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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안에 사로잡아라 - 영상스토리텔링의 법칙 with AI
김정수 지음 / 비욘드북스 / 2025년 9월
평점 :
“5초 안에 사람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그 영상은 잊힌다.”
요즘 콘텐츠 시장을 설명하는 이보다 더 정확한 문장이 있을까.
영상은 이제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사람들은 글보다 영상을 더 오래 보고, 이미지는 말보다 빨리 마음에 닿는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5초 안에 사로잡아라』는 그 어려움의 현장에서 오래 고민해온 한 프로듀서의 기록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다큐멘터리 3일〉, 〈생로병사의 비밀〉. 제목만 들어도 장면이 떠오르는 프로그램들, 그 뒤에는 김정수 PD가 있었다. 그는 30여 년간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화면으로 삶을 기록하며 배운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영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완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스토리의 구조를 짜는 법, 장면을 연결하는 리듬, 화면에 감정을 입히는 방법이 실제 사례와 함께 이어진다. 흥미로운 건, 그 모든 과정에 ‘AI’라는 새로운 동료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정수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감성을 대신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파트너로 그린다. 시놉시스를 정리하고, 구성안을 보완하며, 때로는 편집의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로서 AI를 다루는 그의 시선에는 확신보다는 호기심이 묻어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영상이라는 매체가 단지 기술이나 장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한 장면을 설계할 때 필요한 것은 카메라보다 시선이고, 편집을 결정짓는 건 기술보다 감정이다. 저자는 “훅(hook)은 첫 5초 안에 결정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자극적인 시작을 뜻하지 않는다. 짧은 순간 안에 시청자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힘, 그게 진짜 훅이다.
읽는 동안 마치 다큐멘터리 한 편을 따라가는 듯했다. 화면 뒤의 숨은 설계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보였다. 특히 다큐와 예능, 영화와 광고, 그리고 숏폼과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시선이 인상 깊었다. 장르가 달라도 결국 핵심은 같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들리게 할 것인가.’ 김정수는 그 답을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찾는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나의 5초’였다. 강의 영상, 쇼츠, 프레젠테이션 한 장면 속에도 작은 서사는 존재한다. 보는 사람이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 책이 조용히 일깨워준다.
영상으로 말하고 싶은 사람,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발견할 것이다. 무엇보다 영상과 이야기가 만날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자, 지금 당신의 ‘5초’는 어떤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