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간 공주님 그림책 도서관 41
잔느 윌리스 글, 유경희 옮김, 로지 리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른 맘대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나도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의 공주 라라가 참 부럽다. 빼곡하게 둘러싼 책들만큼이나 묵직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도서관에서도 빵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책장을 타고 올라가고 뛰어다니고 높이 있는 책을 꺼낼 때는 공중그네를 타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노래까지 부르는 라라처럼 한번쯤 규범에서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행동을 해보고 싶어진다. ‘제법 의젓 꼬마 나라’에 살았을 때부터 몸에 밴 규범과 규율이  ‘어른 맘대로 나라’에 와있는 지금까지 내게서 그런 재미들을 가져가 버린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든다. 주인공 라라의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 공주님 놀이가 ‘제법 의젓 꼬마 나라’로 넘어가기 전까지 조금 오래 지속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건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라라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라라의 엄마는 라라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라라는 엄마 말을 믿지 않는다.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의 공주님이라 굳게 믿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라라는 라라와 동생 꼬맹이를 돌봐주는 루루 언니와 도서관에 가게 된다. 하지만 요리사가 만든 빵이 제공되는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와는 달리 이곳 도서관은 음식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책장을 타거나 공중그네를 타며 책을 찾으러 다니는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와는 다르게 조용히 말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게다가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에서는 책을 빌려서 집에 가는 게 아니라 담요와 곰 인형을 껴안고 요정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면 된다. 급기야 도서관의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까지 부르게 된 라라... 도서관 사서 언니는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하는 수없이 우주인이 되고 싶은 어릴 적 꿈을 털어놓았지만 라라에게 책을 하나 들려 보내면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라라가 빌려온 <열대 지방의 질병>이라는 책은 재미가 있을까?^^

도서관 유아실에 가면 사서와 엄마들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큰 소리를 내도 안 되고 음식물을 꺼내놓고 먹어도 안 되고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도 제한을 한다. 쿵쾅거리며 뛰어다녀도 안 되고 떼쓰고 울어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저 조용히 얌전하게 앉아 책만 본다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내쫓지 않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만큼 아이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제약하는 곳이 드물 정도다. 어디 도서관뿐이겠는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공공장소에서도 아이들은 ‘하지 마라’ ‘안 된다’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으며 참는 법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면서 ‘제법 의젓 꼬마 나라’로 넘어간다.

안 되는 것들을 먼저 가르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의 재미를 우선하는 것도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며 나름대로 깨달은 방법이다. 서가 사이를 다니며 보고 싶은 책은 뭐든 꺼내 오라고 하는 것, 책을 보고 난 후에는 ‘읽고 난 후’ 책장에 꽂아두는 것, 책을 빌릴 때 회원증과 책을 아이에게 들려서 사서선생님께 드리는 것을 좋아해서 아주 멋지게 그런 일들을 해낸다. 큰소리를 낸다고 뛰어다닌다고 지적받는 단계를 자연스럽게 졸업하게 됐다.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에는 도서관 같은 건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라라는 아마도 다음번 도서관 나들이에서는 조금은 더 의젓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꼭 필요한 규칙과 질서에도 익숙해지며 그렇게 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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