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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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연예계 게시판에 엉뚱하게도 이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글이 올라와서 속는 셈치고 한번 사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게시판에 글올린 사람을 찾아서 밤새도록 채팅으로 독서 토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뭐가 뭔지 도통 이해가 안되지만 누가 주문을 건것처럼 '괜찮은 책'이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책이었다.

아직 이책을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꿈을 꾸고 난뒤의 기분을 생각해 보면 될것 같다. 분명히 밤새도록 어떤 꿈을 꿨는데 눈을 뜨면 꿈의 여운만 남고 자세한 기억들은 뿌옇게 흐려진 기분말이다. 서너군데의 장소들을 꿈처럼 경계없이 순식간에 넘나들고 언뜻보기에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들이 달빛을 받으며 하나로 잘 섞여든다. 그리고 작가가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소설속의 상황을 창조해 낸것이 아니라 소설 스스로가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 것 같다는 기묘한 기분이 든다.

고백하자면 앞의 글은 역자 후기를 읽은 후에야 든 기분이다. 역자 후기를 읽지 않고 이 책의 마지막장을 읽고 든 기분은 한마디로 '이게 뭐야'였다. 책을 읽을 때의 긴장감과는 다르게 결말이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 부분에 나오는 신파조의 사랑의 대화가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었을까..바로 그것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자 후기를 읽고 난 후에야 어렴풋이 깨달은게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가 불필요 하다는 것이다. 마치 꿈을 꾸었는데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따지는게 무의미 하듯이 말이다. 이책이 다른 소설과 다름 점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스토리를 얘기 해보라고 한다면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서로 다른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가의 신기가 놀랍더라'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겨우 한번 밖에 안 읽어 봤지만 세번,다섯번을 읽어도 매번다른 기분이 들거라는 확신이 든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작가가 20대 중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글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여 앞으로 그의 작품이라면 주저없이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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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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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우선 그의 능숙한 한국어 구사능력에 놀랄것이다. 혹시 누가 대필해준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말 구사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러시아에서 20년을 살았고 한국에 잠깐씩 거주하다가 지금은 다시 다른나라에 살고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한국어 실력이 이만큼 능숙하기 때문인지 그가 대한 민국 사람들을 향해서 가하는 질책이 거부감없이 다가왔다.

내가 워낙 정치,사회 문제에 문외한 이기때문에 유식하게 책 내용을 비판할 자신이 없어서 작가에 대한 느낌을 위주로 말해보겠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어떠한 비판의식을 가질수 없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워낙 무식한 탓도 있지만 작가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박노자씨는 선진 유럽인으로써 후진 한국인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후진 한국인으로써 한국인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된다.(이 책이 한국사회의 병폐를 주로 다루고 있기에 '후진 한국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그 반성의 내용들은 각종 매체나 다른 인문서적들에서 숱하게 접해온 내용들일지라도 그것들보다 훨씬 쉽고 부드러운 어조로 한국인들을 계몽하고 있다. 나는 그런 거만하지 않은 그의 어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너희도 이런 것 좀 알아라!'는 식이 아니라 '요즘 우리사회가 이런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는 식이라는 거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사람은 많이 알수록 고개를 쳐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소위 잘나가는 지식인들은 방송출연할때 앉는 자세만 봐도 틀리다.) 당장 나만 봐도 남들보다 조금더 아는 부분이 있으면 아는체를 하며 콧대를 세우게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박노자씨는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 너무 잘 알면서도 진짜 한국인 앞에서 아는체 하지 않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한국인들이 그의 충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그의 글에 공감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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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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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는 순전히 스태디 셀러라는 사실만 믿고 산 책입니다. 스태디 셀러치고 나쁜 책은 없거든요. 우선 결론 부터 말씀드리면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책이었어요. 적절한 유머와 처절하지 않은 서글픔,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공감..이 모든것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제가 읽은 책중에)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김주영님의 소설(홍어,멸치등)이나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소설(향수,좀머씨 이야기등)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특히 단편소설) 정도였는데 이책은 저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 주었어요. 이제 겨우 23살 밖에 안됐는데 마치 예전에 겪었던 그렇지만 잊고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고 할까요? 배경이 중국이지만 그만큼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저를 감동시켰어요.

허삼관은 가난하지만 가난을 불평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 삶을 꾸려나갑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되는데로 사는건 또 아닙니다. 그가 하는 행동들이나 거침없이 쏟아내는 달변에서 그가 얼마나 중심이 잡힌 인물인가를 알게 됩니다. 영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보잘것 없는 삶을 살았지만 그의 가슴속은 분명 영웅 못지않은 대담함과 사려깊음이 가득차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가슴깊은 곳에서 퍼져오는 감동으로 몇번이나 책을 덮었다가 다시펴보곤 했습니다. 눈물없는 감동이 더 오래간다고 하잖아요. 이말이 무슨 말인지 얼른 와닿지 않으시는 분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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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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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저씨'..책 후반에 하루키가 자신을 이렇게 칭하는데 얼핏 이상한 말같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하루키의 귀여움에 절로 꼬마 아저씨라는 말을 하게 될거에요.

'빵가게 재습격'을 개기로 하루키의 문학세계에 빠져서 지금까지 10권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 단편소설부터 수필집까지..한반도 침투에 성공한 유일한 일본작가 답게 그의 책들은 정말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없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어릴적 상실의 시대를 읽고 너무 실망해서 그뒤로 하루키를 무조건 싫어했었는데 하루키에 대해서 조금 알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상실의 시대도 무척 애잔하게 와닿더라구요. 조금이나마 하루키의 문학을 읽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문학은 다른 어떤 작가들이 가지지 못하는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이책얘기를 해야겠군요.'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하루키가 일상에서 느끼는 하루키만의 행복론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차표를 쉽게 잃어버리는 성격인데 어떻게 하면 차표를 잘 보관할수 있을까에 대한 깜찍한(?) 방법을 얘기하고, 30년에 한번씩 우승을 하는 야구팀을 응원하는 이유와 나름의 즐거움, 쌍둥이 애인을 사귀는것에 대한 상상..등 소소한 일상속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써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이 다른 수필보다 더 재밌는 이유는 아기자기한 삽화가 있어서 아닐까 싶은데요, 안자미 미즈마루라는 하루키의 지인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글과 그림으로 대화하는 모습도 볼거리 입니다. 단순한 그림들이지만 하루키의 특징과 주변 상황을 잘 캐치해서 그리고 있어서 읽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요즘 날씨도 더워지고 월드컵 시즌이라서 다들 왠지 모르게 들떠 있을텐데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읽어보세요. 오늘부터 차분히 일기같은 수필이 쓰고 싶어 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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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화가들의 그림 이야기 - 마음이 쑥쑥 자라는 예술꾸러미 01 마음이 쑥쑥 자라는 세상 모든 시리즈 1
장세현 지음 / 꿈소담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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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는 미술과 전혀 관련이 없게 성장해 버렸지만 미술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졸업반 여대생 입니다.

미술에 관한 책이라면 특히 명작들이 크게 올칼라로 나와있는책들은 무조건 읽어 봅니다. 물론 다 사보진 못하구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봐요. 그런데 학교 도서관에서 미술책들을 고르면서 느낀건데, 초등학생들을 위해 나온 책일수록 그림이 될수 있으면 크고 선명하게 많이 실려있다는 겁니다. 어른들이 볼수 있도록 만든책은 어딘지 모르게 그림들이 작아보이고 비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책들이 많은것 같아요.

이 책은 무엇보다 그림을 시대순으로 소개 하고 있다는 것이 좋은점인것 같아요. 각 시대별로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을 소개하고 또 그 작가의 화풍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니 이보다 좋을수 없어요.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큰 그림을 한장 소개하고 그 뒤로 각 부분을 따로 떼어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친절하게 설명해주어서 그림을 더 자세히 볼수 있어요. 웬만한 명작들은 (책으로)하도 많이 봐서 알고 있는 저도 미처 몰랐던 부분들이 많더라구요.

원래 그림을 좋아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림과 미술의 거장들을 더 아끼게 되었어요. 명작, 아무리 봐도 도통 모르겠다고 하시는분들..고흐,뭉크..많이 들어봤는데 그림과 매치가 안된다 하시는 분들..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좋고 나이도 상관없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명화가 왜 명화일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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