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보먹보 호랑이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3
이진숙 글, 이작은 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를 논하면서 ‘호랑이’를 빼면 밋밋해진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 천하무적 최강자임에도 옛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어리석게 때로는 신성한 존재로 때로는 정감 있게 등장한다. 신성한 존재로 부각되는 이유는 예로부터 호랑이는 하늘의 뜻을 전하는 존재로 여겨졌다는 설(說)도 있고, 이야기 속 호랑이가 사람이나 힘이 약한 동물들에게 통쾌하게 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강자와 약자의 관계, 양반과 평민의 관계를 역으로 풍자해서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웃음 속에 날려버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한다.

두 돌 무렵 성급하게 권했던 전래를 다른 책들에 비해서 푸대접을 하던 아이가 전래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호랑이에게 있었다. 동물을 싫어하고 더욱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는 더 싫어해서 옷이나 책을 고를 때도 꺼리는 게 많았었는데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옛이야기를 처음 접하고는 전래동화를 줄기차게 읽고 있는 중이다.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좀 더 많은 책을 소개하려고 분주하게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동화를 찾던 중 레이더에 딱 걸린 한솔수북의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시리즈. 신기한 호랑이, 은혜 갚은 호랑이, 벌 내리는 호랑이....꾸준히 계속 되고 있는 시리즈다. 이 책 ‘떡보먹보 호랑이’는 우스운 호랑이 이야기다.

보림의 ‘이래서 그렇대요.’처럼 동물의 생김새에 대한 유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생김새에 대한 유례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것쯤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구어체로 서술된 글은 읽어주기에도 맛깔스럽다. 옛이야기가 아닌 척 ‘어제였대. 호랑이가 두꺼비한테 된통 당했대....’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재미있게 술술 잘도 읽힌다. 여우랑 두꺼비랑 함께 술래잡기를 하다가 배가 고파진 호랑이는 팥고물 찰떡을 만들어 먹자고 말한다. 서로 도와가며 찰떡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욕심이 생겨버린 호랑이는 혼자 다 먹어버리기 위해서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기를 제안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른이 다 먹기로 하지만 호랑이의 거짓말에 꾀를 낸 여우와 두꺼비에게 보기 좋게 당하고 만다. 혼자 다 먹어버리려다 눈앞에서 떡을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한 호랑이는 예정에 없던 두 번째 세 번째 내기를 제안하고 결국 머리 나쁘고 몸집만 커다란 호랑이는 두꺼비에게 연달아 보기 좋게 당하고 만다. 찰떡은 두꺼비의 차지가 되고 두꺼비가 먹다가 떨어뜨린 팥고물을 두꺼비 등에다 뿌리고 “그래, 너나 실컷 다 먹어라!”고 씩씩댔다는 이야기다. 눈치 챘겠지만 그 뒤로 두꺼비 등은 팥고물 때문에 우툴두툴해졌다고 한다.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여우와 두꺼비에게 당하는 호랑이 모습은 역시 통쾌하다. 서로 나이가 많다고 견주는 장면과 달리기 시합에서 날쌘 호랑이를 속이고 두꺼비가 이기는 장면은 역시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한 이야기지만 옛이야기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 시리즈는 현재 네 권이 나와 있다. 아이는 ‘하얀 눈썹 호랑이’와 ‘떡보먹보 호랑이’를 조금 더 즐겨 읽는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아마도 야금야금 사서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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