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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2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3년 10월
평점 :
황지우의 시집을 잘 읽어진다. 아무곳이나 펴 읽다보니 어떨 때는 두 세번 읽는 곳도 있다. 그중에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은 산문시인데 이렇게 써도 시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야구장 안으로 소주병이 날아 들어오고 난리다. / 숫제 윗옷을 벗어버린 두 청년은 114M 외야석에서 구장으로 뛰어내린다. / 라디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혀를 차면서, 중계하고 훈계하고 경고한다. / "여기는 어디까지나 교육의 연장입니다. 학생 야구에 성인들이 저런단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삽니다. 스포츠 정신이란 게 뭡니까? 룰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아닙니까? 네네. 그렇습니다. 경기는 일단 중단됐습니다만, 아 지금 경비원들이 외야 쪽으로 가고 있군요." / 주심에게 항의하러 외야 쪽에서 홈으로 달려들어온 한 휴가병은, 전경 경비대에 그대로 안긴 채 들려나간다. / 관중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 장내 방송 여자 아나운서가 사나운 음성으로 계속 꾸짖어대고 있다. / "파울선에 내려와 있는 분들도 빨리 나가주세요!" 다시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올해 롯데가 다시 살아났다. 사직 구장에 갈 때는 꼭 신문지를 들고 가야 한다. 롯데의 신문지 응원은 하나의 응원문화로 자리잡았다. 요즘 롯데의 선수들은 잘 모른다. 내가 열심히 다닐 때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마해영. 임수혁, 박정태, 전준호 이런 선수들이 활동할 때 많이 다녔는데 감회가 새롭다.
몇 년전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있다. 그때 난 장장 6시간을 줄을 서 표 2장을 구한적 있다. 그 시절 무슨 기다림과 열정이 있었을까> 지금은 티브로 하는 야구중계도 잘 안 봐진다.
야구장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 모두들 시선이 그곳으로 간다. 뒤에서 물병이 날아오고 욕설이 오가고 의경들이 달려오고 하던 일이 이번에 보니 그런일은 전혀 없다. 의경들도 안보이고 다만 경호하는 사람들 몇 명이 검은 양복을 입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도하고 있었다.
<아, 주라!> -
프로야구 롯데가 경기하는 날
사직구장에 가면 여러 개의
파울 볼이 관중석으로 넘어간다.
내야석, 외야석, 중견수 뒤
어디로 가던.
사람들은 부르짓는다.
"아, 주라! 아, 주라! 아, 주라"
주운 사람 얼떨결에
아, 주고 박수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