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희곡선 을유세계문학전집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박현섭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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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제가 이처럼 당당하게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출발이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저를 좀 더 좋은 여자로 기억해 주세요. 선생님이 저를 존중해주시면 좋겠어요.
아스트로프 에이! (재촉하는 시늉을 하며) 제발 부탁이니 가지 말아요. 솔직해지세요. 이 세상에 당신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고,
당신에겐 아무런 인생의 목적도 없으며, 관심을 둘 만한 일도없어요. 그러니 이르든 늦든 당신은 자신의 감정에 어차피 굴복하게 될 겁니다. 이건 피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일은 하리코프나 쿠르스크 같은 곳이 아니라, 여기, 자연의 품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더 낫지요. 최소한 시적이라는 장점이 있잖아요.
마침 가을 경치도 아름답고………… 여기엔 보호림도 있고, 투르게네프 취향의 다 쓰러져 가는 저택들도 있고 하니..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선생님도 참 웃기는 분이야. 선생님이 괘씸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할 거예요.
선생님은 재미있고 독특한 분이에요. 우린 결코 다시 만나지 못하겠지요. 그러니 뭘 숨기겠어요? 저도 조금은 선생님에게 반했어요. 자, 친구처럼 서로 악수를 나누고 헤어져요.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세요.
아스트로프 (악수한다.) 그래요. 가세요・・・・・・ (생각에 잠겨 어쩌면 당신은 선량하고 진심 어린 사람일 것도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당신이란 존재 속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합니다. 당신이 남편과 함께 여기 온 뒤로, 이제까지 여기서 일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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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텍스트의 특성 및 「성」의 구성과 줄거리「성은 미완성임에도 카프카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훼손되지는않은 작품으로 평가되며,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난해한 작품 중 하나로 언급된다. 카프카의 작품은 20세기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을묘사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 특유의 난해함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책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도 맞물려 있다. 카프카는 1904년 문인친구인 오스카 폴라크(Oskar Pollak)에게 보낸편지에서 "한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큰 고통을 주는 불행처럼,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우리가 모든 사람의 버림을받고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한다고 썼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20세기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을 밀도 있게 담아내려는 그의 글쓰기로 연결되었다.
카프카의 소설은 시공간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일관성을 지닌시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근대적인 소설 작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무엇보다 사실주의적 문체로 독자에게 친숙한 세•계를 제시하는 듯하나 그것의 서술 내용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거•나 낯선 경우가 많다. 「변신」에서는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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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1월 28일자 일기에서 그는 "나는 이제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경작이 이루어지는 땅과 같은 평범한 세계에 비하면 사막 같은이 다른 세계의 시민으로 살면서 나는 40년 동안이나 가나안을떠나 살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뒤를 돌아보고 있다""라고 토로하면서 작가로서의 자기 삶에 대해 비판적인 결산을 하고 있다. 특히나 시민사회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자기 인생을 "삶 앞에서의주저함"이라고 표현하면서, 스스로 고독과 병을 자초했다는 회한에 자주 빠진다. 작가는 대체로 글쓰기를 통해서 범상함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는 족속이라 할 수 있는데, 카프카는 자신의 글쓰기와관련해서 작가의 이러한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지위가 소명(‘문학적 소명)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자기만족 내지 나르시시즘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성에는 이처럼 예외적 위치의 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소설에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해 자신을특별한 소명을 받은 존재로 여기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로운삶을 영위할 능력이 없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카프카의 다른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작가의예외적 위치에 대한 성찰이나 반유대적인 서구사회에서 인정과 통합을 추구한 유대인들의 힘겨운 동화 노력에 대한 서술로만 보는것은 너무 협소한 해석일 것이다. 오히려 소설의 개방적 성격을 고려하면서도 적극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소설에서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는, K가 맞선 성의 정체와 성에 진입하려는 K의 의도와 성을상대로 벌이는 투쟁의 성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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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겔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그의 귓전을 두드렸지만, 이제는 성가시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뷔르겔은 더이상 그를 붙잡고 있지 않았으며, 다만 이따금씩 그가 뷔르겔 쪽을 더듬어볼 뿐이었다. 그는 아직 깊이 잠들•지는 않았지만 잠에 빠져든 상태였고, 지금은 그 누구도 그에게서잠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마치 대단한 승리라도 거둔 것 같았고, 이를 축하하려고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그 자신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 승리를 기념하여 샴페인 잔을 치켜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에 관한 것인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싸움과 승리가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아니 어쩌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처음으로 일어났고, 축하연이 미리 열린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결말이 확실했기에 계속 그의 승리를축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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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해볼 생각이오." 뷔르겔이 말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썩히는 일은 절대없어요.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속상한 일이겠군요. 상황이 그렇다니 괴롭겠네요?" "괴롭지요." K는 천천히 말하면서 혼자 빙그레 웃었다. 지금은 그 문제로 괴로울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뷔르겔의 제안은 그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것은 아주 어설픈 제안이었다. 그는 K를 초빙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그의 초빙을 계기로 마을 공동체나 성이 당면한 어려움, K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이미 일어났거나 또는 일어날 조짐을 보였던 여러 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비서라면 으레 알고 있으리라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면서 뷔르겔은 작은 메모지를 활용해 즉흥적으로 그 일을 해결해주겠다고나섰다. "당신은 벌써 여러차례 실망해본 모양이군요." 뷔르겔은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K가 이 방에 들어설 때부터 뷔르겔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틈틈이 자신에게 다짐한 것에도 부합하는 바였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K로서는 자신이 피곤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요." 뷔르겔은 마치 K의 어떤 생각에 대답하면서 그를 배려해 이야기하는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 말했다. "실망했다고 풀이 죽어 단념해서는 안돼요. 이곳에서는 여러일들이 사람을 기죽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 장애물들이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겠죠. 사정이 정말 어떠한지 조사해볼 생각은 없어요.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현실에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일 수 있

으니까요. 나의 위치에서는 그 점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적당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 점은 잘 알아두세요. 가끔은전체 상황과는 무관한 그런 기회도 생겨난다는 것을요. 그러한 기회가 오면, 한마디의 말, 한순간의 눈길 한번의 신뢰 표시만으로도•기력을 소진하면서 평생의 노력을 기울인 것보다 더 많은 걸 성취할 수도 있지요. 정말 그래요. 물론 이런 기회들은 결코 활용되지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전체 상황에 부합하지만요. 그런 기회들이왜 활용되지 않는지는 나로서는 늘 놀라울 뿐이죠." K는 그 이유를몰랐다. 그는 뷔르겔이 말한 내용이 자신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지금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에 심한 반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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