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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모 짝 되기
이향안 지음, 오은선 그림 / 현암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슬이는 오늘도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광모를 기다립니다. 단짝 친구 광모와 여느 날처럼 함께 등교하려 했지만 오늘따라 광모는 늦도록 나타나지 않습니다. 심통이 나서 서둘러 도착한 교실엔 이슬이가 들어서자 울음 바다가 됩니다. 전날 저녁까지 이슬이와 함께 놀았던 광모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슬이는 도통 믿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그 순간 뒷문이 스르르 열리며 평소처럼 광모가 들어옵니다. 미운 친구들 골려 주고 골치 아픈 시험도 피할 수 있는 투명인간이 되어 보길 소원했던 광모의 투명인간 놀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사라진 광모를 너무나 슬퍼할 단짝 친구 이슬이 눈에만 보이는 투명인간 말입니다. 유치원 시절 숫기 없는 이슬이의 친구가 되어준 마음 따스한 광모를 이제는 이슬이가 지켜줄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슬이와 광모의 둘만의 비밀은 오래지않아 반 친구들과 선생님, 엄마까지 알게 됩니다.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이슬이는 어떻게 광모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슬이의 새로운 짝 원우와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에는 마음을 무디게 하는 백신이 있어서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예방접종으로 항체를 만들어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죽음에 익숙할 법한 어른들도 매번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아파하는데 초등학교 2학년 이슬이에게는 단짝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겁니다. 이슬이 눈에만 보이는 광모와 짝을 하기 위해서 깨끔발을 하고 광모 자리에 다른 친구가 앉을라치면 불같이 화내서 쫓아버리며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슬이. 광모가 좋아하던 굴참나무 숲길을 걸으며 저마저 울어버리면 광모가 정말 사라져 버릴까봐 마음껏 울지도 못하고 바람이 눈을 찔러 눈물이 나왔다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 위로 굴참나무 비가 내렸습니다.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집에 살았던 친구와 초등학교 내내 함께 짝꿍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전학 간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눈이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으로 이별을 경험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덜한 아픔일텐데도 무척이나 슬펐던 기억입니다. 내 여러 꿈 중에 작가라는 꿈 하나를 슬그머니 지우게 만든 글 잘 쓰던 친구도 생각이 납니다. 마음의 병이 깊어 결국 몸이 견디질 못해서 학교를 떠나게 됐던 친구의 이름 석자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한 계절 내내 마음 아팠던 기억도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이렇게 이 책 <광모 짝 되기>를 읽으며 지난 시절에 아프게 떠나보냈던 여러 명의 ‘최광모’를 만났습니다. 세월에 조금 무뎌졌지만 지워지진 않는 기억들인 걸 보면 이슬이도 굴참나무 아래서 바람소리를 들을 때면 광모를 떠올리겠지요. 슬픔과 울음은 잦아든 채 그리움만으로 추억할 날이 오겠지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문장과 우리말이 이렇게 예뻤었나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고운 말들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작가분의 30년도 훨씬 전의 짝꿍 광모가 따스하게 되살아났습니다. 따스한 아이였으니 많은 사랑 받을 것 같습니다. 닌텐도와 컴퓨터 게임으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고 풍족하게 자라서 버릇만 고약한 아이들이라는 편견이 슬슬 자리 잡아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 속에 최광모, 손이슬, 이원우 같은 녀석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 녀석들이라면 미래를 믿어보고 싶어집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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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9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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