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은 안나 파블로브나에게 매력적인 야회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피예르는 서툴렀다. 뚱뚱하고 키가 보통 사람보다 크고 어깨가 넓고 큼직하고 붉은 손을 가진 그는 객실에 들어오는 것도 서툴렀지만 나가는 것은 더 서툴렀는데, 말하자면 나갈 때 뭔가 특별히 재치 있는 말을 할 줄 몰랐다. 게다가 그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일어설 때도 자기모자 대신 깃털 장식이 달린 장군의 삼각모를 들고는 장군이 돌려달라고 말할 때까지 깃털 장식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을 놓고있던 것도, 객실에서 서툴게 이야기하던 것도 모두 선량하고 소박하고겸손한 그의 표정이 완전히 메워주고 있었다. 안나 파블로브나는 그에게로 돌아서서 기독교도다운 온후한 표정을 짓고 오늘밤 그의 무례를용서한다는 듯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또 뵈어요. 하지만 친애하는 므시외 피에르, 그때까지 당신이 의견을 바꾸었으면 해요.‘
그녀의 말에 그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가볍게 절하고 또다시 모든사람에게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 미소는 ‘의견은 의견일 뿐,
당신도 보고 계시듯 전 이처럼 선량하고 훌륭한 젊은이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나 파블로브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49

"뭐 때문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한 내가 전쟁에 나가는 것은......" 그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 P55

그들은 새로 꾸며진 우아하고 화사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냅킨에서부터 은그릇, 도자기, 크리스털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에 젊은부부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한 신선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녁식사 도중 안드레이 공작은 팔꿈치를 세워 턱을 괴더니, 이전부터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돌연 털어버려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피에르가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경질적이면서도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절대, 절대 결혼 같은 건 하지 말게. 여보게, 이게 내가 자네에게 주는 충고야.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리고 자네가 선택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 그 여자의 참모습을 명백하게 볼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절대로 하지 말게.
안 그러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는 꼴이 되고 말 테니까. 결혼은 늙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늙은이가 됐을 때 하는 거야・・・・・・ 안 그러면 자네에게 있는 훌륭하고 숭고한 것들을 망쳐버리게되고, 모두 보잘것없는 일에 소모되고 말 거야. 그래, 그래, 그래! 그렇게 놀란 얼굴로 볼 것 없네. 자네가 만약 자신의 앞날에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면, 걸음을 뗄 때마다 느끼게 될 거야. 이제 모든 것이 끝나고,
모든 문이 닫히고, 사교계의 객실, 거기서 궁정의 하인이며 천치 같은 작자들과 똑같은 마룻바닥 위에 서는 일만 남게 될 거라는 걸 말이야………… 정말!..."
그는 세차게 손을 내저었다. - P60

피에르는안경을 벗었고, 그러자 얼굴의 느낌이 바뀌어 한층 더 선랑함이 드러났다. 그는 놀란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내 아내는 안드레이 공작은 말을 이었다. "훌륭한 여자야. 내 명예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함께 살 수 있는 흔치 않은 여자 중 하나지. 아아. 하지만 별수없어. 나는 독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치르겠어! 이런 말은 자네에게 처음 하네. 나는 자네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안드레이 공작은 안나 파블로브나의 집에서 안락의자에 팔다리를 쭉 펴고 앉아 실눈을 뜨고 이 사이로 프랑스어를 밀어내던 그 볼콘스키와는 닮은 데가 거의 없었다. 그의 마른 얼굴의 근육이 가닥가닥 신경질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생명의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던 두 눈은 이제 밝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평소활기 없어 보였던 만큼 흥분한 그의 모습은 더 정력적으로 보이는 것같았다.
"자네는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 못할 거야." 그는 계속했다. "이건 인생 전체에 대한 이야기야. 자네는 보나파르트와 그의 공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는 피에르가 보나파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보나파르트 이야기를 하지만, 보나파르트도 일을 하고 한 걸음씩 자기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는 자유로웠어,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리고 그는 그 목적을 달성했어. 그런데 여자와 관계를 맺게 되면 마치 차꼬를 찬 죄수처럼 모든 자유를 잃어버리게 되지. 그러면 자기 내부에 있던 희망이자힘이었던 모든 것이 그저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고, 후회 때문에 자책하게 되는 거야. 객실, 가십, 무도회, 허영, 보잘것없는 일이런 것들 - P61

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일과 학업에 피예르는 경탄하고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에게 공상적 사색(피예르는 특히 이런 경향이 있었다)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피예르를 놀라게 했지만그는 그것 역시 결점이라기보다 강점이라고 느꼈다.
아무리 훌륭하고 친하고 흉허물 없는 관계라 해도 아첨과 찬사라는것은 바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기름처럼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나는 끝난 인간이야." 안드레이 공작은 말했다. "그러니 내 이야기를 해서 뭘 하겠나. 그보다 자네 얘기나 하세." 그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스스로를 달래는 듯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 미소는 곧 피에르의얼굴에도 반영되었다.
"그럼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피르는 태평하면서도 명랑한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말했다. "저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전 한낱 사생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말하고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이 말을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름도 없고 재산도 없고...... 별수없습니다. 정말.. 그러나 그는 무엇이 정말인가는말하지 않았다. "저는 아직도 자유로운 몸이고, 그래서 좋습니다. 다만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진지하게상의하고 싶었어요."
안드레이 공작은 선량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우애에 가득찬 그 부드러운 눈길 속에는 여전히 우월감이 담겨 있었다.
"자네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야, 지금 이 사회에서 오직 자네만이 살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자네는 행복해. 자네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게, 어떤 길이든 상관없어. 자네는 어디에 있든 행복할 테니까. 다만 - P63

"아, 사랑하는 벗이여!" 안나 미하일로브나 공작부인은 대꾸했다.
"정말 당신에게 그런 걸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요. 한없이 사랑하는 아들만을 데리고 어디 의지할 데 하나 없는 과부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힘들고, 그러자니까 무슨 일이든 배우게 됐던 거예요." 그녀는 약간 뽐내듯이 말을 이었다. "소송이 가르쳐주었지요. 만약 이른바 거물이라는 누군가를 만날 필요가 생기면 나는 ‘모 공작부인이 모씨를 만나뵙고자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내고 가요. 삯마차를 불러 타고 두 번이고세 번이고 네 번이고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가죠."
"그러면 당신은 누구한테 보렌카의 일을 부탁했나요?" 부인은 물었다. "당신의 아드님은 벌써 근위 장교인데 우리 니콜루시카"는 견습사관으로 출정하잖아요. 누구 하나 힘써주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에요.
당신은 누구한테 부탁했나요?"
"바실리 공작한테지요. 그분이 굉장히 친절하게 해주셨어요. 두말없이 응낙하고 황제께 상주해주셨죠." 안나 미하일로브나 공작부인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했던 모욕은 깡그리 잊고 기쁜 듯이御말했다. - P97

공작영애에 뒤이어 바실리 공작이 나왔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피예르가 앉아 있던 소파까지 다가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소파에 쓰러졌다. 피르는 그의 얼굴이 창백하고 아래턱은 열병 걸린 사람처럼덜덜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아아, 여보게!" 그는 피에르의 팔꿈치를 붙잡고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피에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진실함과 가냘픔이서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속이며 많은 죄를 거듭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럴까? 나는 벌써 예순이야, 여보게…………… 참으로,
나는모든 것은 죽음으로써 끝나지. 모든 것은 죽음은 무서운 거야." 그는 울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나온 사람은 안나 미하일로브나였다. 그녀는 조용하고 느린 걸음으로 피예르에게 다가갔다.
"피예르!......" 그녀는 말했다.
피예르는 묻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젊은이의 이마에 키스했고, 눈물이 그 이마를 적셨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분은 이제 이 세상분이 아니십니다......"
피예르는안경 너머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갑시다. 내가 데려다줄게요. 맘껏 울어요, 눈물만큼 마음을 가볍게해주는 것도 없으니까."
그녀는 피예르를 어두운 객실로 데려갔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는 것이 피예르는 기뻤다.  - P171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런 어려운 책을 읽는것은 공연한 일이 아닐까요. 이해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이미 아무런 이익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세상에는 흔히 사람의 마음에 의혹만 심어놓는 신비주의 서적을 탐독해서 자기의 사상을 어지럽히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기독교의 소박함과는 정반대의 과대망상을 길러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나는 그러한 사람들의 열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도행전이나 복음서를 읽읍시다. 그리고 설령 이런 것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안의신비적인 면에는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인간과 영원한 것 사이에 꿰뚫을 수 없는 장막을 드리우고 있는 육체라는 옷을 몸에 걸치고 있는 이상, 우리 같은 불쌍한 죄인들이 어떻게하느님의 두렵고도 신성한 비밀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구세주가이 지상에 우리의 길잡이로서 남겨주신 위대한 계율을 공부하는 것이 한결 낫습니다. 그것을 지키고 실천하도록 노력해봅시다. 우리가 우리의 부족한 마음에 방종을 허용하지 않을수록,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은 모든 지식을 거부하시는 신의 뜻에 미치는 결과가 된다는것, 그리고 신이 우리에게 감추는 편이 좋다고 여기시는 것에 깊이파고들지 않을수록, 도리어 신은 그 거룩한 예지로 우리에게 그것을보여주신다는 것을 믿도록 합시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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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장은 총사령관의 얼굴에 두 눈을 못박은 채 허리를 반듯이 펴고조심스럽게 다가가 경례를 하는 태도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그 몸을 흔드는 걸음걸이를 간신히 억누르면서 장군들 뒤에서 대열 사이를돌아다니는 모습이나, 총사령관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굽실거리며뛰어가는 품으로 보아 분명 상관으로서보다는 부하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더 큰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연대장의 엄격함과 노력 덕택에 연대는 브라우나우 쪽에 같이 도착한 다른 연대에 비해 상태가 훨씬 양호했다. 낙오병과 부상병은 217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구두를 빼놓고는 모든 것이 정비되어 있었다.
쿠투조프는 대열 사이를 다니면서 이따금 발을 멈추고 터키 전쟁 때얼굴을 익힌 장교나 때로는 병사에게까지 몇 마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는 병사들의 구두를 바라보고 몇 번인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으나 딱히 누구를 나무라지는 않고, 이 비참한 상태가 눈에 걸린다는 표정으로 오스트리아 장군에게 구두를 가리켜 보였다.  - P229

다. 총사령관 가장 가까이에는 잘생긴 부관이 따르고 있었다. 그는 불하주 뚱뚱하고, 키가 훤칠한데다 호인답게 늘 웃는 잘생긴 얼굴에 콕콘스키 공작이었다. 그와 나란히 가는 사람은 동료인 네스비츠키로.
촉한 눈을 가진 영관이었다. 네스비츠키는 자기 옆에 있는 가무잡잡한 경기병 장교가 유발하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경기병장교가 연대장의 등에 눈을 고정한 채 웃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고 정책한 얼굴로 그의 몸짓을 일일이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다. 연대장이몸을 흔들고 앞으로 구부릴 때마다 그도 똑같이 몸을 흔들고 앞으로구부렸다. 네스비츠키는 킥킥거리면서 이 익살맞은 인간을 보라는 듯이 다른 사람을 쿡쿡 찔렀다.
쿠투조프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상관을 지켜보는 수천 개의 눈앞을 느릿느릿 활기 없이 걸어갔다. 제3중대 앞까지 오자 그는 문득걸음을 멈췄다. 이 정지를 예상하지 못했던 수행원들은 총사령관에게부딪힐 뻔했다.
"오, 티모힌!" 푸르스름한 외투 때문에 야단을 맞았던 코가 빨간 대위를 알아보고 쿠투조프가 말했다.
조금 전 연대장이 주의를 주었을 때, 티모힌은 그 이상 꼿꼿할 수 없을 만큼 몸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총사령관이 그에게 말을 걸자, 만약 총사령관이 조금 더 바라보았다면 도저히 견디지 못했을 만큼 그는몸을 곧추세웠다. 쿠투조프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 대위를 편하게해주려는 듯 얼른 얼굴을 돌렸고, 부은데다가 부상 때문에 흉한 쿠투조프의 얼굴에는 보일락 말락 미소가 스쳤다.
"이즈마일* 공격 때 전우야." 쿠투조프는 말했다. "용감한 장교지 - P230

"무슨 청원이라도 있나?"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 쿠투조프는 물었다.
"이 사람이 돌로호프입니다."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아!" 쿠투조프는 말했다. "이번 일의 교훈이 자네를 바로잡아줄 거라 기대하네. 충실히 근무하도록. 황제 폐하는 자비로우신 분이다. 자네가 공적을 세운다면 나도 결코 자네를 잊지 않겠네."
밝은 파란색 눈은 연대장을 바라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담하게총사령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마치 그 표정으로 병사인 자신과 총사령관을 멀리 떼어놓고 있는 계급의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각하." 그는 잘 울리는 목소리로 단호하고침착하게 말했다. "제 과오를 씻고, 황제 폐하와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증명할 기회를 베풀어주십시오."
쿠투조프는 얼굴을 돌렸다. 아까 티모힌 대위에게서 얼굴을 돌렸을때와 똑같은 미소가 그의 눈에 스쳤다. 그는 얼굴을 돌리고 미간을 찌푸렸는데, 지금 돌로호프가 자기에게 한 말도, 또 자기가 돌로호프에게 할 수 있는 말도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이며, 이제 그런 것에는 넌더리가 나고 또 전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그 표정으로 나타내려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돌려 포장마차 쪽으로걸어갔다. - P232

첫 냉담한 대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 상관과는 사이가 어때?" 제르코프는 물었다.
"아무 문제 없어. 좋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참모부로가게 됐나?"
"파견된 거야. 당직을 하고 있네."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매를 날려보낸 오른쪽 소매에서." 어느덧 군가 소리는 활기차고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군가 소리 속에서 이야기하지않았다면 그들의 대화는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인가. 오스트리아군이 당했다는 것이?" 돌로호프는 물었다.
"알게 뭐야. 그렇다는 소문이야."
"통쾌하군." 돌로호프는 군가가 요구하듯이 짧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어떤가, 언제 밤에 한번 오지 않겠나? 파라온이라도 하자고." 제르코프는 말했다.
"돈깨나 모았나?"
"오게."
"안 돼, 맹세했거든. 복관될 때까지는 술도 노름도 않겠다고."
"그럼 할 수 없군, 첫 공을 세울 때까지는.......
"뭐 이제 알게 되겠지."
다시 침묵이 흘렀다. - P238

안드레이 공작은 처음의 두세 마디로, 쿠투조프가 이야기한 것뿐만아니라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까지도 이해했다는 듯이 머리를숙였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공통으로 한 번 절하고 서류를 모아 들고조용히 융단 위를 걸어 응접실로 나갔다.
안드레이 공작은 러시아를 떠난 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많이 변했다. 표정이나 동작, 걸음걸이에서 예전과 같은 가장한 구석이나 피로, 나태 같은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기가 남들에게 어떤인상을 주는지 따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얼굴에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만족감이 보였다. 그리고 미소와 눈빛은 전보다 밝고 매력적이었다. - P243

작은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평판을 듣고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은 안드레이 공작을 자기를 비롯한모든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가 앞으로 크게 출세할거라 기대하며 그의 말을 따르고, 그에게 감탄하고, 그를 따라했다. 이사람들에게 안드레이 공작은 담백하고 유쾌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드레이 공작을 좋아하지 않았고, 거만하고냉담하고 불쾌한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도 안드레이공작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과 심지어 두려움까지 품도록 처신할 수 있었다. - P244

"흥이 날 게 없잖아." 볼콘스키는 대답했다.
안드레이 공작이 네스비츠키와 제르코프를 만난 바로 그때, 복도 다른 편에서 러시아군의 식량 상황을 시찰하기 위해 쿠투조프의 참모부로 편입되었던 오스트리아 장군 슈트라우흐와 전날 도착한 군사위원회의원이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넓은 복도는 두 장군이 세 장교 옆을지나갈 만큼 공간이 충분했지만, 제르코프는 한 손으로 네스비츠키를밀면서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신다! 오신다!...
길을 비켜주시오, 길을! 자, 길을!"
장군들은 귀찮은 경례 교환을 피하고 싶은 표정으로 그대로 지나가려고 했다. 익살꾼 제르코프의 얼굴에 갑자기 억누를 수 없는 듯한 바보스러운 기쁨의 미소가 떠올랐다.
"각하." 그는 앞으로 나아가 오스트리아 장군에게 독일어로 말했다.
"삼가 축하드립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춤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어색하게 한발 한발 뒤로 미끄러뜨리며 비벼댔다.
군사위원회 의원인 장군은 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는데, 그 바보스러운 미소에 담긴 진지함을 알아채자 잠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듣고 있다는 표시로 실눈을 떴다.
"삼가 축하드립니다. 마크 장군도 무사히 도착하셨습니다. 다만 여길좀 다치셨을 뿐" 하고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자기 이마를 가리켰다.
장군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돌리더니 그대로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유치한 놈이로군!" 몇 걸음 떨어지자 그는 화가 난 듯이 말했다. - P247

네스비츠키는 낄낄대며 안드레이 공작을 껴안았으나, 볼콘스키는 한충더 창백해지고 증오의 표정을 띠며 그를 밀어젖히고 제르코프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크의 모습, 패배 소식, 러시아군을 기다리는 운명에대한 생각 등이 불러일으킨 신경질적인 초조함이 때와 장소를 분간 못하는 제르코프의 익살에 대한 분개 속에서 배출구를 찾아낸 것이었다.
"이봐, 친절한 나라." 아래턱을 가볍게 떨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안드레이 공작은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광대가 되고 싶다면,
난 방해할 생각 없어.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지만, 만약 당신이 다음에도 감히 내 앞에서 그따위 광대 짓을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행동거지라는 걸 가르쳐주겠네."
네스비츠키와 제르코프는 이 말에 어리둥절해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없이 볼콘스키를 바라보았다.
"뭐, 난 그저 축하의 말을 건넸을 뿐인데." 제르코프는 말했다.
"난 당신하고 농담하는 게 아니야, 입 다물어주시게." 볼콘스키는이렇게 소리친 후 네스비츠키의 손을 끌고, 말문이 막혀 멍하니 서 있는 제르코프의 옆을 떠났다.
"이봐 형제, 대체 왜 이러나?" 네스비츠키는 달래듯이 말했다.
"왜 이러느냐고?" 안드레이 공작은 흥분해서 발을 멈추고 말했다.
"생각해보게, 우리는 황제와 국가에 봉사하고 우군 전체의 성공에 기뻐하고 실패에 슬퍼하는 장교들인가, 아니면 주인의 일에는 아무런 상관없는 단순한 하인들인가? 4만의 우군이 죽고 우리 연합군이 섬멸됐다는데 자네들은 어떻게 그걸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말하고 이 프랑스어로 의견을 뒷받침하려는 듯이 말했다. "자네 친구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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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존재의 현존이 티끌 한 점을 알면서 하나로 알려진다는 것,
이것이 그 티끌 한 점을 가장 경이로운 기적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이유로 카슈미르 샤이비즘 Kashmir Shaivism 일파는 이러한 경혐의 탐사를 ‘경이, 놀라움, 환희‘의 요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저 열려 있고, 비어 있으며, 침묵하며, 알지 않고 경이로워하며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이러한 열려 있음 속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적절한 반응인 표현이 생깁니다. 표현은 상황 그 자체에서 비롯되며, 그 결과 표현은 상황과 밀접하게 상호 작용합니다.
이러한 반응의 한 예로 실재의 본성에 대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질문이나 상황에 대한 잠정적인 반응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사라지면 반응도 함께 사라집니다.
반응은 실재의 표현이자 실제를 가리키지만, 실재를 결코 표현하지않습니다.
반응은 알지 않기에서 생겨나, 잠시 질문과 함께 뒤엉켜 춤을 추다가결국 질문과 함께 합쳐지고, 질문을 그 원천인 고요함으로 되돌립니다.
사실, 진정한 반응은 고요함 그 자체입니다. 질문을 사라지게 하는것은 바로 이 고요함입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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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욕망하기, 행동하기를 통해 충동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벗어나지 않을용기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결핍감이 온전히 존재하도록 둘 뿐입니다. 우리는 결핍감에 그 무엇도 덧붙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쉽습니다. 우리, 즉 의식은이미 모든 사물을 허용하는 것이자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단지 의식이 모든 것을 보살피게 둘 뿐입니다.
이러한 느낌을 명확히 본다면, 느낌이 사실은 생각하기, 욕망하기, 두려워하기를 일으킬 고유한 힘이 없는 중립적인 몸에서의 감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결핍감이나 분리간은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이해 속에서 느낌을 몸에서의 감각으로 격하시키는것은 명확한 보기를 통해 애쓰지 않고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느낌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느낌에 대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멈춥니다. 우리는 느낌에 실재를 가리는 힘을부여하는 것을 멈춥니다. 우리는 느낌에 불행과 그에 수반하는 찾기를일으키는 힘을 부여하는 것을 멈춥니다.
우리가 몸에서의 감각에 느낌을 덧씌우는 것을 멈추는 순간, 느낌은더 이상 무지와 혼란의 거처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느낌은 현존의 비어 있음에서 춤추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아름답게 보이며, 매 순간 그충만함이 드러납니다.
물론 욕망은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그 목적은 이제 느낌을 피하는 것도, 행복을 얻는 것도 아닙니다. 욕망의 목적은 행복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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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괴로우면서도 기쁘다. 그녀가 병원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못 견디게 괴로웠다. 이렇게까지 괴로우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혐오와 증오를 품은 채그녀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그녀를 증오하게 된 원인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나도 똑같은 짓을 숱하게 저질렀으며 지금도 마음속으로 그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나 자신이 혐오스럽고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러자 마음이 무척편해졌다.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선해질까.
그리고 그는 오늘 날짜로 적었다.
나는 오늘 나타샤를 만나러 갔다가 독선적인 마음에 휩싸여 그녀앞에서 나쁜 모습을 보였고, 개운치 않은 기분만 남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일부터 새 삶이 시작된다. 안녕, 낡은 삶이여, 영원히 안녕. 여러 가지 인상이 쌓였지만 아직 하나로 묶을 수가 없다.
다음날 잠을 깨자 네흘류도프는 매형과 충돌했던 것을 가장 먼저 후*「마태복음」 7장 4절 "네 눈 속에는 들보가를 빼내주겠다‘ 하고 말할 수 - P150

조직적으것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을 때 마슬렌니코프가 보인무관심, 교도소장의 냉담함, 병약한 죄수들을 짐마차에 태워주지도 않고 기차에서 산고로 괴로워하는 여자 죄수에게도 아무 관심 없던 호송대 장교의 잔혹함을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직무를 수행한다는이유만으로 가장 평범한 동정심조차 느끼지 못하는 몰인정한 인간들이 되어버렸다. 관직에 있는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인간애가 침투하는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저 돌 깔린 땅이 빗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네흘도프는 다양한 색의 돌들로 포장된 비탈길에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여러 갈래의 작은 개울들이 되어 흘러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기야 이렇게 땅을 깎아낸 경사면에는 돌을 깔 필요가있을지 모르나 곡물이나 풀, 덤불, 나무를 기를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땅을 보는 건 서글픈 일이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네흘도프는생각했다. ‘어쩌면 도지사도 교도소장도 순경도 필요한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지녀야 하는 중요한 특성, 즉 사랑과 연민을 상실한 사람들을 보는 긴 끔찍한 일이다.‘
‘문제는‘ 네흘류도프는 생각했다. ‘저들이 법이 아닌 것을 법으로 인정하고, 신이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잠시도 미룰 수 없는 영원불변의 법은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저들과 함께 있으면 못 견디게 외로워지는 것이다.‘ 네흘도프는 생각했다. ‘나는 왠지 저들이 두렵다. 실제로 저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강도보다 - P190

결심했을 때 느꼈던 자기도취와 뒤섞인 의무감과도 전혀 달랐다. 이 감-정은 그가 교도소에서 처음 그녀를 면회했을 때, 그리고 그후 병원에서만나 혐오감을 억누르고 의사 조수와 얽힌 추문(이것이 오해였음은 나중에 알았지만)을 용서했을 때 새로운 힘으로 경험했던, 연민과 감동이 섞인 지극히 단순한 감정이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똑같았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의 감정은 일시적이었지만 지금은 항구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건 무슨 일을 하건 그는 그녀뿐만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연민과 감동을 느꼈다.
그 감정은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서 지금껏 출구를 찾지 못했던 사랑의 흐름에 수문을 열어준 것처럼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로 흘러들어갔다.
그런 고양된 상태에서 네흘류도프는 이동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아래로는 마부와 호송병에서부터 위로는 교도소장과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자기도 모르게 연민과 호의를 느꼈다.
마슬로바가 정치범 쪽으로 옮겨간 후로 네홀류도프는 여러 정치범과 알게 되었다. 처음은 그들 모두가 함께 아무런 구속 없이 큰방에 수•용되었던 예카테린부르크에서였고, 그후 이송 도중 마슬로바가 새로끼게 된 무리의 남자 다섯, 여자 넷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유형수 정치•범들과 접촉하면서 그는 그들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혁명운동이 일어난 초기부터, 특히 3.1사건 이후로 네홀류도프는 혁명가들에게 반감과 경멸감을 품고 있었다. 반감은 무엇보다도 반정부 투쟁에서 그들이 사용한 수단의 잔혹성과 폐쇄성, 특히그들이 저지른 살인 행위의 잔혹성에서 비롯되었고 게다가 그들 모두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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