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가 집을 찾았어요! 꼬맹이 마음 34
조너선 에밋 글, 레베카 해리 그림, 박현이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여럿 모인 곳에서 내 아이를 관찰하다보면 아이의 성향이 제대로 드러난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곳에도 서슴없이 올라서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산스레 움직임이 많은 아이와 행동반경이 좁고 매사에 조심스럽고 꼼꼼하고 집중하는 아이라면 한 앵글 안에 잡기도 힘들 거다. 내 아이가 후자에 속하는 편이라 너무 조심스럽고 겁이 많은 편이라서 늘 반대 성향의 아이들을 부러워하듯 반대성향의 아이를 둔 엄마들은 또 그렇게 내 아이를 부러워하는 경우를 만난다. 적당하게 섞여주면 좋으련만 표준입맛에 맞춘 정해진 래시피대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공산품 조리음식도 아니고, 아이의 성향이란 것이 육아와 교육 등의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더하고 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어서 크게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기본틀이 되는 성향에다 반대되는 기질들을 살짝 얹어주는 정도의 시도를 꾸준히 병행해줘야 한다는 걸 늘 신경쓰는 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아기오리들 중 제일 막내인 ‘루비’는 영락없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다. 덤벙거리지도 않고 의자 높이 이상 되는 곳에는 절대 올라가는 법이 없고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에서 괴성을 지르며 노는 아이들을 그저 벤치에 앉아 바라보다가 가장자리 키 작은 물줄기에 겨우 손이나 적시는 아이다. 심지어 주변에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그러다가 다친다. 조심해”하며 참견을 할 정도다. 언니 오빠들인 루퍼스, 로리, 로지, 레베카가 엄마 아빠가 잠든 틈을 타서 집을 나서서 모험을 떠나면서 앞만 보고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 대한 기대를 호기심으로 밀어붙이는 편인데 반면 루비는 어쩔 수없이 따라나선 길이지만 특유의 집중력과 꼼꼼함으로 모험의 여정을 즐긴다. 그렇게 발견한 햇빛에 빛나는 폭포와 황금물고기, 보라색 수련, 날아다니는 잠자리, 강 둑의 버드나무는 결국 위험에 처한 모두를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섯 아기오리들은 아마도 서로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씩 보충해가며 성장해 갈 것이다. 언니 오빠 오리들은 루비의 신중함을 모험심 위에 더할 테고, 루비는 익숙한 세계에서 새로운 세계로 한발짝 떼어볼 수 있는 용기를 신중함 위에 보태게 될 것이다. 아기오리들을 찾아나선 엄마 아빠 오리와 언니 오빠 오리들보다 앞장서서 집으로 향하는 루비의 모습을 보면서 루비와 닮은꼴인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날이 꼭 오기를 바래본다.

아기오리들이 낯선 곳에서 천둥 번개와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마저 잔잔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는 차분하고 단순하다. 행동은 조용하고 신중한 편이지만 극적이고 숨가쁘고 모험과 기발함이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좀 단조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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