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교수(교사)는 학교 안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사회에서 그들은 민간인, 이웃,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교수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쩔수 없이 침묵해야한다. 학생의 사회는 제한적이다. 더 넓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졸업 전까지는 학교를 벗어날 수 없다.
게르버의 상황을 살펴보며 나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를 되짚어 보았다. 갈등을 원체 힘들어하는지라 선생님과의 마찰이 거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고루한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어른 말을 대부분 따르는 학생이었다. 학교에 게르버같은 학생이 있었다면, 속으로 조금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다만 강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결여된 선생님께 한 두마디씩 토를 다는 친구들을 보며 통쾌하다고 느낀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2000년대 까지만 해도 교사의 권위가 있었다. 물론 권위를 이용해 정도에 지나친 체벌을 가하는 교사도 있었다. 2010년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되며 교권에 대응하는 "학생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이후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게르버, 그가 현 시대 학생이었다면 학생인권조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쪽이었을까? 결말을 보면 꼭 그런것 같지도 않아보이지만.
<게르버>의 배경이 1920-30년대임을 감안하면 게르버는 시대를 앞선 혁명적인 학생임이 틀림없다. 그 시절 학생들의 고민은 게르버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게르버>를 읽으며 공감하고, 한편으로는 통쾌했을 것이다. 비단 쿠퍼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성이었던 리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내적 갈등과 교우 벤다의 죽음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슬퍼하는 친구가 없음에 느낀 염세는 지금 학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였다.
<게르버>를 읽으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나기도 했다. 갈등 상황은 다르지만 사회의 축소판을 학교에 대입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다. 두 작품 모두 교과서에 실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틀에 박힌 사회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게르버>의 결말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자존심 강한 학생의 결말다웠다.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어른이라면 <게르버>를 읽으며 지난 과거를 회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