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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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량한 부인들, 즉 엘리사 소머스 할머니와 파울리나 델 바예 할머니가 내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고 내 운명을 결정했다는 건 참으로 유감이다. 파울리나 할머니는 열아홉 살 때 머리를 몽땅 밀리고도 애인과 달아나려고 수녀원에서 도망치던 놀라운 그 결단력과, 스물여덟에 선사 시대에 만들어진 얼음덩이를 배로 운반해서 엄청난 부를 주무르던 그 배짱으로 내 태생을 지우는 데 공을 들였다. 운명의 실수로 마지막에 계획이 틀어지지만 않았더라면 그 일은 성공했을 것이다.

182쪽


리밍 아우로라 델 바예의 끝없는 악몽은 이 간극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우로라는 중국인의 향내와 시끄러운 소음들에 둘러쌓인 붉은 거리에서 할아버지 타오 치엔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한다. 파울리나에게 온 이후로도 그녀는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5살의 기억은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든다. 칠레에 도착한 후부터 그녀에게 중국인의 삶은 지워져야할 파편 조각일 뿐이었다. 훗날 아우로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듯 보였는데, 빈틈없었던 파울리나가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궁금해진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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