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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
백영현 글, 장양선 그림 / 사계절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카가 집에 온지 한달이 다 되어 간다. 저녁을 먹고 나선 책을 두 권씩 읽어준다. 방학을 준비하면서 서점에서 2학기 선행을 위해 국어 문제집을 한 권 샀다. 낮에 문제집을 푸는데 이해력이 많이 부족했다.
"빈아. 흥부가 누구 다리를 고쳐 주었지?"
"참새."
방금 지문에선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 주었다는 걸 읽었는데도 책에 나와 있는 그림을 슬쩍 보더니 참새라고 했다. ㅋㅋ 1학년이 선행을 위해 문제집을 푼다는게 웃기는 일일수도 있다.
저녁에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책을 가져오라 했다. 그림책이 아니고 동화책이라 낯설어 했다. 난 얼릉 빈이를 무릎에 눕히고 귀 기울어 들어라고 했다. 옆에 내 딸은 바닥에 누워 애처로이 처다본다. 속으로 아가야 울지만 말고 있어주길 바란다.
굴참나무에 산비둘기. 청설모, 등이 사는데 딱따구리가 와서 살고 싶다고 한다. 동물들은 딱따구리가 시끄럽다며 함께 살기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마음씨 넉넉한 굴참나무를 받아 들인다. 어느날 굴참나무가 병에 걸려 시들어 가자 다들 떠나지만 딱따구리는 남아서 나무의 벌레들을 쪼아 준다. 이에 굴참나무는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빈이는 열심히 듣고 굴참나무에 밤이 달리는지 물어봤다. 하하하 다음날 아침 국어 문제집을 푸는데 어제 밤에 읽었던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 내용이 나오자 눈이 똥그래 진다.
'고모야, 여기 어제 읽었던 딱따구리 나온다."
"참말이가? 어디?"
"요기 봐라. 와 신기하네."
나는 속으로 '요놈아, 고모가 다 알고 너 한테 읽힌 거 아니가?'했다.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문제를 재미있게 풀었다. 물론 답은 틀린 것도 있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이 이뻐 보였다.
다들 훌훌 떠나고 혼자 남게 될 굴참나무를 생각하면 늙으신 부모님인 것 같다. 자식들 다 떠나 보내고 .....그 자리에 우뚝 서 계시는 것도 언제까지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