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을 찾아간 소년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 14
백희나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구복여행설화’라고 불러야 할까? 복을 찾아 험난한 여행을 떠나 결국 깨달음을 얻거나 그 보상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들 중 하나다. 각 나라별로 이런 구복설화들이 넘쳐나고 우리나라에도 하늘나라 하늘님께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가 있다. 다만 이 이야기의 무대는 노르웨이라는 것과 단순히 운 없음을 한탄해 하늘님께 복을 받겠다고 떠난 게 아니라 북풍이 날려버린 오트밀 가루를 되찾아 오겠다는 야무진 각오로 길을 떠났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익숙한 주제의 이야기가 백희나의 일러스트로 한껏 멋을 부렸다.  ‘잉크를 찍은 펜촉으로 필름 위에 북풍의 모습을 그리고, 그 필름을 그림 위에 놓고 살짝 든 채 촬영하는 기법으로 입체적인 독특한 북풍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는 백희나표 북풍의 모습은 너무나 멋지다. 차갑고 냉소적이고 어쩌면 무자비하게 난폭할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과묵한 친절과 따스한 마음과 사람의 심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고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북풍의 모습을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서 표현해낸 독특하고 멋진 일러스트다.


사실, 나는 백희나의 작품 중 스토리의 창의성을 배제한다면 이 그림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물론 스토리의 창의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옛이야기를 재구성한 글이니 참신한 맛은 없다. 그러나 백희나 일러스트의 특징들이 죄다 담겨있는 세련된 느낌의 그림에는 첫눈에 빠져버렸다. 투명하고 반입체적으로 만든 북풍의 모습과 따스하고 정겨운 오린 그림들과 느낌이 살아있는 천 조각들이 은은한 배경 안에서 저마다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북풍이 오트밀 가루를 날려버리며 소년의 집 앞을 지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근사하다.

나이도 많고 몸도 허약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소년은 날마다 창고에서 오트밀 가루를 가져다 점심을 만든다. 어느 날 지나가던 북풍이 가난한 소년의 창고에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분명한 오트밀 가루를 날려버리고 만다. 화가 난 소년은 북풍을 찾아가 오트밀 가루를 돌려받겠다고 먼 길을 떠나고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북풍의 집에 도착한다. 북풍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용기내서 오트밀 가루를 받으러 왔다는 얘기를 하는 소년. 북풍이 날려버린 오트밀 가루가 없으면 어머니와 소년은 굶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북풍은 이미 어느 곳으로 날아가 버렸는지 모를 오트밀 가루 대신에 낡은 식탁보를 꺼내 준다. ‘식탁보야, 펼쳐져라. 한가득 먹을 것을 내놓아라.’ 주문을 외치면 음식을 한상 차려낸다는 요술식탁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여관에 들러 하룻밤을 잔 소년은 들뜬 마음에 어머니 앞에서 식탁보를 펼쳐 보이지만 요술 주문은 소용이 없었다. 쉽게 짐작되는 대로 바로 탐욕스런 여관주인이 바꿔치기를 한 것이었다. 까닭을 알 리 없는 소년은 다시 북풍을 찾아가 따지게 되고 북풍은 잠자코 금돈을 쏟아내는 늙은 양한마리를 소년에게 건넨다. 물론 이 양도 여관주인이 바꿔치기를 한다. 결국 북풍을 찾아가 마지막 선물을 받아오는데 멈추라는 말을 할 때까지 두들겨 패주는 지팡이였다. 물론 그 지팡이의 매질에 여관주인은 소년에게서 훔친 것들을 돌려주고 소년과 어머니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앞표지 안쪽 면지의 평범한 나무액자 속 소년과 어머니의 초라한 사진과 대비를 이룬 뒷표지 안쪽 면지의 고급스러운 액자 속 소년과 어머니의 행복한 얼굴의 사진으로 이야기의 결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잘 표현해낸 재미있는 이야기다. 요술을 부리는 북풍의 선물과 결국 혼쭐이 나는 여관주인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북풍을 찾아가 따져 물을 수 있는 소년의 용기를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들 곁에 놔줘도 부담 없이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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