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어휘 사용법 - 세련되게 말하고 쓰게 되는 어휘력 비밀 수업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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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알긴 아는데… 입에서 맴돌기만 하고 결국 ‘그냥 그거 있잖아’ 하고 말아버렸다.” 익숙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버벅였던 기억, 아마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상의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단어들, 내가 써왔다고 생각했던 말들에 대해 묻고,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물음은 곧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나는 어떤 어휘로 나를 표현하고 있는가.


책은 읽기, 말하기, 쓰기라는 세 갈래의 축을 따라 체계적인 어휘 훈련을 제안한다. 흥미롭게도 그 방식을 ‘어휘력 PT’라고 표현하는데, 몸풀기부터 유산소·근력·지구력까지, 실제 운동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들 하지만, 정작 단어 하나를 정확히 쓰는 법, 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단어를 찾는 법은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그 간극을 꽤 정밀하게 짚어낸다.



읽는 내내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아, 이렇게 훈련할 수 있구나”였다. ‘모르는 단어를 아는 단어로 바꿔 보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금지어 지정해서 일기 쓰기’, ‘낡은 말 버리고 새말 찾기’ 등은 일상에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작고 유쾌한 훈련들이었다. 무엇보다 어휘력을 단순히 시험 점수나 교양의 척도로 보지 않고, 관계, 일, 자존감, 그리고 나의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다루는 시선이 좋았다. 어휘는 결국 나를 대신해 말하는 ‘태도’이자, 나를 설명하는 ‘언어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책이 전하려는 핵심 중 하나는 “어휘는 삶의 이미지다”라는 메시지였다. 누군가의 말투를 듣고 우리는 그 사람을 단정짓는다. 세련됨, 품위, 똑똑함, 따뜻함 같은 인상은 그가 고른 단어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어휘의 양을 늘리는 걸 넘어, 내 언어 습관의 결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꽤 진지하고 실용적인 제안서를 건넨다.



누군가 내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거 같다. 감정 표현이 서툴러 답답한 적이 있었던 사람,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좀 더 정확하고 깔끔한 언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는 자신에게 지쳐본 사람, 그리고 글쓰기나 강의를 통해 말이 직업이 된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9주간의 트레이닝, 짧지 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한 ‘작은 훈련’이 쌓여 말과 글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일단 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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