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게 그림마다 꽃이여
김막동 외 지음, 김선자 기획 / 북극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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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곡성 서봉마을 어르신들의 다섯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런 귀한 책을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되는 것인지 송구한 마음까지 들었다.
할머니들의 어린시절부터 전쟁당시의 모습, 시집가는 상황까지 모두 글과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긴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었지만, 가슴 속에는 영원히 한명의 소녀로 남아있다.
방언이나 할머니들의 말버릇을 그대로 살려서 글을 실었기에 글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그림 또한 우리 할머니가 집안 곳곳에 그려두신 귀여운 그림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할머님들이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책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본격 힐링에세이.
작가님들, 여섯번째 책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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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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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소한 근대기 일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던 소설이다.
이 책이 100년도 더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문체가 아주 세련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저네들은 행복하군. 졸업하면 뭐가 되겠다든가, 뭘 하겠다든가 그런 것만 생각하면 되잖아."
청년은 쓴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런 건 선생님 세대 이야기죠. 지금 청년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뭐가 될 건지 뭘 할 건지, 물론 생각이야 하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거든요." -127쪽
'그저 남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고 강요해 봤자 나는 못해. 만약 존경을 받고 싶으면 존경할 만한 실질이 되는 사람이 되어서 내 앞에 나서야 옳지. 남편이라는 견장 따위 없어도 좋으니까.' -199쪽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291쪽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겐조를 포함한 가부장적인 남성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 시대 팽배했던 모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답답함을 유발했다.
그저 겐조의 아내의 참을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셋째를 임신했을 때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받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일본문학을 즐겨 읽는 이유는 글에서 당대의 모습과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어서 인듯하다. 오랜만에 읽은 일본문학. 역시는 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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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모험 - 청춘의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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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이 끝났다. 그의 문장이 끝나는 순간 어느 새 나의 모험도 함께 끝이 났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에 평균 만보는 걸을 정도로 걷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등산이나 국토대장정처럼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일은 피하곤 했다. 그런 내가 버킷리스트에 '순례길'과 '국토대장정' 을 써넣었다. 이 충격적인 일은 순전히 이 책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도시 이름을 착각해서 전혀 엉뚱한 곳에 도착하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여러 번 돈 낭비를 하고,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끝없이 걸어야함에도 새 트레킹화를 챙겨가서 발바닥에 물집으로 난리가 나더라도 이 모든 일에 연연하지 않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작가의 태도에 놀라웠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한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는 그는 진정 일류가 아닐까.

어쩐지 책의 제목을 짓게 된 계기조차 그 답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환 더즈 환인가 :)

책에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어딘가 모르게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도중에도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중 누가 말을 걸면 방해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어째서 이토록 이기적인 사람일까하고 항상 자책하며 살아왔는데, 작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껴 나도 모르게 그의 문장 속에 녹아들게 되어 버린 걸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리고 여린 나도, 순례길에 오를 수 있을까? 동일한 여정을 마치고 난 후의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끝없이 상상하게 한다. 

나는 그가 여정 중에 집필한 소설이 격하게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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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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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본에 포커스를 맞춰 버린 탓일까. 책을 읽어보기 전 이 책을 통해서 한일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책을 들여다보니 일본도 일본이지만, 한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미국, 중국,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 부분있었다.

전후 시대 그리고 민주화 시대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당시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입장차가 벌어진 채로 굳어져 버린 건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슬프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우리 나라는 평생 북미 그리고 중일러 등 주변국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관계들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쪽의 편에 서면 저쪽이 피해를 보고, 또 저쪽의 편에 서면 이쪽이 피해를 보는 딜레마가 매번 반복될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조금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각국이 혐일과 혐한을 외치기 전에 그것을 통해 얻는 건 무엇이고 잃는 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 관계가 서먹해질 때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 또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도 2018년 판문점 선언 당시 우리 동네 상공으로 대통령 전용기가 날아가던 모습이 생생하다. 급격한 화해 분위기로 인해 정말로 통일에 한발짝 다가서는건 아닐까하는 큰 기대를 품었었다. 이때의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책에 나온 것처럼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역사는 나선형 계단의 형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경색될 대로 경색된 분위기 속에, 앞으로 코로나 사태와 미국 대통령의 교체 등의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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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술관 -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
정하윤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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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의 업적을 다룬 책을 읽었다.
대학에서 예술학을 부전공하며 한때 미술사와 사랑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부터 여성화가들의 업적이 아직도 베일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쿠사마 야요이와 정강자님을 포함하여 열다섯명의 훌륭한 화가들을 일목요연하게, 술술 읽히도록 정리한 것이다.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계기로 미술사에 흥미를 붙일 수도 :D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 여성미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만 억울한 게 아니고, 나만 방황하는 것이 아니고, 나만 슬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시대와 환경은 다르나, 아직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부조리함은 존재하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졸업 이후로 한동안 미술에 관련된 책은 읽지 않았었는데, 오랜 만에 눈이 즐거웠다.
남성중심의 미술사에서, 그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책들은 차고 넘친다.
앞으로 이 책처럼 여성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다룬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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