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 다시 시작하기 - 내 신앙의 진단 키트
차성진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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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라는 말을 얼마나 익숙하게 써왔던가.

그러면서도 정작 ‘내가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붙잡아 본 기억은 많지 않다. 믿음을 점검해보는 일은 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믿음의 기준’이라는 말 앞에서 순간 생각이 멈춰 버렸다. 모태신앙, 다시 시작하기. 오래 있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한 자리, 오래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 이 책은 그 무심함을 조용히 흔들어 깨우는 책처럼 내게 다가왔다.



책은 먼저 믿음의 기준부터 다시 묻는다.

내가 생각해온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믿음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어딘가 굳건하다고 여겼던 기초가 살짝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믿음을 감정이나 습관처럼 여겼던 시절, 교회라는 공간의 익숙함이 곧 신앙이라고 착각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책은 그런 착각의 층을 한 겹씩 벗겨내며, 믿음이 '무엇'이 아닌지 짚어가고, 결국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읽다 보면 유난히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구원을 알고 있다고 해서 믿는 것은 아니라는 말, 오랜 시간을 교회 안에서 보냈다 하더라도 마음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직 출발선에 서 있을 수 있다는 말. 그 문장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책을 덮고 나를 진단해 본다. 그러면서 구원을 이해하는 일이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아는 것과 믿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고, 나는 그 경계를 온전히 지나왔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책의 구조 역시 흥미롭다.

잘못된 기준들을 드러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내 상태를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무관심한 상태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무지의 자리라면 어디에서부터 배워야 하는지, 마음 깊은 곳에 불신이 자리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차근히 짚어준다. 신앙의 흔들림을 추상적인 ‘위기’로만 말하지 않고, 실제로 걸어 나갈 수 있는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마치 오래 방치해 둔 방을 조금씩 정리하듯, 믿음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추천의 글’을 보면 이 책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들의 찬사 대신, 중학생부터 청년, 교사, 리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도의 짧은 고백들이 첫 장을 채우고 있다. 책의 가치를 말해주는 목소리를 화려한 권위가 아니라 실제 신앙의 자리를 고민하는 이들의 언어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QR 코드를 통해 독자의 감상을 받고, 좋은 글은 개정판에 실을 수 있다는 안내는 이 책이 하나의 완성된 선언문이라기보다, 계속 이어지는 대화로 열려 있다는 인상을 더욱 강하게 남긴다.



책을 덮고 나니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믿음을 오래 가졌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도, 아직 출발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익숙함 아래 숨겨져 있던 빈틈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초를 놓도록 조용히 등을 떠민다. 무엇보다 신앙이란 결국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겸손하게 다시 돌아오는 것’에서 언제든 새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믿음이 흐려진 듯 느껴지는 사람, 신앙의 중심을 다시 붙들고 싶은 사람, 오랫동안 교회 안에 있었지만 마음은 제자리에 멈춰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서둘러 읽기보다, 저자의 문장을 따라 천천히 이해하며 자신의 상태를 진단해본다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 그렇게 걸음을 맞추다 보면, 저자가 반복해서 들려주는 한 문장이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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