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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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이토록 영화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 줄 몰랐다.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잠시, 한 장 넘길 때마다 새어 나오는 위화감, 예측을 배반하는 반전, 그리고 기묘할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읽는 이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유키 신이치로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풀어낸, 매우 컨템포러리한 단편집이다.

이 책은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무대는 특별하지 않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데이트 앱에서의 만남, 온라인 회식,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이물감이 점점 자라나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특히 <#퍼뜨려주세요>는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사건의 시작이 어디였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독자를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포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그 밖에도 <매칭 어플>은 만남이라는 설렘 뒤에 감춰진 어두움을, <삼각간계>는 비대면 관계 속 위선과 본성을, <판도라>는 SNS를 통해 연결된 낯선 관계의 위험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작가의 서술 방식은 무척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 전개’보다 ‘차분한 불안’을 택하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더욱 깊은 몰입과 오싹함을 안긴다. 변화구 없이 정통에 가까운 구성임에도, 결말에 이르렀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히 날카롭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읽은 책이었다. 매 편마다 깔끔하게 배치된 복선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허물고, 아주 다른 진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건의 실체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온다. ‘조금만 집중했더라면’ 알 수 있었던 복선들이 떠오르며, 다시 첫 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기분. 반전이 단순히 트릭으로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가 가진 단면(욕망, 관계, 고립, 왜곡된 소통)을 통찰하게 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했지만, 책을 덮은 뒤엔 묘한 여운과 질문이 남았다. “나는 과연, 진상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술과 문화, 관계의 풍경을 아주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불안과 충돌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 책을 접한 경우다.​


현대라는 배경이 도구가 되는 순간, 미스터리는 훨씬 더 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다. 당신도 이 반전의 게임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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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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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40년 가까이 '히가시노'라는 장르를 만들어온 작가다.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치밀한 전개, 사람의 내면을 흔드는 묘사, 그리고 언제나 예상 너머에 있는 반전. 하지만 『가공범』을 펼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은 다르다.’



도도 야스유키 부부의 자택이 불에 타고, 그 안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모두가 불에 의한 사고사라 추측하지만, 사건은 곧 타살로 밝혀지고, ‘가공의 범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방향은 완전히 뒤틀린다. 사건의 실체를 파고드는 주인공 고다이 쓰토무는 히가시노의 이전 작품 속 탐정들과는 결이 다르다. 똑똑하거나 특출난 능력이 아니라, 묵묵히 발로 뛰며 사람을 만나고, 천천히 진실에 가까워지는 평범한 형사다. 그러나 바로 그 ‘평범함’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설득력이기도 하다.



고다이의 여정은 일본 전역을 넘나드는 장거리 수사로 이어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현실에 발붙인 사람들이다. 화려한 반전보다 더 인상 깊은 건, 그들이 품은 사소하고도 깊은 감정이다. 이 책의 반전은 대단한 트릭이나 전율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감정의 납득이다.



처음에는 히가시노 특유의 긴박한 전개를 기대했다. 그런데 말이다. 책을 덮었을 때 내게 남은 것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나는 얼마나 누군가의 진심을 곡해하고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공범』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주 은밀하게 말을 건다. "진실이란 언제나 누군가의 시선 속에 왜곡되어 있다"고. 그렇기에 우리는 더 자주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고, 감정의 이면을 헤아려야 한다.



이 책은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는 깊이 있는 감정선과 진실 탐색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히가시노의 기존 추리물 팬보다는, 사람의 심리와 사회적 맥락에 관심 있는 독자, 혹은 미스터리를 넘어서 삶의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하고 싶은 것’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조용한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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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어휘 사용법 - 세련되게 말하고 쓰게 되는 어휘력 비밀 수업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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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알긴 아는데… 입에서 맴돌기만 하고 결국 ‘그냥 그거 있잖아’ 하고 말아버렸다.” 익숙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버벅였던 기억, 아마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상의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단어들, 내가 써왔다고 생각했던 말들에 대해 묻고,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물음은 곧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나는 어떤 어휘로 나를 표현하고 있는가.


책은 읽기, 말하기, 쓰기라는 세 갈래의 축을 따라 체계적인 어휘 훈련을 제안한다. 흥미롭게도 그 방식을 ‘어휘력 PT’라고 표현하는데, 몸풀기부터 유산소·근력·지구력까지, 실제 운동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들 하지만, 정작 단어 하나를 정확히 쓰는 법, 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단어를 찾는 법은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그 간극을 꽤 정밀하게 짚어낸다.



읽는 내내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아, 이렇게 훈련할 수 있구나”였다. ‘모르는 단어를 아는 단어로 바꿔 보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금지어 지정해서 일기 쓰기’, ‘낡은 말 버리고 새말 찾기’ 등은 일상에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작고 유쾌한 훈련들이었다. 무엇보다 어휘력을 단순히 시험 점수나 교양의 척도로 보지 않고, 관계, 일, 자존감, 그리고 나의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다루는 시선이 좋았다. 어휘는 결국 나를 대신해 말하는 ‘태도’이자, 나를 설명하는 ‘언어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책이 전하려는 핵심 중 하나는 “어휘는 삶의 이미지다”라는 메시지였다. 누군가의 말투를 듣고 우리는 그 사람을 단정짓는다. 세련됨, 품위, 똑똑함, 따뜻함 같은 인상은 그가 고른 단어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어휘의 양을 늘리는 걸 넘어, 내 언어 습관의 결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꽤 진지하고 실용적인 제안서를 건넨다.



누군가 내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거 같다. 감정 표현이 서툴러 답답한 적이 있었던 사람,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좀 더 정확하고 깔끔한 언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는 자신에게 지쳐본 사람, 그리고 글쓰기나 강의를 통해 말이 직업이 된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9주간의 트레이닝, 짧지 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한 ‘작은 훈련’이 쌓여 말과 글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일단 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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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다음 세대 목회 트렌드 -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한 대안적 지침서
김영한 외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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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가고 싶다면 오랫동안 배워야 합니다.


목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교회와 다음 세대를 위한 목회는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배움의 여정에서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에게 귀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2.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Chapter 1 : 노하며 표류하는 노마드(Nomad) 다음 세대

Chapter 2 : 시대 흐름에 길을 잃어 가는 다음 세대

Chapter 3 : 혼란스러운 이단 2세, 다음 세대

Chapter 4 : 흔들리는 교회 학교, 흔들리는 다음 세대

Chapter 5 : 우울장애, 공황장애에 노출된 다음 세대

Chapter 6 : 구조적 모델을 찾는 다음 세대

Chapter 7 : 대안이 없는 시대, 대안적 교회와 다음 세대



3. 책의 각 챕터마다 담긴 깊이와 내용의 질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시대마다 여러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려는 책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해결책을 하나 내지 두 가지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약물치료나 전문가 상담, 혹은 신앙적인 접근에 그칩니다. 그러나 <2025 다음 세대 목회 트렌드>는 달랐습니다.



4. 책의 내용 중에는 제가 경험하거나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떤 부분은 과거 지인의 어려움을 떠올리게 했고,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내용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깊게 남습니다.



5.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은 점은 저자들의 절박함과 진정성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거나 통계만 나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양한 관점에서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특히, “심폐 소생술이 필요하다”는 표현은 한국 교회의 현실을 절실히 드러냅니다. 그런 저자들의 메시지는 제게 골든 타임을 놓쳤어도 지금이라도 행동해야 한다고 울립니다.



6.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다음 세대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정체성과 신앙을 깊이 있게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 목회자가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은 가정과 교회의 연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7. 무엇보다도 저에게 가장 강렬했던 메시지는 “나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입니다. 겉보기에 이기적이고 목회자가 해서는 안 될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 시 산소호흡기를 자신에게 먼저 착용하고 주변을 돕는 것이 원칙이듯, 내가 먼저 건강해야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합니다.



8. 마지막으로, 저는 이 책이 모든 목회자, 사역자, 그리고 부모들에게 꼭 읽히길 바랍니다.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책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교회의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 주변 목회자들에게는 꼭 추천하여, 그들의 손에 이 책이 들려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오늘 포스팅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각각 다루기보다는, 제게 강렬하게 다가온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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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장대은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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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5월 16일,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10일, 이 작품은 한국 문학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7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인간의 폭력성과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한 여성이 육식을 거부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세 인물의 시점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2. 장대은 저자의 <크리스천 채식주의자>는 이 작품을 신앙적 시각에서 새롭게 살피며, 신앙과 문학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특별히 이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통해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3. 소설 속 주인공 영혜의 고통과 소외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의 선택과 다름을 존중하기보다는, 우리의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자유를 억압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4. 책을 읽으며 제가 돌아볼 수 있었던 건, 두 가지입니다.


5. 첫째, 균형에 대한 논의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신앙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공동체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반대쪽으로 치우치면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가 억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대화와 성찰, 그리고 상호 존중이 필수적입니다.


6. 둘째,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야 한다는 궁극적인 비전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고난은 종종 우리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은 사랑과 섬김임을 강조합니다. 기도와 간구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나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앙 여정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임을 일깨웁니다.


​7. <크리스천 채식주의자>는 단순한 문학 비평서를 넘어, 신앙의 깊이와 넓이를 새롭게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폭력성과 편견을 내려놓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사랑과 연민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8. 이 책을 통해 많은 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이 속한 신앙 공동체를 성찰할 기회를 얻기 바랍니다. 나아가 끝없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과 섬김의 길을 걸으며, 더욱 성숙한 크리스천되길 소망합니다. 샬롬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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