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말 - 정양가을 바닷가에누가 써놓고 간 말썰물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p. 71, <시는 노래처럼> 제 4장 '시와 감성, 99 퍼센트의 초콜릿' 중
여름은청승을위한계절이못돼더서글프다씨펄.
W : 선생님 씨펄은 바다의 진주 아닌가요?? (좋아요 1)삽하나 : @W 그럼 네 다음 애인 별명으로 가져다 쓰렴. 썩 괜찮네요. (좋아요 1)W : 우라질 (좋아요 1)
적거 -조용미당신이 없는데 탱자나무에 꽃이 피었다당신이 없는데 당신 사진이 웃고 있다보리밭에 보리들이 술렁인다당심 책상에 앉아 밤새 개구리 울음소릴 듣는다 당신 없이걸어다닌다 술을 마신다 여행을 한다돌아와서 나 혼자 우울한 음악을 듣는다어쩌다 당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면때려눕힌다벽지에 탱자나무 흰 꽃이 사방연속무늬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