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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ㅣ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일단 종교로부터 해방될 것.
:'게' 에게도 젖이 있다면.
인문학에 대해 떠들어대고 싶을 땐 겹겹이 겹쳐 입은 종교라는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것이 몹시도 힘들 경우 갖은 표백제를 혼합하여 새하얗게 빨아 버려라. 신념이 오래될수록 그것에 비례하여 더욱 강력한 세제를 쓰라. 서로 적이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니 오해 마시길. 완독 후에 호손 그리고 헤스터의 령靈을 -시간이 허락한다면 딤즈데일의 것도- 거리낌 없이 몸에 한껏 실어보고 청교도를 볼 줄 아는 시각에 정통하는 정도면 딱 좋지 아니한가. (작두까지 타겠다는 과한 리액션을 말리지는 않겠으나 부디 당장의 논점을 벗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인문학이 바라는 것은 절 보살과 교회 쟁이가 만나 어떠한 종교적 논박없이 다정히 술을 나누며 인생의 신파를 공유하는 것일 게다. 게다. 게다.
부디 ‘게(의)젖 같은 소리’ 하지 말아달라. 혹시 그 게가 실은 ‘개’가 아니냐 수정을 요하고자 한다면 -설마 게에게도 젖이 있냐고 두 손 모아 진심을 다해 되묻는다면- 나 그대 두 눈을 슬쩍 흘겨 웃어 보일 것이다. 도무지 모르겠다면 명동 한복판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무려 3개 국어로 목청껏 외치는 그 분 앞에 서서 이 문장을 귀가 째지도록 여러 번 반복하여 외쳐 보아라. (칼국수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그대에게 무작정 돌진하여 삥 뜯으려는 땡추중도 나쁘지 않은 상대다.) 이후 곧 주변 이들의 환호로 들썩인다면 그것이 구하고자 하는 정답일 테다. 그대 만일 소심한 기질을 제대로 살려 어설프게 발음 했다면 -그래서 머지 않아 상대방의 치켜드는 손바닥에 눈알이 화르르 타올라 화염방사기가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기에 지나가던 일본인 관광객의 몹쓸 한국어 발음보다도 못한 분노와 당황 섞인 혀 놀림으로 분노의 랩질아닌 랩질을 아니하지 아니할 수 밖에 없었다면(이것은 유머다.)- 그것 또한 정답이리라.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고자 할 이야기는 이처럼 무모한 말장난 같지만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웃지 못할 –그리고 몹시도 닮아있는- 신파에 관한 것이다. 하여 우리는 성장한다. 자아를 마주하고 뺨을 후려친다. 상기된 두 뺨은 본래 제 색을 곧잘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한다. 이것이 인문학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정적인 나의 이해다. 이에 적극적인 유감 표시를 환영한다. 두 달치 급여와 퇴직금을 떼먹고 도망 중인 이씨라는 성을 가진 쓰레기 사장마냥 상도덕도 모른 채 쏟아 붓는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라면 어떠한 반감도 수락한다. 너와 나는 같으면서도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리들에게서 보여지는 미묘한 간극이란 마치 ‘글씨’와 ‘글자’의 차이이기도 하다. 핵심은 A라는 글자의 모양(글씨)’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의 부호(글자)’라는 데 있다. 펭귄클래식코리아 편집자들의 제목 선택에 상당한 긍정을 표하는 바이다. 이는 호손이 글자 A를 가슴팍에 대고 느꼈다던 ‘시뻘겋게 달아오는 무쇠’의 열기를 충실히 전달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술잔이 바닥을 보이고 정신마저 맑아온다. 술기운에 의지해 가만히 잘 붙어있던 사지가 제멋대로 들썩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마감 일정을 지키라며 엉덩이를 힘껏 차준 개리 무어Garry Moore의 ‘Back To The Blues’ 앨범에 감사를 표한다. You Upset Me Baby가 플레이 되는 순간 헤스터가 능글맞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담배연기 자욱한 펍엘 씩씩하게 들어가 병맥을 거칠게 흡수하며 아이 젖을 물리는 상상을 했다. (이런 몹쓸 녀자.)
그나저나 어미 게에게도 헤스터처럼 가슴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자식에게 젖을 물려 키울 수 없는 것도 모자라 어미 그도 실은 젖 냄새 조차 못 맡고 외로이 성장해야만 했던 그 기구한 팔자 대물림에 헛헛한 유감을 표하며. (한 편의 동화같다는 건 나만의 착각.) 간장게장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 요 심술쟁이는 내일 면접 걱정은 미루고 한 잔 더 하고난 뒤 급히 잠들어 버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