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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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하나님은 다채로운 수천 개 조각인가 보다.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면 사랑, 동정, 자비로 가득 찼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면 분노에 차 있다 하고, 인간들과 거리를 두며,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하나님은 레고 세트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생각에 따라 신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 72쪽


<이브의 세 딸>은 주인공 나즈페리 날반트오울루(통칭 : 페리)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전개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페리의 집안은 극단적 무슬림인 어머니와 자유로운 영혼의 아버지, 두 오빠로 이루어진 다섯 가족이다. 그녀는 옥스퍼드를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지성을 지닌 여성이며 신, 종교, 자아 등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피상적인 것들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페리의 현재 상황과 어린 시절을 거쳐 학부까지의 과거는 페리가 가진 고질적인 의문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줄까.

페리는 옥스퍼드에서 두 친구를 만난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쉽게 매료되는 쉬리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신(이슬람)을 사랑하고 굳은 심지로 히잡을 두르고 다니는 모나. 제목의 <이브의 세 딸>은 페리와 쉬리, 모나를 의미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이 셋은 아주르 교수의 신에 관한 세미나 수업을 함께 들음으로써 조금 더 가까워진다.

이미 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에 관심이 없다면 이 수업을 듣지 마세요. 나는 물론 당신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미나 수업입니다. ‘매일 아침 다시 학생이 되고픈 사람들**’을 위한 수업입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지루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면, 이 말을 기억하세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활동은 앎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앎은 곧 자유이기 때문이다.***’

- 320쪽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스피노자

<이브의 세 딸>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아주르 교수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느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말씨와 주변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지만 관조적인 태도가 그랬다. 다만 강의 소개문에 인용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스피노자의 어구를 읽으며 페리와 쉬리, 모나의 본격적인 접점이 된 그의 사상이 궁금해졌다. 생소한 이름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그는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신적 본질이 깃들이 있다고 주장한 신비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다. 그리고 스피노자는 범신론, 기독교에서 말하는 절대신이 아닌 자연질서 그 자체를 신으로 주장한 철학자다. 이 둘은 기독교 사회에서 배척당했다는 공통점을 가졌으며 인간의 의지와 이성을 믿는 경향을 보인다. 아주르 교수 스스로가 본인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스피노자에 견줄만한 사상가로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던 쉬리가 아주르 교수와 긴밀한 사이면서 행동대장이었다는 점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무조건적으로 신을 맹신하던 모나에게 종종 공격적인 발언을 일삼던 그녀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극단적인 두 사람 사이에서 페리는 더더욱 의문에 휩싸인다. 그렇게 페리는 현재까지 ‘나쁜 것을 보았다’, ‘나쁜 것을 들었다‘, ’나쁜 짓을 했다‘ 사이에서 스스로를 ’나쁜 짓‘을 한, 사악한 원숭이로 여기고 있었다. 과거 페리의 갈등은 결국 한 사람을 몰락시켰던 사건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갈등의 양상은 비슷하다. 주인공은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과 내가 바라는 모습이 다를 때 느껴지는 괴리감으로 방황하며 다양한 고민을 가진 여성들과 연대한다. <이브의 세 딸>의 세 여성은 각자 다른 고민을 가졌다. 그러나 그들 고민의 근본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고민 또한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발현된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주인공 페리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나의 모습, 그리고 당신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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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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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인생이 학교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믿는다면 그건 잘못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던가? 그렇다.

그게 그것일까? 규정할 수 없는 것-그것일까? 처음부터 그것이었을까?

410쪽


주인공 쿠르트 게르버는 8학년을 앞둔 실과고등학교 학생이다. 반항적이고 명석한 학생인 게르버는 교우관계는 나쁘지 않지만, 교수들에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교수 쿠퍼는 이런 게르버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게르버와 쿠퍼의 갈등으로 아버지와 주변 교수님들 마저 전학을 권할 정도지만 게르버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나 졸업시험의 압박이 다가오며 게르버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학생들에게 쿠퍼 신으로 불리는 아르투어 쿠퍼 교수는 명확한 사고 과정을 통해 '착석'이 더 이상 똑같은 '착석'이 아니면 그의 통치의 신적인 절대 권력도 끝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권능이 유한한 신이었다. 그러나 권능이 있는 곳에서 그는 신이었다. 거기에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44쪽

알다시피 교수(교사)는 학교 안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사회에서 그들은 민간인, 이웃,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교수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쩔수 없이 침묵해야한다. 학생의 사회는 제한적이다. 더 넓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졸업 전까지는 학교를 벗어날 수 없다.

게르버의 상황을 살펴보며 나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를 되짚어 보았다. 갈등을 원체 힘들어하는지라 선생님과의 마찰이 거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고루한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어른 말을 대부분 따르는 학생이었다. 학교에 게르버같은 학생이 있었다면, 속으로 조금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다만 강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결여된 선생님께 한 두마디씩 토를 다는 친구들을 보며 통쾌하다고 느낀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2000년대 까지만 해도 교사의 권위가 있었다. 물론 권위를 이용해 정도에 지나친 체벌을 가하는 교사도 있었다. 2010년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되며 교권에 대응하는 "학생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이후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게르버, 그가 현 시대 학생이었다면 학생인권조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쪽이었을까? 결말을 보면 꼭 그런것 같지도 않아보이지만.

<게르버>의 배경이 1920-30년대임을 감안하면 게르버는 시대를 앞선 혁명적인 학생임이 틀림없다. 그 시절 학생들의 고민은 게르버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게르버>를 읽으며 공감하고, 한편으로는 통쾌했을 것이다. 비단 쿠퍼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성이었던 리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내적 갈등과 교우 벤다의 죽음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슬퍼하는 친구가 없음에 느낀 염세는 지금 학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였다.

<게르버>를 읽으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나기도 했다. 갈등 상황은 다르지만 사회의 축소판을 학교에 대입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다. 두 작품 모두 교과서에 실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틀에 박힌 사회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게르버>의 결말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자존심 강한 학생의 결말다웠다.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어른이라면 <게르버>를 읽으며 지난 과거를 회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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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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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빛소굴 펴냄


"그 모든 세월은 어디로 간 거지? 우리가 죽은 후에는 누가 그 시간들을 기억할까? 작가들은 글을 쓰겠지만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모든 것이 보존되고, 가장 사소한 것까지도 새겨진 어떤 곳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파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거미가 그 파리를 먹어치웠다고 해보세. 그것은 우주 현상의 일부이고 그러한 사실은 잊힐 수 없네. 그러한 사실이 잊혀야 한다면 그건 우주에 오점을 만들어 내는 것일세. 내 말이 이해되나?"

-398쪽


<쇼샤>의 주인공 아렐레 그라이딩거는 보수적인 유대교 집안 태생작가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규율 안에서 자라왔지만 자유로운 가정의 순수한 소녀 쇼샤(쇼셸레)와 가까이 지내며 행복을 느낀다. 제1차 대전이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쇼샤와 멀어지지만 그녀를 결코 잊은 적 없는 아렐레, 쇼샤가 등장하는 꿈은 죽음과 영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아렐레는 쇼샤는 어딘가 살아있을 것 같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렐레는 쇼샤와 멀어지고 도라라는 여성과 교제를 시작한다. 도라는 스탈린주의자로 러시아를 찬양하며 폴란드와 달리 자유가 충만한 곳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녀는 신념에 따라 러시아로 떠난다. 하지만 러시아로 떠난 동지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총살을 당하는 참상을 목격한 후 바르샤바에 남아 언제 고발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현실에 치이며 자연스레 쇼샤를 잊어가던 와중, 작가 클럽에서 모이스 파이텔존과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파이텔존과 가까운 첸트시너 부부와의 교류도 잦아진다. 아내인 셀리아는 겉으로는 보수적이고 정갈한 아내이지만 파이텔존과 부정을 저지르는 사이로, 아렐레와도 가벼운 스킨십을 갖는 사이로 발전한다.

아렐레는 작가 클럽에서 또 다른 부부와 가까워진다. 미국 부자 샘 드라이만과 배우 베티 슬로만으로 베티는 아렐레와 접선하자마자 이성적인 호감을 내비친다. 베티는 쾌락주의를 탐미하는 여성으로 성공을 위해 나이가 많은 샘 드라이만과 함께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아렐레의 능력을 높이 사는 인물중 하나 뿐만 아니라 그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노력한다.

가볍게 관계를 갖고, 종종 거짓말을 하는 속세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 아렐레, 그는 쇼샤를 찾아간다. 번뇌로 가득찬 세상이 아닌 순수와 맑음으로 가득찬 그녀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쇼샤는 어릴적 모습 그대로였다. 성장을 하지 않은 것인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린 시절 쇼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렐레는 쇼샤와 유대인 전통 방식으로 혼례를 치룬다. 아렐레는 쇼샤와 함께하며 지난 시절을 성찰하고 내적 세계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머니,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을 거에요."

"왜? 하느님은 세상과 유대인이 있기를 바라셔"

"하느님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느님이 유대인이 살기를 바라셨다면 히틀러 같은 작자들은 애당초 만들지도 않으셨을 거에요."

(...)

"어머니, 그 무엇도 다하우나 다른 지옥 같은 곳에서 고문받은 유대인들에게 위안을 주지는 못할 거에요."

"위안이 있다면 죽음 같은 건 없다는 것이지. (...)"

280-281쪽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도 비슷한 문장이 등장했던 기억이 있다. 핍박받는 삶, 언제라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삶에서 유대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는 적었다. 그래서 아렐레는 살아남기 위해 속세의 삶을 선택하며 정체되어 있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결국 아렐레는 태초의 순수, "쇼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이상과 순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쇼샤>는 작가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자전적인 작품이라고도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분위기에, 사람들은 고통받아야 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상실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조차 잊어버린 채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바빴다. <쇼샤>의 아렐레가 그렇다. 그의 태초 모습은 "전통적인 유대교 집안의 랍비의 아들"이다. 아렐레는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생에 대한 고뇌와 자기혐오뿐이다.

아렐레에게 쇼샤는 자신의 잃어버린 모습과 인간성이었다. 남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던 쇼샤는 남들과는 다른 가치를 잃지 않은 소녀다. 여성으로 자라 자신을 쾌락으로, 상품으로, 선전용으로 무너뜨리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낸 소녀다. 모두가 잃어버린 것을 잃지 않은 쇼샤, 그녀에게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사건이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는 쇼샤의 표현은 어떤 초월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공포에 짓눌려 내면의 고요와 세상의 진리를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경종을 주는 부분이다.

"위안이 있다면 죽음은 없다", 비단 죽음뿐만 아니라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이 되었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사랑이 스며드는 연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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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미 다이어리 I&ME - 인문학과 경영철학이 담긴 성장일기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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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다가온다. 올 한해도 탈 없이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간 이루지 못했던 것들, 흐지부지 지나갔던 계획들이 떠오른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매 해 다짐하는 것 중 하나다. 아이의 성장일지를 작성하며 어찌저찌 무언가 적어내려간 것 같긴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매 해 내가 어떤 변화를 겪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들킨걸까? 스타북스에서 4년의 기록을 간단히 담을 수 있는 만년다이어리를 선보였다. <퓨쳐미 다이어리>, "생생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을 남기기에 제격인 일기장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단 네 줄이라면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퓨처미 다이어리



먼저 <퓨처미 다이어리>는 여타 다이어리와 큰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4년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매일 자세히 적지 않고 4년간 하루의 느낀점이나 인상 깊었던 일만 작성할 만큼의 줄 길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4년 후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수록되어있어 <퓨처미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재미를 더더욱 향유할 수 있다. 본문을 읽으며 느낀 점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일기다. 그 날 느꼈던 감정에 따라 같은 본문을 읽어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정리하기 좋을 것 같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성공한 사람들의 한 마디와 사자성어를 읽을 수 있다. 아, 이렇게되면 왠지 올해는 일기 쓰기를 성공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자꾸 솟구친다. 왠지 안쓰면 혼날 것 같고, 꾸준히 잘 쓰면 칭찬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매일매일 다른 어구와 사자성어를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따로 기록해보려 한다. 혹시 알까, 언제 촌철살인같이 사용할 수 있을지.




일기하면 빠질 수 없는 버킷리스트도 있다. 재밌는 점은 이 버킷리스트가 매일매일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매일 바뀔 수 있다는 뜻인가? 혹은 매일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적어두라는 뜻인가? 왠지 모르게 그날그날 해야하거나 다음 해 이맘때 즘 해보고 싶은 항목을 정리할 것 같다.

2023년 다이어리를 구매할 예정이거나, 매 해 나를 작성하고 싶은 만년 다이어리를 구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다이어리, <퓨처미 다이어리>. 앞으로 함께 할 4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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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의 사랑 문지 스펙트럼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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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

"아돌프,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동정일 뿐이에요."

88쪽


아돌프는 냉소적이며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괄시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젊은이다. 그에 대한 사교계의 특이한 평판 불구하고 스스로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이라 여긴다. 순수와 냉소, 전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관 사이에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 아돌프는 일찍이 모순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아돌프의 모순은 한 여자, 엘레노르의 삶을 끌어내릴 것을 암시한다.

아돌프는 우연히 P 백작의 첩인 엘레노르를 만나게 된다. 그보다 열 살 많은 그녀의 지성은 평범하지만 아이가 둘 있음에도 엘레노르의 미모는 여전히 빛났다. 아돌프는 엘레노르의 배경과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적 위치에 호기심을 품는다. 그리고 그의 "순수"한 열망은 엘레노르의 결점을 탐색하며 사랑으로 변질된다.

(...) 그녀는 어쩌면 가장 지체 높고 품행이 반듯한 사람들만 자택에 초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하고나 교제하고, 따라서 존경을 잃는 것쯤은 염두에도 없으며 인간관계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향락밖에 없는 그런 족속의 여자들과 자신의 운명이 끊임없이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는 일거수일투족을 통하여 자신이 처해 있는 계급에 반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31쪽

그는 엘레노르를 특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사랑의 대상이 아닌, 타겟으로서 엘레노르를 대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가진 권력과 힘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어떤 혐오감을 가지며 남들이 줄 수 없는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기려한다. 아돌프의 치기어린 모습은 어떤 면으로는 사랑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껄끄러운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사랑이 전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엘레노르와 달리 아돌프는 그 어떤 것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돌프는 엘레노르가 멀어질 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반대로 틈없이 가까워질때면 벗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옭아맨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지쳐버린 엘레노르는 아돌프에게 자신을 내버려두기를 간청한다. 엘레노르와 아돌프 두 사람만이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돌프는 자유를 갈망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말을 털어놓게 만든 그 감정이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다니, 이 변덕스러운 마음의 갈피를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 108쪽

오만하다. 아돌프는 아주 오만하다. 하다못해 마음의 파동을 걷잡을 수 없으면 하나라도 놓치는 법인데 엘레노르와의 관계 완급조절을 화가 날 정도로 한다. 그것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이별하고 엘레노르는 파국을 맞이한다. 결국 아돌프는 엘레노르의 완전한 무너짐 이후 그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간다.

책을 덮고 처음 느낀점, 등장인물 중 자주적인 사랑을 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엘레노르에 대한 은근한 멸시를 즐기며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 아돌프, 아돌프의 사랑은 몰아치는 감정과 자신을 지켜주는 사회적 울타리 안을 맴도는 하루살이 같았다. 단 몇분 안에 죽어버리는 사랑,(사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엘레노르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움직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엘레노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위적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갖고 싶어했던 그녀는 뒤돌아서야할 때를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특히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아돌프에게 움켜져 고통으로 가득찬 사랑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한 파멸로 마무리 되는 엘레노르의 모습은 자주를 잃은 사람 그 자체였다.

<아돌프의 사랑>은 불편했다. 젊다 못해 어리고 모자란 사람이 사랑이 전부인 사람과 엮일 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두 나열한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를 아주 치밀하고 단촐하게, 한 줄에 파악할 수 있게끔 표현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제한된 상황은 로맨스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가미되어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릴러 작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고도 명료한 서사, 그러나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아돌프의 사랑>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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