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펭귄클래식 100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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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조지 웰스 선생'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그대, 나무라지 않는 박식함을 가지고 있다면 머리 위 타원형 풍선이 대칭을 이루며 가만히 부풀어 오르다 섬뜩, 터질듯 말듯 뾰족한 모서리를 내밀고 정수리를 콕! 하고 찍는데에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 기대한다.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을 소설 속에서 발현시켜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한 인물이라고 - 어깨를 우선 살짝 들어 올리고 양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가볍게 들어 보이며- 손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대는 소설 '타임머신'을 저언-혀 접해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읽었다 한들 정독하지 않은 중죄로 국어 선생님께 손바닥 열대 정도는 맞을 각오를 하라. (공중에 떠 있던 손이 양 허리춤으로 곧장 향하는 중이었다면 주머니 속으로 잽싸게 숨겨도 늦지 않다.)

 

과학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는 의미 밖에도 허버트 조지 웰스(이하 허비)의 '타임머신'은 사실 그 이름만큼이나 상당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타임머신이 탄생한 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갑甲이라 칭송받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 과학에 담긴 철학의 힘을 뒤집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리적 안정과 안전을 이룬 상태에서는 육체적 힘뿐 아니라 지적인 힘까지도 어울리지 않게 된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전쟁의 위험도, 개인적 폭력의 위험도, 야생동물로부터의 위협도, 체력을 소진하는 소모성 질환의 위협도, 노동의 필요도 없었던 듯 했다. 그런 삶에서는 우리가 약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강자만큼이나 유리하며 따라서 이제는 약자가 아니다. 사실 그들이 더 유리한데, 강자들은 배출구 없는 정력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82쪽,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펭귄클래식)

 
   
 


살의 가득한 빨간 경고 딱지를 치켜 들고, 배출구 없는 정력에 시달릴(혹은 한창 시달리는 중인) 이 시대 강자들에게 용감히 뺨을 후려친 허비를 향해 크은 감사의 박수를! 짝짝짝! 그는 훌륭한 과학자, 철학자이며 대담한 예언자였다. 이제 그대 양 손가락을 바짝 붙여 각을 세우고 눈썹 언저리에 '착'하고 얹어 보길. 저어기 푸른 하늘 구름 언저리에서 공자, 장자, 맹자는 물론 쇼펜하우어와 칸트 등등 내로라 하는 선생들의 자비로운 미소가 보이지 않는가? (하고 허비가 부추기는 듯하다.)

 


하지만 잠깐.

 

벌써부터 몰록의 모습을 하고 성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대는 시대착오적 인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워워워. 너무 앞서나가지 말길.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시무시하게 효과가 끝내주는 특제 비아그라를 발명, 마구잡이로 생산해 내서 소위 '강자'들을 칠렐레 팔렐레 현혹시킨 다음, 정력이란 정력은 모두 쏟아내게끔 완전히 탈진하게 만들어버리는 거지. 어떠한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아랫도리를 놀려댈 때 쯤이면 굳이 힘껏 걷어 차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야. 오오, 허버트 조지 웰스는 정말 굉장한 인물 중의 인물임이 분명하다.

 

또한 이로써 내 미래의 남편상은 '과학자의 탈을 쓴 채 철학자 행세를 하고 다니는 시간 여행자'로 굳혀졌다. 다소 뜬금 없긴 해도 우리(?) 멋쟁이 허비는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참, 그리고 근래들어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낭만이 밥먹여 준다고 착각하는 한 위기의 20대 처자가 고전 소설에서 열심히 이상형을 찾으며 -'만들다'에 가까워보인다- 잉여짓을 하다 우연히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오지 않았다고. (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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