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붕어빵 아들

아빠는 1등만 했대요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6
노경실 지음, 김진화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7월

틈만 나면 벌러덩 누워서 뒹굴고, 책은 읽다가 어느새 베개로 사용하고, 줄넘기는 백번도 못하고 똥배 나온 아빠는 우리집에도 한 명 있다. 아마 어느 집에나 이런 모습 비스름한 사람이 한명씩은 살거다. 다행히 우리집 대장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편이라 아이에게 허풍을 치지는 않는다. 받아쓰기가 백점은 아니었어도 빵점은 절대 받은 적은 없었다 하고, 책은 교과서 말고는 별로 읽지 않았다고 순순히 시인을 하면서 그래도 엄마가 책을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아이를 위로한다. 그러면서도 여자 애들한테 인기는 정말 많았었다고 하니 그건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확인해 볼 일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여자동창들 모임에 꼬박꼬박 불러내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아빠와 쏙 빼닮은 현호는 어렸을 때 뭐든 일등만 했다는 아빠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 아빠의 어린시절을 볼 수있는 타임머신을 만들기로 한다. 그 재료들이란 게 아빠 어릴 적 사진, 카세트 테이프, 거울, 옷걸이, 종이테이프, 전선줄,...재밌는 발상이다. 아빠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보게 된 현호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역시 나는 아빠를 쏙 빼닮은 아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타임머신을 만들어 아빠의 비밀을 밝혔으니 아빠보다 조금은 더 똑똑하다는 사실에 아빠에게 살짝 미안해 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이는 현호만큼이나 아빠의 어린시절이 궁금했었던 모양이다. 매 장면마다 현호아빠의 말이 끝나면 똑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던지고 대답을 듣고 오느라 엄마아빠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분주했다. 아빠의 과거 모습은 오래된 앨범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교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난로와 그 위에서 보글보글 끓던 주전자도 정겹고, 다리가 달려있고 미닫이 문이 달렸던 오래전 TV도 반가웠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서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나저나 잡동사니들 모아서 타임머신 만든다고 하지 않을런지 모르겠다.

나는 요즘 아빠에게 데면데면 굴던 아이와 아이를 끔찍하게 예뻐하지만 놀아주는 방법을 몰랐던 아빠를 서로 친하게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우리 아빠가 최고야>, <아빠와 아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이런 책들을 꾸준히 아이에게 소개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책 <아빠는 1등만 했대요> 역시 그런 책들 옆에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다. 지금도 리뷰쓰기를 핑계로 음료수와 얼음물과 이것저것 챙긴 가방 하나 들려서 아빠와 아들을 근처 공원으로 쫒아냈다. 처음엔 엄마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으려던 아이가 이제는 아빠 손잡고 둘만의 외출도 재미있어한다. 땀범벅이 되도록 뛰어놀고 들어와서 둘이서 샤워를 즐긴다. 처음엔 서툴던 아빠의 손길도 이젠 제법 아이가 편안해하는 경지까지 됐다. 그렇게 부자간의 돈독한 정을 쌓으며 친구처럼 지낼 것이다. 아빠와 아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