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량한 부인들, 즉 엘리사 소머스 할머니와 파울리나 델 바예 할머니가 내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고 내 운명을 결정했다는 건 참으로 유감이다. 파울리나 할머니는 열아홉 살 때 머리를 몽땅 밀리고도 애인과 달아나려고 수녀원에서 도망치던 놀라운 그 결단력과, 스물여덟에 선사 시대에 만들어진 얼음덩이를 배로 운반해서 엄청난 부를 주무르던 그 배짱으로 내 태생을 지우는 데 공을 들였다. 운명의 실수로 마지막에 계획이 틀어지지만 않았더라면 그 일은 성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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