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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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갔다 돌아오면,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남는다. 그날의 일들은 지나갔는데, 마음은 제자리에 남아 나를 붙잡을 때가 있다.

나는 늘 일기를 쓰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붙잡고 이야기하기에는 멋쩍은 이야기들, 이해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감정들, 마음에 담아두기에는 버거운 눈물들을 일기에 쏟아냈다. 일기를 쓴다고 감정과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음 한 구석에 잘 개켜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았다. 성경과 신학, 양육과 사역 관련 책들로 에세이는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다 오늘 한 청년의 권유로 서점에 갔고, 에세이 코너에서 이 책을 골랐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펼친 에필로그 첫 문단에서, 지나온 내 마음 한 켠을 보게 되었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는 임상심리사가 되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했던 저자가 퇴사 이후 자신의 마음을 기록하며 그려온 그림일기를 엮은 책이다. SNS 연재로 많은 공감을 받았던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들을 골라 담았다. 책은 ‘버리다, 찾기 위해’, ‘느끼다, 여기에서 나답게’, ‘자란다, 잘하고 있으니까’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삶의 속도를 멈추는 자리에서부터,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다시 자라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과장하지 않는 데 있다. 그림은 소박하고, 문장은 담담하다. 그러나 그 담담함이 오히려 여운을 길게 남긴다. 우리는 흔히 ‘힘내라’는 말에 쉽게 지치지만, 이 책은 그런 말 대신 오늘 마음이 어떤지 묻는다. 사실 여기까지는 여느 에세이처럼 뻔하다. 하지만, 읽는 시기에 따라, 이 질문은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남들의 속도에 맞춰 달리다 지친 사람,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말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거창하지 않다. 퇴사를 결심한 이후 느꼈던 불안, 가족과의 거리감, 잘 지내고 있는 척하다가 문득 무너져버리는 순간들. 저자는 자신의 약한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이 책을 지탱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다 여러 번 밑줄을 그었다. 나 역시 때때로 감정을 글로 남겨 왔었던 사람이라, 저자의 기록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동안 일기를 쓰며 마음을 정리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마음을 덮어두는 데 더 익숙했는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다는 말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핑계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지키는 일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오늘의 기분을 미루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도 그대로 마주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삶의 방식에는 선을 긋는다. 그 태도가 내게는 작은 도전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느낀 편안함이 오래 남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구성, 중간중간 놓인 그림들, 그리고 짧지만 밀도 있는 문장들. 신앙서적이 주는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읽어본다.

잠시 속도를 낮추고 자기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럴 필요가 있는가. 추천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뎠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의 편에 어떻게 돌아보았는지 물어보라.

바쁘게 살아가느라 감정을 밀어두고 있는 사람, 늘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지쳐 있는 사람,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 마음, 내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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