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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 다른 사람이 나를 소유한 것 같은 느낌. "
3년 만에 스타터스의 이어지는 이야기인 엔더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 읽은 책의 결말도 가물가물한 저는 엔더스를 읽기 위해 스타터스를 다시 한 번 정주행해야 했었습니다. 조금의 재미라도 더하기 위해서였죠. 결말은 성공인듯합니다. 다시 읽은 덕분에 그 당시 느꼈던 것이 아닌 다른 느낌을 새롭게 받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거든요.
캘리는 올드맨의 프라임데스티네이션을 무너뜨렸고 헬레나의 유언과 후견인덕에 그녀의 소원대로 동생과 마이클과 함께 안전한 집에 살게 되었지만 그녀의 머리에 심어진 칩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부작용으로 그녀가 렌탈 되었을 때의 환상을 순간순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무탈한 시간도 잠시, 그녀는 올드맨이 그녀의 몸에 접속해와 대화가 되기도 하며 점점 그녀의 몸을 지배하려 하는 것을 알게 되고 눈 앞에서 사고를 목격한 후 자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순간 동생을 이용하는 목소리에 의해 이끌려가던 중 납치를 당하는데...
내 몸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내가 보는 시야를 원하지 않은 상태로 누군가와 공유하게 되고 내가 듣는 것을 공유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끔찍할 것 같습니다.
그저 소설일 뿐이지만 주인공인 캘리에게 이입해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정말 순간순간 너무 끔찍해서 몸서리를 치게 되더라고요..
프라임에 몸을 빌려주었던 메탈들은 그들이 무너진 후에도 머리 한편에 자그마한 폭탄을 달고 살아가야만 하는 생활에 처했고 자신을 포함해 동생까지 그러한 폭탄을 머리에 안고 있는 것이 두렵고 싫었던 캘리는 올드맨인줄 알았던 브로크만의 나쁜 짓거리에 계속해서 이용당하고 어찌 보면 학대라 생각할 수 있는 짓들을 당하는데... 소설이지만 부모와 조부모가 없이 거리에 내몰린 스타터인 어린아이들이 겪을 괴로움에 참 치가 떨리더군요.. 돈 없고 힘없으면 서러운 그러한 상황들이 책 속에 그대로 이루어지니까요..
계속해서 넘어지고 흔들리고 어른(엔더)들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어린 스타터이지만 원하는 목표(동생과 안전하게)를 향해서 나아가는 캘리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판타지 성장소설 같은 그런 느낌...
결국엔 모두가 원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번외편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로 끝이 났지만.. 어쩐지 캘리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쭉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여주인공들이 가진 짜증 유발을 최대한 줄이고 강인하고 매력 있는 아이로 그려졌던 것 같아요..
캘리를 옭아매는 올드맨의 정체가 밝혀지고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예상했던 내용에는 절대로 응해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예상을 벗어나서 결국엔 그저 읽기만 하게 되던 이야기는 결국 마지막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거대하게 빗나갔지만 즐겁게 읽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겁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을 이용하고 어른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이야기가 내면에 있을지언정 그래도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적인 이야기가 보였으니까요..
시작부터 끝까지 몸은 나이지만 정신은 다른 사람일 수 있을 이야기에 모든 새로 만나는 스타터들의 몸속에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진 않을까... 헷갈리고 계속해서 의심하게 되고 끝까지 의심을 놓지 못했지만.. 읽는동안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