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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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Fear always springs from ignorance.

Ralph Waldo Emerson

1993년 4월 13일, 화자인 나와 마이아는 산크리스토발에 도착했다. 그곳은 푹푹찌는 더위와 짙은 녹음, 검고 깊은 에레강이 흐르는 곳이다. 이 곳에는 언젠가부터 어디서 나타났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들개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들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주민들의 호의와 배려를 야만적인 행실로 답한다. 준비한 음식들을 모조리 망가뜨려놓거나, 관심을 보이는 주민의 물건을 낚아채는 등 사회화된 인간의 시선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 그리고 다코타 마켓 습격사건을 기점으로 아이들과 본격적인 대립의 각을 곤두세운다.

아이들 중에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일사불란하게 조직하는 아이도 없는 듯 보였다. 아이들 무리는 어떤 꼐략이나 음모에 따라 정해진 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와는 정반대로,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슨 놀이를 하고 있는 듯했다.

90쪽

1995년 1월 7일, 경비원은 물건을 훔치러 온 아이들을 진압한다. 아이들의 뺨을 때리지만 그 것을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이 후에 아이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살육의 현장에서도 그들은 일사불란하지 않았다. 칼을 휘둘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울고 있는 아이, 물건을 훔치는 아이 등 그들의 양상은 다양했다.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 에레강 동쪽으로 수색을 시작하였지만 결과물은 뚜렷하지않았다. 산크리스토발 어른들에게는 아이라는 미명 아래 살인을 저지른 무리로써, 사건 이 후 수사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아이들에게는 뭔가 다른 점이 포착되고 있었다. 그들은 32명의 소리를 듣기 위해 땅에 귀를 대며, 실제로 그들과 무언의 접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32명의 아이들은 그들을 포섭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일 네가 생각하는 바를 그들의 방식대로 말할 수만 있다면, 그 아이들은 보다 쉽게 너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도 너와 똑같은 것을―다만 다른 곳에서―하고 있을 테니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열심히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가장 우선이다. 그런 다음, 혼자 있으라. 그 아이들은 혼자 있으면서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116쪽, 오타뇨의 「32명의 아이들에게 바치는 기도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기보다는 사회적 인간의 모습으로 접근했던 것 부터가 잘못되었을까? 혹은 아이들이 시사하는 바를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면서 터득해야했던 어른 세계의 법칙이 있었던 것일까? 어른들은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야한다는 모습이 강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도시를 위협하는 무리를 정복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을 것이다. 반면 아이들은 어떤 신화적인 존재로써 그들을 받아들였다. 요정과 괴물을 믿으며 동화를 읽으면 인물과 화자를 동일시하기도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들은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접근 방식에 있어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소하지만 유의미한 이 변화를 어른들은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여전히 정치와 언론의 도구로써 사건을 통제하려는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정치적인 도구를 배제한, 32명의 아이들의 본질을 바라보는 계기가 발생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밀림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들이 말이다.

154쪽

길거리의 아이들이 아니라, 가정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실종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게끔 유도한다. 자녀를 잃어버린 자들은 시에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며 울부짖는다.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에레강으로 향한 그들은 경이롭고 무시무시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예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에서 한 실험이 문득 떠올랐다. 곤경에 처했을 때 성장기 쥐와 완전히 성숙한 쥐의 행동양상과 뇌파를 분석하는 실험이었다. 성장기 쥐는 곤경을 발견한 즉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성숙한 쥐는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산크리스토발에 등장한 곤경이라는 이름의 32명의 아이들을 대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느껴졌다.

산크리스토발 주민들은 무지에 대해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인다. 어른들은 개체에 대한 무지를 방어적으로 대하는 반면, 아이들은 무지를 신비와 호기심의 대상으로써 받아들인다. 무지의 언어를 습득하고 그들과 동화된 아이들은 완벽히 다른 삶을 맞이했다. 그들은 다시는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을 겪은 이들의 기억 속 산크리토발은 언제까지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 남아있다.

이 책의 제목은 [빛의 공화국]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그 제목의 유래를 유추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정에 다다랐을 때 서늘한 충격과 경이로움은 여전히 내 맘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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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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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주의자들의 태도, 만사를 부정하는 냉소주의자들의 태도는 악순환 관계에 있습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폭로하는 자를 폭로하는 것' 입니다. 즉, 폭로하는 자의 오류를 폭로하는 것이지요 . 예를 들면, '폭로의 심리학'이라 불리는 '무의식의 심리학'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우리에게 무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력하게 주장해왔습니다. 프로이트의 일방성이지요. 하지만 나는 무의식을 파고드는 것을 어딘가에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62쪽

무의식을 드러냄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은연중에 나오는 말과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하는 부분의 무의식만 드러낸다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 부끄럽고 은폐하고 싶은 무의식까지 내놓아야한다면 문제 해결이라는 초점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 빅터는 무의식을 파고드는 것을 어딘가에서 멈춰야한다고 제시하지 않았을까. 로고테라피는 고통을 현실에서 수용하는 것까지만 언급한다. 내담자의 고통이 어떤 무의식에서 발현되었는지, 왜 그것이 고통으로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고통을 본인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미래지향적인 태도에 보탬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할 뿐이다. 문득 일상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들이 내 마음을 좀먹는다면, 적당한 시점에서 놓아줄줄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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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
에릭 라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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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받는 비버브룩, 비버브룩은 대규모 공습 전후로 몇 번씩이나 처칠에게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전쟁 중 그가 맡은 업무들은 상당히 모호하고 포괄적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칠은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우정과 동료애에 호소하는 모습과 상사로써의 강압적인 모습을 넘나들었다. 반면 독일의 기상은 날로 높아졌다. 괴벨스는 선전전을 멈추지 않았고 영국의 높았던 사기도 몇 번의 큰 공습으로 인해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쉽게 쓰러지지않는 영국을 보며 괴벨스는 처칠에 대해 은근한 존경심을 표현한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써 처칠이 감당해야할 무게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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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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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도(paradoxical intention)기법이 이럴 때 도움이 됩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바로 그 증상이 정말로 나타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일을 망칩니다.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발표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얼마나 심하게 말을 많이 더듬고, 얼굴은 새빨간 홍당무가 되는지 보여주겠어!"

73쪽

로고테라피는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의미를 찾아낸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경감시키고 피하기보다, 그 고통을 정면으로 맞서고 받아들임으로써 올바른 태도를 실천할 것을 제시한다. 박사 빅터는 히틀러 집권 이전부터 로고 테리피 연구의 큰 틀을 잡고 있었으나, 수용소에 수감되어 정신적, 신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겪은 후 본인의 삶 자체가 로고 테라피의 표본이 되어버린 것이다.

역설의도 기법을 읽고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 그렇다면 나는 내가 얼마나 미움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겠어! 혹은 나도 너를 얼마나 미워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어! 가 되어야하는 걸까? 하지만 로고테라피는 올바른 태도를 실천할 것을 주장한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행동을 고의적으로 저지르거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옳은 행동일까 싶은 마음에 괜스레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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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
에릭 라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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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를 운전할 젊은이를 물색하고, 참전 장려를 정부차원에서 하는 와중에도 남일이거니 하는 일명 높은 사람들. 사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대목은 너무 많아서 이젠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다만 국가적으로 위기인 이 상황에 권력자들은 재미를 찾는데 여념이 없어보여서 다소 불쾌했다. 특히 차후 기체를 몰게될 젊은 후보생들과 희희낙락했던 처칠의 딸. 중요치 않은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폭격으로 인해 몇 천, 몇 만의 민간인들이 성냥개비타듯이 사라져버린 모습과 대비되어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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