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자전거 날쌘돌이
다바타 세이이치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선 참 재미있다. 책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받아든 책이라서 큰 기대는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번 읽기를 반복하는 다섯 살 아들이 잠든 후에도 슬며시 다시 책을 넘겨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지구환경보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자원재활용을 다루고 있는 주제에 곁들여서 유끼짱과 겐지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쌩쌩해진 날쌘돌이가 아프리카로 향하는 길에서 해적선을 만나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든지 아프리카에서 마을 보건소 산파인 모샤 아주머니의 발이 되어 아이의 탄생에 일조를 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덩달아 호흡이 가빠질 정도의 긴장감과 더불어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그리고 세심하고 꼼꼼하게 그려진 흑백그림과 화려한 컬러로 교차된 그림은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특히 화려하고 선명한 색깔의 아프리카 풍경은 아프리카의 실제모습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물론 아프리카를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본그림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인데 우리네 모습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정서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이 책속에 뜨거운 물을 끓여 해산 준비를 하는 산파의 모습에서 아프리카의 출산과정이 우리네 5,60년대쯤의 시골 풍경처럼 느껴지며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아마도 일본작가라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침 이 책을 읽게 된 즈음해서 아이가 생명의 탄생에 대해 궁금해하며 자신이 태어난 병원 이름을 외우고 엄마아빠가 출생한 병원이름을 묻고 할머니가 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날쌘돌이의 이야기와는 별도로 산파에 대해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또 하나. 언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의 단어장에 영어와 프랑스어에 이어 아프리카어도 등장을 했다. 쟘보(안녕), 아산티 사아나(정말 고마워!),츠이마(희망)...<고물자전거 날쌘돌이>는 몇 줄의 글로는 칭찬이 부족하다. 이렇게 주절주절 수다가 늘어질 정도로 많은 화제를 준 고마운 책이다.          

버려진 고물자전거를 수리해서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의료봉사단에게 전해주는 여정을 작가가 함께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1988년부터 해왔던 일이라 하고 우리나라도 여러 단체에서 자전거 나눔운동 하고 있다고 한다. 길가에 오래 방치된 자전거, 또 앞으로 아이가 타다가 못쓰게 될 자전거들을 이제는 쉽게 넘기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소망 하나 품어본다. 내 아이가 쓰레기장에 버려져서도 아직 힘차게 달릴 수 있다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날쌘돌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기를, 유끼짱이나 겐지할아버지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따스함을 지니기를, 모샤 아주머니처럼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해본다.


<고물자전거 날쌘돌이>를 보며 또다시 든 생각.

이 책은 겉표지에 겉표지와 똑같은 그림의 커버가 씌워져있다. 안쪽날개에는 작가의 약력과 카피문구 몇 줄이 있다. 성인들의 양장본 책들에도 흔하긴 하지만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아이들이 반복해서 읽는 그림책인 경우는 이 커버가 참 불편하다. 어떤 책의 경우는 이 커버 날개에 적힌 작가 약력이 책 속에는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는 이런 그림책을 만나면 우선 초콜릿 포장지 벗겨먹듯 껍질을 까고 책만 들고 본다. 할 수없이 아이가 어느 정도 재미를 잃을 때까지 커버를 벗겨서 따로 보관했다가 다시 씌워놓곤 한다. 어차피 그림책의 대부분은 페이퍼백도 아닌 양장본인데 굳이 겉표지에 커버까지 씌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아이가 너무 즐겨 읽어서 이곳저곳이 때 묻고 낡고 테이프로 수술한 자국이 지저분해도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은 소중한 책이니 그 모습 그대로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커버를 덧씌운 그림책을 보면 항상 들던 생각이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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