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 흔들리는 선생님을 위한 70개의 길라잡이
엄재민 지음 / 책장속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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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 현장에서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 와 닿아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위로가 되는 책은 아니었다. 


학교는 다양한 학생과 교사, 더 다양한 학부모들이 학생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모이는 곳이다. 수업,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및 업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나의 고민과 힘듦에 대해 따스한 토닥거림을 주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으니 예의 바른 매뉴얼 같은 느낌이다. 


교사편, 업무, 수업편, 학생과 학부모 편으로 나누어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좋습니다.' 하는 안내서. 18년차 교사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일까 이럴 때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 책의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가 만약 신규라면 겪어보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그렇구나. 이때는 이래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볍게 읽고는 막상 책에서 말하는 일이 닥쳤을 때는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글로 배우는 것들이 다 그렇겠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학교 내 전문적 학습공동체나 교사 동아리를 신규교사들로 꾸려 이 책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책에서는 교사로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민이 되는 지점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을 목차처럼 삼고 신규교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한 꼭지씩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선배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또는 공동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등 고민을 더 확장할 수도 있고, 책에서 이런 실천방법을 얘기했는데 우리도 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내 결론은 그렇다. 이미 상처를 입는 선생님에게 따스한 위로를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세대간 소통의 물꼬를 트고 함께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니 누군가에게는 아주 많이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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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관음 컬러링북 - 마음을 전하고 마음에 답하는
정기란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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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넘겼는데  어라? 처음에는 불량인가 했다.

컬러링북이다 보니 종이가 두꺼워 실 제본을 한 것이리라. 튼튼한 데다 어느 쪽을 펼쳐도 종이의 모양이 유지되는 게 신기했다.

관음이 진지한 세밀화의 느낌보다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 같아 왜 이렇게 그렸을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다. (이런 표현 써도 되나?^^) 특히 동그란 발등이 너무 앙증 맞아 제일 먼저 칠했다.

친절하게도 채색방법도 나와있어 도움이 되었다. 단순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마음의 변화가 반영되어 잡생각이 들거나 주위의 방해요소로 신경이 분산되면 테두리 밖으로 삐쳐나가는 등 바로 표가 났다. 심호흡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칠한다.

처음 칠한 양류관음은 자비심이 많아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마치 버들가지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자비심. 나한테 가장 부족한 부분인데.. 그림이 내게 또 화두를 던져준다.


그리고 각각의 관음마다 관음예문이라 하여 기도문이 있고, 오늘의 기록이라 하여 진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가을을 좋아하나요? 가을의 매력을 세 가지만 적어 보세요.' 단순하지만 생각을 하게 된다. 가을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왜'라니? 그냥 좋은데 '왜'라니? 답을 구하기 위해 또 생각한다. 


하루 한 장이 아니더라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하더라도 내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웃음이 날 것 같아 이제 한 페이지 색칠해 놓고 마음이 즐거워졌다.


나는 불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종교적인 마음을 떠나 관음을 색칠하며 평안을 느끼고, 내게 던지는 물음에 답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책인 것 같다. 크고 든든하고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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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집 - 2021 한국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초록잎 시리즈 15
신미애 지음, 이윤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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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지망생인 초등학교 5학년 유리와 유치원생 유성이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시골 할머니댁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

우리집 아이들도 내가 죽으면 할머니와 살아야 할 건데..까지 생각이 미처 지나친 감정이입을 경계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하나도 공감이 안 되는.. 첫 장을 읽고 더 읽는 것이 힘들었다.

줄거리는 그냥 평이하다.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아이들에게 시골로 가야한다고 얘기를 꺼내고 아이들은 반대. 알고 보니 작년에 아빠가 돌아가셔 엄마가 생업에 뛰어들고. 결국 시골에 가서 적응하게 되어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연기하게 되는 결말.

문제는 시점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생각이나 말투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묘사가 계속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멈칫, 급기야, 불그레하다, 을씨년스럽다, 시선이 머물렀다, 처량함을 지워 줄 걸로 믿었던 적이 있다.' 등의 표현을 쓴다. 30, 40대가 일기에서나 쓸 법한 문어체 표현으로 말이다. 대화 내용도 진짜 이렇게 말을 할까 싶게 어색한 부분도 많았다.

문장이 대체로 한 줄 이상 넘어가는 게 없이 상황 설명 중심이라 페이지는 쉬이 넘어 갔으나 한 번 걸리기 시작한 나이에 맞지 않는 표현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 끝까지 겨우 읽어내었다. 한국안데르세상까지 받았다는데 내가 문제인가?

덕분에 얼마 전에 읽었던 '선재'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선재의 눈으로 바라 본 할머니와 선재의 고민과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처음부터 펑펑 울면서 봤던 책이다.

음.. 좀 많이 아쉽다.

그리고 제목 '유리의 집'에서 유리가 투명하고 잘 깨지는 그 유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유리였다. 왜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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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이겨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
정예헌 지음 / 헤르츠나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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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이겨낸'이라고 적혀있다. 광고에도, 추천 글에도 그런 표현들이 있다. '당신은 이 표현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작가에게 던지고 싶은 첫 질문이다. 


나는 섭식장애을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우량아로 태어났고, 뭐든 잘 먹었다. 남들보다 항상 컸고, 학창시절 교복과 체육복은 항상 빵빵했다. 지금도 뭐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어릴 때에 비해가리는 게 조금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먹는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특히 많이 먹지도 않고 큰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든지 하는 속설에도 둔감하여 언제든 잘 먹는다. 그래서 섭식장애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의 내용과 시간적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 각 부 안에서도 소제목이 있고 작가가 경험 그리고 그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풀어놓으며 작가 나름의 첨언을 해 놓았다. 소설책도 좋아하고, 군더더기 없는 두괄식의 글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을 읽기가 너무 편했다. '경험 뒤에 심리학적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을 왜 취했나요?' 작가에게 궁금한 두 번째 질문이다. 


작가는 1부 첫 부분에서 구토의 경험과 함께 섭식장애에 대한 용어를 설명하고 이어서 대인기피, 신경성 폭식증, 다중충동성 등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섭식장애의 다양한 증상들도 설명해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경험에 집중하여 에세이처럼 읽었는데 다 읽고 다시 돌아와 차례부터 찬찬이 넘기니 에세이보다는 섭식장애와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 대한 안내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면 바라보기, 감정을 기록하는 식단일기, 가족 관계 다시 보기' 등은 작가가 회복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작가가 해 주고 싶은 말을 이런 방식을 취해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2부 K편에서는 '더 이상 이런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의도를 밝혀 놓기까지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짧은 에피소드들도 분절되어 있지만 구토로부터 시작된 폭식의 시간들은 본인에게는 일상이며 끝날 것 같지 않은 지옥이었을 것 같다. 다행히도 작가는 이런 경험을 책으로 낼 만큼 치유되는 중이지만 섭식장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 문제로 지금 이 순간도 고통을 겪고 있을 사람들이 연상되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4부 마지막 부분에 작가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가 있다. 엄마는 작가에게 '다리가 이렇게 튼실해서 반바지는 어떻게 입느냐'고 말한다. 작가는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니 살이 찌거나 빠져도 몸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이다. 이제 이렇게 엄마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구나.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동화되어 조마조마 했었는데 안심이 되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런 표현이 있다. '모든 인간은 제각각 삶의 추를 가슴에 달고 있다. 추의 무게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선준이 대물 김윤에게 해 주는 말인데 이 책을 읽다가 이 말이 떠올났다. 마음에서 오는 문제 역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강아지는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기도 하듯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도 제각각이기에 그에 대해서는 경중을 논할 수 없다. 


작가는 이제 강박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때때로 참을 수 없이 먹고 싶은 날에는 죄책감 없이 먹기도 한다지만. 2013년에 고2였으니 2023년, 지금은 27살(?) 즈음일 정예헌 씨. 지랄에 총량이 있을까. 하지만 지랄은 내게 찾아 올 때마다 항상 최대 크기로 찾아오는 것 같다. 이미 경험을 해본 지랄 역시 마찬가지다. 면역이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내 경험이다. 하지만 탄탄해진 자존감이 무기가 되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헌 씨! 아직 남은 꽃다운 20대, 그리고 앞으로 더 아름답게 펼쳐질 시간들에서 나를 사랑하며 신나게 누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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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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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 시켜주는 책.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빙그레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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