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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입문 ㅣ SSiST 조직신학 시리즈
제러미 트리트 지음, 강대훈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24년 7월
평점 :
십자가는 익숙하다. 교회 안에서도, 설교 속에서도, 개인의 신앙 언어 안에서도 늘 중심에 있다. 그런데 정작 "속죄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선뜻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죄 사함, 대속, 화해 같은 단어들은 떠오르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지는 흐릿하다. 어쩌면 우리는 십자가를 너무 자주 말하면서도, 충분히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속죄 입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속죄를 성경 전체의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이 어떤 방식으로 죄와 죽음을 다루고 창조 세계를 새롭게 하는지를 차근차근 따라가게 한다. 에덴에서 시작해 하나님 나라로 이어지는 이야기 안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속죄를 '한 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통합된 구원의 성취’로 풀어낸다.
전통적으로 속죄는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화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저자는 이 이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범위를 더 넓힌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개인의 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깨어진 관계들 전체를 다시 엮는다.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더 나아가 하늘과 땅의 화해까지. 십자가는 중심이지만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예수의 전 생애와 사역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읽으면서, 속죄 교리를 지적인 논의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다. 저자는 반복해서 말하는 게, 이 책의 목표는 신학적 훈련이 아니라 제자도라고 한다. 속죄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아래로 다시 나아가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초대한다. 그렇게 방향을 제시한다.
또 하나 의미 있었던 부분은, 속죄를 둘러싼 두 극단을 조심스럽게 피해 간다는 점이다. 하나의 속죄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도, 여러 관점을 나열하기만 하는 느슨한 다원성도 경계한다. 대신 각 차원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 준다. 덕분에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체 그림을 놓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이 책이 속한 SSiST 조직신학 시리즈의 방향도 인상 깊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것이 단순한 것으로 변질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교리를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성경의 맥락 속에서 풀어 삶으로 이어지게 한다. 아직 번역된 책이 이 한 권뿐인 듯 해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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