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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주경희 엮음, 원유미 그림, 이경묵 원작 / 파랑새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드라마는 안봐도 다큐멘터리는 거의 챙겨볼 정도로 좋아한다.
kbs 제작팀에서 직접 발로 뛰며 인도 서북부 잔스카 지역 차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얼음길을 지나 아이들의 꿈을 향해 레이에 있는 람돈 스쿨에 가기 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잔스카 차(cha)마을에 사는 열 살짜리 소년 켄럽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단지 '학교'라는 이름만되뇌었건만 켄럽의 가슴은 쿵쾅거려요.
잔스카 지역, 차 마을에서는 먹고사는 것을 모두 스스로
해야 하기에 다섯 살 정도 되면 소매를 걷어 붙이고 집안일을 거들지 않으면 안되지요.
히말라야에 겨울이 찾아 왔어요. 이번 겨울은 차 마을의 소년들에게는 매우 특별하답니다. 겨울이 되고 얼음길이 열리면 그토록 기다리던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할 때 까지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 켄럽은 목청이 떠나가라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혹시 길을 일어버리신 건 아닐까?'
켄럽의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지적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어린애처럼 서툴고 판단이 느렸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저 멀리 구부정한 자세에 어색한 걸음걸이, 등에 가방을 멘 채 쌓인 눈을 밟으며 천천히 아빠가 오고 있습니다.
"강가에 다녀오는 길이야, 우리 아들 학교 보내 주려면 미리부터 길을 익혀 두어야 하잖아."
"누가 아빠보고 학교에 데려다 달래요?"
내일이면 켄럽은 부모님과 동생들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등굣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차 마을에서 학교가 있는 레까지 가는 방법은 걸어서 잔스카 강을 건너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잔스카 강이 꽝꽝 얼었을 때만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이구요.
켄럽은 아버지가 지고 갈 짐이 무거웠기에 켄럽의 마음도 무겁고 집에 남아 일을 맡아 할 여동생도 걱정이 되어 시무룩 하지만 동생도 엄마도 아빠도 가족 모두 켄럽을 격려 합니다.
"너에게 가난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구나.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것뿐이야."
"캔럽,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널 믿어."
캔럽의 아버지는 작은 촛불 앞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켄럽이 무사히 학교에 도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학교가는 길,
그 길은 시작부터 결코 녹록지 않네요. 계속된 눈으로 길은 모두 막혀 버렸고, 눈의 깊이는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발목 위까지 발이 빠져 한발한발 내딛는 것조차 힘들고 세찬 바람에 몸은 얼어 발걸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켄럽 아버지는 맨살로 젖은 아들의 발을 품어 말려주고 켄럽의 눈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아버지! 내 아버지.....,'
매사 속수무책 허둥대는 맑고 순수한 어린애 같은 아버지 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늘보다 높아 보입니다.
파둠 마을에서 길을 같이 떠날 일행과 합류를 하네요.
벌써 5년째라는 열세살 소녀 좀스킷, 할아버지와 함께인 앙두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이 계속 됩니다.
녹아 버린 차다의 얼음길은 너무 위험하여 추운 날씨만큼이나 무섭습니다.
차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강물에 휩쓸려 목숨이 위태로울 수 도 있는 얼음길에 고립이 될까 걸음을 재촉합니다.
맨 다리를 훤히 드러낸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등에 업습니다.
무거운 짐에다 아이까지 업고 차디찬 강물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강물은 아버지의 허벅지까지 차올라 맨살에 그대로 전해지는 얼음물의 냉기는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만들어 아버지의 다리는 시뻘개졌고 입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앙두의 할아버지는 힘에 부쳐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할아버지는 먼 훗날이 더 걱정됩니다. 사랑하는 손자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기력이 쇠하면 어쩌나 할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한껏 배를 채운 아이들의 눈꺼플이 하나 둘 감깁니다.
하지만 천만 안 아버지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들을 누이고 아버지들은 바깥으로 나와 침낭과 담요로 겹겹이 둘러싸고 잠자리에 듭니다.
아버지들은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기만 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낮 동안에 녹은 강물을 다시 꽁꽁 얼려 줄테니까.
레의 중심가를 지나자 그토록 바라던 람돈 스쿨이 모습을 드러 냈네요.
켄럽은 학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고개를 빙글빙글 돌려 눈에 담으려 합니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마음이 약해질까 힘들게 온 길을 잊지 말라 합니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이곳에 오지 못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빠는 오지 않았다."
아들의 꿈을 위해 추운 얼음물 따위는 두려울게 없는 우리네 아버지
모성애만 깊은 것이 아니라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애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네요.
검고 주름이 잔뜩생긴 우리네 아버지의 손
고된 농사일로 변해버린 우리 아빠의 고된손과 너무 닮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손 잡아 드리는 것도 내 스스로 어색해 잘 잡지도 못했는데 너무 죄송한 맘이 듭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사랑을 잘 표현을 안하시죠.
하지만 아이를 낳고 부모된 지금 말하지 않아도 아빠의 맘을 조금은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빠의 얼굴을 자세히 봤더니 너무 늙어 버리셔서 뭉클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아빠를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아픔보다 자식의 아픔에 더 아파하며 잠 못드시던 아버지.
엄마에게는 다정하게 구는데 아빠에게는 그게 잘 되지 않네요. 이제부터 아빠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이 서평은 파랑새에서 도서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우리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