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클로스와 나쁜 아이 명단
로렌스 데이비드 지음, 김희정 옮김, 델핀 듀란드 그림 / 킨더랜드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가을을 멀찌감치 쫓아내듯 일찍 들이닥친 추위와 강원도 산간에 내린 폭설 때문일까? 올해는 여느 해보다 서둘러 크리스마스 관련 그림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아주아주 멀고먼 롤리 폴리 산꼭대기 오두막집에 사는 하비 슬럼펜버거에게도 그 험난한 길을 가서 선물을 전해주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감동한 모양이다. 우리 집까지는 그리 험한 길도 아니니 당연히 선물을 전해주러 오실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그림책이었다. 몇 권의 산타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그림책들을 봤지만 아직까지 최고의 자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다. 이 책을 능가할 만큼 아이가 좋아할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찾는 게 11월과 12월에 엄마인 나의 큰 숙제다. 올해 첫 번째로 고른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피터 클로스와 나쁜 아이 명단>이다. 반응은 꽤 괜찮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산타클로스의 나쁜 아이 명단에 낄까봐 살짝 두려워하는 눈치다. “그런 일을 하면 나쁜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나는데 괜찮아?”라는 말이 아주 제대로 먹힌다. 그림이 친근하다 했더니 올해 여름에 읽었던 <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의 그림 작가다. 유럽권 작가들의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항상 이런 오류들이 있다. ‘델핀 뒤랑’과 ‘델핀 듀란드’는 같은 사람임에도 함께 검색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프랑스 사람이니 ‘델핀 뒤랑’이 맞을 듯한테 킨더랜드는 홀로 델핀 듀란드로 표기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다는 것은 세 살 아이도 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의 아들인 피터 클로스는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기준에 이의를 제기한다. 한 해 동안 124번의 나쁜 일과 123번의 착한 일을 한 미첼 플로트가 나쁜 아이 명단에 올라 선물이 없는 슬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거라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작년에 이어 피터 클로스 또한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르는 것에 항의의 여지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밤에 몰래 빠져 나와 사슴 썰매를 타고 날아가 미첼 플로트를 비롯한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른 아이들을 썰매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쁜 아이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제서야 산타는 한 가지라도 나쁜 일을 한 횟수가 많으면 기준에 의해서 나쁜 아이로 분류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을 다시 데려다 주면서 한사람씩 이유를 들어보고 서로 베풀고 돕는 마음을 보여서 착한 일로 나쁜 일을 갚는다면 나쁜 아이 명단에서 빼줄 것을 약속하게 된다.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른 아이들의 나쁜 짓은 귀여운 수준이다. 여동생을 원숭이라고 놀려댔다는 토비 몰리의 말에는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토비의 여동생은 정말 원숭이와 꼭 닮았다. 베티는 남동생이 옷을 안 입겠다고 하자 휴지로 몸을 칭칭 감았다고 하고, 미첼은 채소가 먹기 싫어서 엄마 구두 속에 몰래 숨겼다고 하는 정도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나쁜 아이 명단에는 피터 클로스 단 한명의 이름만 남았다. 모두의 예상처럼 나쁜 아이들 명단에 올라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뻔한 아이들을 도운 피터 클로스 또한 나쁜 아이 명단에서 지워진다. 이제는 북극의 산타 가족에게는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는 신나는 일만 남았다.

델핀 뒤랑의 그림책은 <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에 이어 두 번째인데 중심인물에게 쏠린 시선을 잠깐만 다른 곳으로 돌려보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넘친다. 전작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었는데 역시 이 책에서도 그런 요소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격무에 지친 사슴 하나가 길게 누워 잠을 자는데 요정 하나가 메가폰으로 잠을 깨우는 장면은 아이가 찾아내서 무척 즐거워한다. 산타클로스 가족 주변의 요정들과 개 고양이 토끼 새 같은 동물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다음 작품도 눈여겨 볼만한 작가로 찜해둔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언제나 따스하고 포근하고 행복한 느낌이다. 이 책도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는 그림과 이야기들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느낌을 준다. 모두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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