를 맺고, 함께 보라를 구출하게 될 과정이 기대된다. 또 얼마나 예측불허한 사건들과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지민이 조우경에게 "못생긴 게" 할 때마다 너무 통쾌하고 웃겼다.

그가 무슨 짓을 꾸몄든, 지민은 그가 속 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가장 큰 타격점을 알고 있으니 이미 우위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얼른 정식 출간본을 읽고 결말을 확인하고 싶다.


내가 지나 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늘 사랑을 했다. 친구를, 가족을, 연인을. 지난 사랑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을 구성하는 재료도 참 제각각이다. 어떤 사랑은 건강하기도, 어떤 사랑은 불건강하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하다가 지나간 뒤 알아챌 만큼 고요하기도 했고 어떤 사랑은 시작된 것이 저주스러울 만큼 가슴을 쥐어 뜯게 만들게도 했다.


대체 그 놈의 사랑이 뭐길래 삶의 이유가 되고 원동력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거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걸까.

왜 보라는 끝끝내 자신을 비참해지면서까지 진홍 곁에 남았고 왜 인회는 그토록 진정한 사랑에 목매는 것일까.

참 알 수 없게도 긴 역사 동안 인간은 사랑에 죽고 살며 기꺼이 괴물이 되고 마는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거짓과 허황됨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진실한, 그래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영역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불순한 감정은 채로 걸러지고 순도 높은 사랑만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참, 그리고 「러브몬스터」의 작가는 스위치에서 「더 크고 가깝게」라는 제목으로 같은 이야기를 연재하신

이두온 작가님이 아니실까...추측해 본다ㅎㅎ


인상 깊었던 구간


자기 집조차 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의 공간을 함부로 내리칠 수 없다.

엄마와 거리를 두다 못해 그녀가 아픈지 어쩐지 제때 알아채지도 못하는 자식은

엄마의 실종 앞에서도 머뭇거린다.

89p


사랑이 그런 것일 리 없다.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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