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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홍광수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6월
평점 :
1. 넷플릭스와 유튜브,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시대에 교회는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복음을 전하자”고 말하지만, 정작 세상은 그 말을 듣지도 않을뿐더러 기독교를 불편하고 위험한 이미지로 기억한다. 과연 지금 기독교는 무엇으로 말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런 시대에 던지는 정직하고 아픈 질문이다..
2. <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는 그리스도인이 미디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묻기 전에, 오늘날 교회가 왜 미디어 안에서 무기력한 이미지로 전락했는지를 먼저 짚는다. 단순히 콘텐츠를 분석하거나 미디어를 경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기독교, 반복적인 언어와 수사로만 말하는 교회, 그리고 세속 미디어 안에서 왜곡되어가는 복음의 이미지. 이 책은 그 근본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3.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기독교가 이미지를 제압당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언어는 언제나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접하는 이미지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하며, 편견을 굳힌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미디어 속에서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끄집어낸다. 혐오, 확증편향, 위선, 비논리.. 지금 대중문화는 기독교를 그런 모습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인식 안에서 기독교는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4. 하지만 그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여전히 자기 말만 반복하는 데 머무른다. 왜곡된 이미지를 해명하거나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내부의 언어를 통해 내부의 사람들만을 향한 메시지를 되풀이한다. 저자의 말처럼 “기독교는 유사한 메시지를 재방송할 뿐이다.” 그 말이 꽤 오래 가슴에 남았다.
5. 책은 이런 현실 앞에서 ‘새로운 언어’를 요청한다. 화려한 미디어 전략이 아니라, 이 시대의 코드와 정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감각, 상상력, 그리고 성경적 해석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대안적 언어다. “시대에 맞는 이야기 방식을 택하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전하고자 하는 복음이 진리라면, 그것을 어떤 그릇에 담아야 지금 세대에게 닿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과제다.
6.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욕망은 자발적이지 않다’는 통찰이었다. 미디어는 욕망을 자극하고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현실의 갈증을 해소하려 한다. 회귀, 빙의, 환생 같은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의 흐름은 단지 유행이 아니라, 불안하고 공허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집단적 욕망의 표출처럼 보인다. 이 책은 그런 맥락들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깊이 들여다보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7. 한 가지 더. 저자는 ‘기독교적인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도 던진다. 단지 제작자의 신앙이나 소재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그보다는 작품이 어떻게 읽히고 소비되는가, 공동체 안에서 어떤 맥락으로 해석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에 무척 동의하게 된다. 결국 해석은 공동체적인 행위이며, 그 기준은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결국, 크리스천은 성경 텍스트에 대해 알아야 하며, 그 텍스트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8.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가볍게 읽으려 하는 분에게 추천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읽게 된다면, 많은 생각과 질문에 코멘트를 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분명한 건 불편하겠지만 언젠가는 짚고 넘어갈 이야기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당신의 신앙은 넷플릭스를 분별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