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말글 -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도서
손진호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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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에 대한 해방서

 

말을 정확하게 쓰는 노력의 일환으로 매우너무를 고집스럽게 구별하여 썼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구별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2년 전인가 이런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너무를 언중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을 받아 들여 긍정과 부정에 모두 사용하게 했다. 심한 배신감에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고려한다면 굳이 문법을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저자 손진호도 지금 우리 말글에서 너무를 다루고 있다. 반가웠다. 저자는 너무와 같이 왜 부정에 쓰이는 말이 긍정에 쓰이는 말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말법을 바꾼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자 손진호는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면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3년간 연재했다. 연재했던 글을 깁고 더해 펴낸 책이 지금 우리 말글이다. 책은 평소에 궁금했던 어휘들이나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된 어휘들이 지금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하나씩 뜯어 보이고 있다. 고민하면서 사용했던 어휘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생소한 말들을 만나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어떻게 말을 하나 싶기도 하다. 말에 얼과 혼이 담겨 있다는 동화작가 손연자의 말을 빌지 않아도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 언중으로써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인 것처럼 말에 담긴 의미가 그만큼 크고 말에 의해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이 좌우 되는 것을 보면 어휘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은 두 말할 일이 아니다.

 

SNS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이곳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신조어나 축약된 말들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탁하게 만들고 우리말을 어지럽게 만든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 왔다. ‘지금 우리 말글은 그럼에도 언중들이 사용하고 있는 입말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매우가 부정과 긍정에서 모두 허용하게 된 예에서처럼 언중이 주로 사용하는 말에 대해 문법에 어긋난다는 강한 거부감은 자제하고 있다. 오히러 입말에 손을 들고 있다. 다만 선택은 언중의 몫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짚어 주고 있는 말은 150개나 된다. 단순히 언중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부분만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 말이 가지게 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들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언어는 곧 그 민족의 역사요 문화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표면적으로 150개의 낱말이지 그 낱말로 파생되는 다양한 낱말까지 합하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낱말이 모두 몇 개인지 가늠하기 힘들다(찾아보기가 6페이지나 된다).

 

잘 사용되지 않는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감개, 사달 나다, 노둣돌 등은 생소하다. 발감개의 경우 양말이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아울러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붙는 양자와 결합된 단어들, 양동이, 양복, 양잿물, 양주, 양회 등까지 소개하고 있다. 물론 발감개과 관련된 신발, 감발, 짚신 등의 말과 발허리, 발부리, 발샅, 채발, 마당발, 납작발이라는 예쁘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가락 사이를 일컫는 말이 발샅이라는 말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재미나는 생각도 든다.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이 씻어라는 말대신 발샅도 깨끗이 씻어라고 지금 말한다.

 

이 책을 입말 전으로 분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책꽂이 꽂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찾고 익혀 우리 언어생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 “개암 커피 주세요.” 해보자.

개암 커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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