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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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소한 근대기 일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던 소설이다.
이 책이 100년도 더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문체가 아주 세련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저네들은 행복하군. 졸업하면 뭐가 되겠다든가, 뭘 하겠다든가 그런 것만 생각하면 되잖아."
청년은 쓴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런 건 선생님 세대 이야기죠. 지금 청년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뭐가 될 건지 뭘 할 건지, 물론 생각이야 하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거든요." -127쪽
'그저 남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고 강요해 봤자 나는 못해. 만약 존경을 받고 싶으면 존경할 만한 실질이 되는 사람이 되어서 내 앞에 나서야 옳지. 남편이라는 견장 따위 없어도 좋으니까.' -199쪽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291쪽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겐조를 포함한 가부장적인 남성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 시대 팽배했던 모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답답함을 유발했다.
그저 겐조의 아내의 참을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셋째를 임신했을 때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받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일본문학을 즐겨 읽는 이유는 글에서 당대의 모습과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어서 인듯하다. 오랜만에 읽은 일본문학. 역시는 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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