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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말하다 - 폴오스터와의 대화
폴 오스터 지음, 제임스 M. 허치슨 엮음, 심혜경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도스
토예프스키는 언젠가 "고독과 게으름은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4개월째 구질구질한 백수생활을 면치 못하는 주제에, 하루하루를
고독과 게으름으로 소일하는 게 낛이라며 별스러운 청승을 부려도, 그는 결코 이것이 불행의 신호라기 보다는, 오히려 안식의
기원이라며 그렇게 나를 달래주곤 하는, 나만의 상상속 거친 허니, 브루스 윌리스나 다름 없다. (수용되지 않을지라도 이해해주시길.
그저 비루한 여인네의 허황된 상상일 따름.)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가난한 사람들>은 이러한 점에 있어
(적어도 나에게) 도끼의 가장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특
히 고독을 거론하자면, 빠질 수 없는 작가는 폴 오스터다. 그 스스로도 "고독을 빼면 얘기가 안 되지요(p.73)"라고 밝히고
있다. 브루클린의 고독한 방탕아'라고 부르기엔 그의 나이는 어느새 훌쩍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멋진 가죽 자켓을 입고
요리조리 포즈를 취한 그의 과거 사진들을 들춰보자면 우리 오빠였다면'하는 아쉬움과 묘한 욕정이(?) 들끓기 마련이다. 비록
표지에는 술독이 잔뜩 오른듯한 붉은 홍조가 다소 민망하긴하나,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다는 좌절도 잠시, 인터뷰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에게 또다시 잔뜩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고독이라는 심오한 두 글자를 두고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
래요, 우리는 물론 혼자 삽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재 우리라는 존재는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 달리말하면 우리는 타자를 통해 우리의 고독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타자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지요.
(...) 내게 놀랍게 느껴졌던 건, 사람들은 결국 혼자가 되어서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혼자 있으면 있을수록 사람은 더 깊은 고독에 빠져들고, 그럴수록 더욱더 깊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p.75-76>
그리고 그의 고독한 뒤에는 아내 시리 허스트베트가 있다. 그의 고독, 그리고 고독고독한 집필 과정이 모두 시리 허스트베트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
는 아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판단력, 사물에 대한 인식 말이죠. 그녀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이해해 줍니다.
세계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잘 안 되니까요. 자신이 하려는 일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과는 말입니다.
<p.182>
폴
오스터의 고독은 최소한 그에게 있어서는 이상적인 고독'으로 보인다. 고독이 흔히 외로움의 고립의 동일어로 잘 못 해석되는 것은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시리가 있지 않아서'는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뚜렷한 답을 구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은 시리 나쁜년'이라는 다섯 글자를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못난 내 모습만 덩그라니 모니터에 반사되어 비칠뿐. 아 못났구나. 즈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