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바와 사자 1 - 용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8
티에리 드되 글.그림, 염미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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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강렬하고 인상적인 그림에 먼저 놀라고,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세련되고 시적인 글에 놀란다. 이 강렬한 그림의 실체가 뭘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캔버스에 검정색 아크릴 물감을 묻힌 붓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이렇게 그리면 이 그림처럼 강렬한 느낌의 멋진 그림이 나온단 말인가. 처음 이 그림책을 보고는 말을 잃고 그림 감상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흑백으로만 그려진 이 그림을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나 한참을 들여다보니 도통 그 마음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야쿠바’와 사자 ‘키부에’의 깊은 눈동자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지금까지의 흑백 그림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두고 강렬하다, 독특하다, 충격적이다 라는 단어를 남발하게 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아주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내레이션이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멋진 화면을 잘 담아놓고 수다스럽게 설명하려 덤벼드는 내레이션을 들으면 모 통신사 광고처럼 ‘잠시 목소리는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주절주절 늘어지는 글이 따라간다면 함께 무덤 파는 격일 텐데 카리스마 팍팍 풍기는 멋진 그림에 글 또한 제격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림책을 읽어준다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나지막하게 읽어야 제 맛이 나는 하이톤을 거부하는 글이다. 극도의 긴장상황에서도 설레발  치는 법이 없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글이다.  

 

밤낮으로 잘 살필 것. 한눈팔면 끝이다.

숨 막히는 두려움이 다가오면

그림자는 무섭게 일그러질 것이다.

풀은 따갑게 할퀴고, 바람은 울부짖을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축제날, 전사가 될 소년들의 용기를 시험하는 날이다. 야쿠바는 홀로 사자와 맞서야만 한다. 마을 떠나 험난한 길을 걷고 또 걸어서 긴 시간을 숨어 기다려 드디어 사자와 대면한 순간, 야쿠바는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사자의 눈동자가 말을 한다. 밤새 사나운 적수와 싸우느라 힘이 바닥났으니 손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비참하게 죽인다면 뛰어난 남자로 인정받겠지만 살려준다면 스스로 고귀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는 거라고...그렇게 밤새 사자와 대면하고 있던 야쿠바는 아침이 되자 지쳐 쓰러진 사자를 남겨두고 빈손으로 마을로 향한다. 야쿠바의 친구들은 모두 전사가 되었지만 야쿠바는 마을 외딴 곳으로 보내져 가축을 지키는 일이 맡겨진다. 비겁한 승부로 남들에게 인정받는 전사가 될 것이냐,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될 것이냐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한 야쿠바의 눈빛은 진정한 용기를 가진 어른의 눈빛이다. 사자 키부에는 야쿠바가 지키는 가축들을 습격하지 않는 것으로 신의를 지킨다. 

Ⅰ,Ⅱ편으로 구성된 야쿠바와 사자 이야기는 처음 본 순간부터 그 독특함을 직감했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고나면 아이에게 질문을 잘 안하는 편인데 엄마에게는 매력적인 이 그림책이 아이에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아이의 의견을 꼼꼼히 물었다. “야쿠바가 지키는 가축들은 왜 사자들의 습격을 받지 않았을까?” “쓰러져 있는 사자에게 창을 꽂아야 했을까?” 제법 내용을 이해한 듯한 대답이 나온다. 후속 이야기가 있는데 읽어볼까 물으니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이 마음에도 들었던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Ⅰ편은 1994년에 Ⅱ편은 2007년에 출간된 그림책인데 한글 번역본으로 함께 만나볼 수 있으니 행운이다. Ⅱ편에서는 야쿠바와 사자 키부에의 재회가 그려진다고 한다. 궁금하다. 어서 빨리 손에 넣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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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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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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