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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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맞아." 바자로프가 맞장구를 쳤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분들, 그러니까 나의 부모님 말이야. 그분들은 바빠서 자신의 하찮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그분들에게는 그 하찮음이 역겹지 않은거지....... 그런데 난...... 난 권태와 적의만 느끼고 있어."

223쪽


바자로프의 오만함이 꺾이는 순간인걸까? 만사를 염세적인 입장으로 바라보았던 바자로프는 부모님의 사랑, 인간 근원의 감정에 대해 아르카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동시에 본인의 니힐리즘의 무용함을 스치듯 느낀다. 바라로프는 보잘것 없는 존재의 추함에 대해 열변하면서도 그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바자로프의 부모님의 태도로 무언가 깨닫는다. 사실 존재의 하찮음에대해 열변하느니 있는듯 없는듯 주어진 삶에 헌신하는 태도가 니힐리즘과 더 가까운 것인 듯 했다. 무의미함에 대해 토론하는 것 또한 무의미함의 어떤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자로프의 부모님은 무의미함도 유의미함도 중요치 않았다. 아! 바자로프가 지향하던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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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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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안 할 생각이에요, 할머니."

"아직은 아니지. 그러나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해야 해. 아니면 수녀복을 입어야 할 거다."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강하다. <세피아빛 초상>에서 윌리암스와 세베로, 타오치엔 등 훌륭한 뭇 남성들이 있지만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다. 아우로라 또한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고 생을 살아낼 것인가. 문득 봉준호 감독의 어록이 생각났다. 영화 <괴물>에서 어머니를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봉 감독은 기본적으로 여자가 위험에 닥쳤을 경우 남자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영화에 어머니를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럴듯한 말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세피아빛 초상>에 등장하는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난과 역경을 위기로 전환시켰던 그들은 가정을 든든한 울타리로 만들어 모두를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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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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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초바와 바자로프의 첫만남, 예브독시아의 만취한 모습때문인지 난장판이 따로 없어보인다. 그러나 삽입된 가사가 복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잊지않고 적어둔다.

당신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뜨거운 입맞춤으로 하나가 되네.

시트니코프는 노래를 부르며 죽어 가는 연인의 흉내를 낸다. 결국 아르카지는 참지 못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바자로프는 역시나 염세적이고,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한다. 모든 것을 부정한다라는 명목하에 다소 거만한 모습을 보이는 그 역시도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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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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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량한 부인들, 즉 엘리사 소머스 할머니와 파울리나 델 바예 할머니가 내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고 내 운명을 결정했다는 건 참으로 유감이다. 파울리나 할머니는 열아홉 살 때 머리를 몽땅 밀리고도 애인과 달아나려고 수녀원에서 도망치던 놀라운 그 결단력과, 스물여덟에 선사 시대에 만들어진 얼음덩이를 배로 운반해서 엄청난 부를 주무르던 그 배짱으로 내 태생을 지우는 데 공을 들였다. 운명의 실수로 마지막에 계획이 틀어지지만 않았더라면 그 일은 성공했을 것이다.

182쪽


리밍 아우로라 델 바예의 끝없는 악몽은 이 간극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우로라는 중국인의 향내와 시끄러운 소음들에 둘러쌓인 붉은 거리에서 할아버지 타오 치엔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한다. 파울리나에게 온 이후로도 그녀는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5살의 기억은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든다. 칠레에 도착한 후부터 그녀에게 중국인의 삶은 지워져야할 파편 조각일 뿐이었다. 훗날 아우로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듯 보였는데, 빈틈없었던 파울리나가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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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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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소머스를 모델로한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그녀는 먹이를 바라보는 수많은 맹수들 같은 눈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머금었다. 철면피같은 모습을 보였더라면 마티아스와 린 소머스의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거만하기 그지없던 마티아스도 린 소머스의 순진함에 (아주 찰나였지만) 감화된 듯 했다. 마티아스가 그녀를 욕망의 대상이라기보다 흠집내고 싶지 않은 예술작품 정도로 간주했던 것이 한 몫했다. 그러나 돌이킬수 없는 감화로 인해 <세피아빛 초상>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굼벵이라 불리는 이들과 이방인 자본가들의 피를 물려받은 아우로라 델 바예의 이야기를 만나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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