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리얼 스칸디나비아 - 북유럽 사람이 쓴 진짜 북유럽 이야기
브론테 아우렐 지음, 안나 야콥센 그림, 김경영 옮김 / 니들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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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소설 및 게임 속 세계관이나 반지의 제왕, 토르, 최근의 겨울왕국 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컨텐츠의 배경과 모티브가 되기도 한,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신화와 동시에 전설적인 바이킹 민족이야기가 겹쳐지고, 이케아로 대변되는 실용적이고 모던한 깔끔한 분위기의 북유럽풍 디자인과 노르딕 패턴의 패션을 가지면서 스키를 즐기고 새하얀 설경 속 고즈넉한 분위기 속 최고의 복지국가.

 스칸디나비아는 세계적으로 주류문화인 영미권 중심의 서유럽 문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며, 화려한 자본주의 문화가 지닌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대안으로 작가의 말처럼 그 자체로 ‘브랜드’로서 각광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닌 지라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교육, 복지 면에서 항상 참고모델로 삼는 국가인 동시에 트렌디함을 지닌 문화 요소로도 나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기독교와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반으로 한 서유럽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반면,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개인적으로는 관심은 있지만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전반적인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보고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리얼 스칸디나비아’ 책은 스칸디나비아 출신 저자가 써내려가는 쉽고 재미있는 스칸디나비아 문화 소개서이다. 짧고 간단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히며 곳곳에 사진이 비치되어 간접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문화를 쉽게 엿볼 수 있는데 의외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모습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 출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표현들도 많으며 스칸디나비아식 요리를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해주어 따라 만들 수도 있고, 그들처럼 말하는 방법이나 스타일처럼 옷을 입는 방법 등 어려운 설명이 아니라 지금의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음식문화, 야외활동, 가족, 문화, 기념일 등 다방면에서 꽤나 폭넓게 이야기해주어 생생하게 빠져들 수 있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소개하는 짧은 글의 형식인 만큼 스칸디나비아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듣거나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지만, 가볍게 스칸디나비아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거나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많은데, 흔히 북유럽이라 하면 북극과 가까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스칸디나비아와 북유럽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핀란드를 제외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스칸디나비아 3국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국가처럼 인식하지만 그들은 단연코 스스로를 ‘스칸디나비아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건 스칸디나비아 3국 간에도 각 나라의 문화는 아주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일 큰형으로서, 질서정연하고 세련되고 자제력이 높은 느낌의 스웨덴, 가장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천연자원을 갖고 있어 야외활동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여유로운 노르웨이, 술을 즐기며 그 중에선 가장 자유분방하고 막내 같은 덴마크까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삶의 모습과 문화를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

 노르웨이의 힐링 공간인 ‘휘테’나 스웨덴의 ‘피카’에서 여유와 따뜻함을 느끼고 싶고, 스웨덴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캔들과 핸드메이드 말 인형인 '달라헤스트’를 인테리어로 하고 싶으며 오픈 샌드위치, 시나몬 롤, 청어 절임, 스뫼르고스토르타 같은 음식에 전통주인 아쿠아비트를 곁들이면 어떤 맛일지 먹어보고 싶다. 겨울의 끝나지 않는 밤과 여름의 끝나지 않는 낮. 멋진 겨울스포츠와 경쟁하지 않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존중하는 ‘얀테의 법칙’이 존중받는 나라.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휘게’와 ‘라곰’의 정신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방식에 맞추려 하기보단 기본에 충실한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저자의 말처럼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 나라에 맞는 제도와 주어진 기회를 우리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그들이 초첨을 맞춘 ‘삶의 기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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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세계사 -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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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세계사

이 책은 역사의 큰 흐름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며 키워드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역사그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관점을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설명한다.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다. 이 중 개인적으로는 결핍유일신챕터가 가장 심도가 깊고 인상적이었다. 문명과 문화의 차이를 지역적 영향 측면에서 구분하고 그 핵심을 가르는 것을 문자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점이나 신의 목소리를 고대 인간은 직접 들을 수 있었고, 문자가 생기면서 유일신 체제로 나아가게 된 흐름등 깊이 있고 신선한 의견이었다. 이처럼 작가는 역사적 사실 조각들을 라는 의문을 갖고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처럼 인류사를 다루는 점이 좋았다. 이를 통해 역사는 우리에게 쓸모있게,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단편적이고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좋은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사 문맥력’,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키울 수 있는 힘이다. 이 책에서는 세세하게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통해 사건들 속에서 보여지는 맥락,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역사는 우리네 삶에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고, 역사가 또한 정확한 사실에 입각하기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역사를 써야 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하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역사는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의 태동과 발달을 ()’에 주목하여 설명하는 관점, 비주류 이민족 출신으로 각각 220년만에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미국의 오바마와 로마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라는 신기한 사실, 미국-유럽의 관계를 그리스-로마 관계로 바라보는 점이나 칸나에전투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로마사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는 점, 제국과 로마제국이 동서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국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등 역사적 사건들을 지루하지 않고 새롭게 묶어 설명하면서 세계사를 지금의 현재와 대화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서 질문거리를 제공해주는 양서이다.

 

다만, 그렇다보니 핵심 질문과 주제는 선명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자료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빈약하거나 구체적인 언급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그저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아쉽기는 하다. 부제로 달린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이라는 점이나 천하무적 세계사라는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이끌기 위함과 동시에 책에서 밝힌 목적과 같이 삶에서 쓸모있는역사라는 것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짐작되나 원제인 교양으로서 세계사 읽기 방법인 제목이 보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살린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힌 바 로마사를 전공한 저자이기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나 일화가 로마사에 다소 편중된 측면이 있으나 로마이야기만으로도 작가의 시각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역사는 현재사다’, 이 말을 문맥으로 살려서 다시 써보면 모든 역사에는 현재성이 살아 있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역사를 한 편의 영화라고 가정할 때, 인류 역사는 어느 한 순간한 장면의 프레임도 단절되거나 누락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지금 이 순간으로 연결되고 확장해나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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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의 정석 - 손세차부터 셀프광택까지 자동차 디테일링의 모든 것
샤마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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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의 정석


 개인적으로 셀프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면서 내가 제대로 세차를 하고 있는 걸까?’ 라며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세차를 하는 동안 나름대로 몰입하고 하고 나면 마치 목욕을 끝냈을 때처럼 기분이 좋고, 외부, 내부 모두 깨끗하면 운전할 때 조금이나마 더 즐겁고 좋은 느낌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깨끗하게 관리하신 차를 타면서 받았던 쾌적함을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세차를 통한 몰입의 경험은 어쩌면 힐링의 순간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차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상은 없는 지 살펴보게 되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차장 다른 한 곳이나 도로에서 관리가 잘 된 차들을 보면서 나 또한 내 차를 보다 더 깨끗하고 깔끔하게 관리해서 운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과 영상들만으로는 부분부분 도움을 얻기도 했지만, 체계적이지 못했고 제각기 방법도 달라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웠다.

 

 또한 세차를 하는데 필요한 장비나 세차장에 적혀있는 여러 버튼을 누르면서 알지 못했던 용어들의 뜻과 무엇을 위해 그것들이 필요한 지, 어떤 장비를 써야 효과적인지, 왜 그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차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 등등 이 책은 세차에 관한 의문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꽤나 꼼꼼하면서도 친절히 알려준다. 물론 부지런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책을 읽고 실제 차를 관리함에 있어 적용해본다면 세차에 대해 자신만의 체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우선, 세차에 관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증을 느꼈을 법한 Q&A로 시작한다. 물세차를 자주 하면 차가 부식되기 쉽다든지, 세차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세차를 하며 필요한 자동차 부위별 명칭 또한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 자동차 세차를 할 때 필요한 용어들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이어서 외부세차실내세차디테일링셀프광택까지 실제 세차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 각 단계별로 어떻게 세차를 하면 좋을지, 그 이유와 함께 자세히 서술되어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과 도표 등과 함께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세차 용품을 구비하는 것에서부터 세차를 할 때 기억하고 있어야할 세부 사항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세차의 각 단계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또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타이어와 휠 세척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 단계별 세부 순서 등 실제 세차를 할 때, 하나하나씩 적용해보다보면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세차하는 자신의 스킬이 향상되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직 책에 소개된 것처럼 미처 디테일링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나아가 적용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 세차를 하며 필요한 사항들에 관해서는 쉽게 따라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관리함에 있어 정말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 차를 스스로 관리해보고 싶다는 사람, 잘 관리하고 있는 지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 차를 처음 사게 되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등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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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 지속가능한 도시 생활을 위한 한옥 라이프
장보현 지음, 김진호 사진 / 생각정거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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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작은 한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부부와 고양이 두 마리로 이루어진 가족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한옥에 대해 막연하게 아름답고 언젠가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느낌만 가득했는데, 실제로 한옥에서 몇 년간 살면서 보내온 시간들에 대해 말해주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더 한옥라이프에 대한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한옥에서 보내는 1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데, 단순히 1월~12월 달 순서가 아닌 전통적으로 내려온 절기 순서에 맞게 한옥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그에 따른 삶의 양식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봄의 입춘에서 겨울의 대한까지 절기별로 변하는 한옥의 모습과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새삼 1년의 계절이 단순히 사계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날씨는 변하고 그에 따라 자연도 함께 변하며 이에 적응하는 인간의 삶의 방식도 조금씩 맞춰간다는, 도시에서 살면서 잊고 있던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직접 찍은 한옥의 자연스런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여서 더 좋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내용이 많지 않아 잘 읽히면서도 삶에 대한 작가의 철학도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 자신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일에 치우쳐 있던 삶의 방식이 일상과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덧 매일 아침 느끼는 감각의 미세한 차이로 계절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서는 공간에 자연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한옥이라는 공간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그만큼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단지 순환하는 시절에 맞춰 자연스레 이어진 일상의 작은 이벤트일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일과 자신과의 균형을 맞춰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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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읽고 울어 봤어?
송민화 지음 / 문이당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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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읽고 울어 봤어?



이 동시집은 아이가 읽어도 좋지만 지금의 어른이 읽으면 더 와닿을 수 있는 시집이다.

쉬운 말과 같은 사물을 조금씩 관점을 달리 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경험하게 해준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처럼 작가가 쓴 시들을 읽어가면서 동시에 쓰이는 한자가 아이 동()이 아닌 움직일 동()을 쓴 동시처럼 느껴진다. 어른들 마음을 울린다는 그 말은 시집에서 처음 등장하는 엄마의 일기장시를 읽는 첫 순간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아이는 포장되지 않은 매력을 가진 가장 흥미로운 존재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에 비해 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과 웃음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이 동시를 읽는 요즘의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크게 가족, 자연, 아이가 바라본 모습들을 주로 주제로 삼아 이야기해준다. 마냥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으로 때론 현실을 꼬집기도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족애가 담긴 시를 읽을 때, 몇 번이고 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엄마의 일기장시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저거이 감나무여 낭중에 느그들 먹으라고 엄마가 심었응게 이담에 엄마 죽더라도 감이 열리걸랑 맘 놓고 따먹도록 햐’ ‘저 감나무는 이제 감나무가 아니다 길가에 서 있는 엄마다

 

어쩌면 그저 길가에 서 있는 작은 나무에 불과했을 감나무로 존재했을텐데, 엄마의 그 말을 듣고 나선 더 이상 그 나무는 작은 감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 평생 그 감나무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란 것. 우리에게도 감나무는 아니더라도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를 모두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고 죄송한 마음부터 떠오르는 게 아닐까. ‘할아버지시에서는 열두 살부터 지게 지고 나무하러 새벽길 다닌 할아버지 공부 잘해 월반하고도 돈을 못 내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할아버지 친구들 학교 갈 때 동네 어른들 따라 지게 지고 먼 길 떠난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를 안아드렸다 할아버지의 열두 살까지 안아드렸다라는 표현에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신 분을 바라볼 때마다 안타깝고 어떻게 해드리지 못하는 마음을 한탄했는데, 안아드리는 것. 그분의 그 시간까지 보듬어드린다는 표현이 너무나 마음을 울렸다. 더해 엄마의 일기장3’에서는 밥도둑 파김치 엄마는 엄마를 놓고 가셨다, ‘여름택배에서 열무김치가 아침저녁으로 자꾸 나를 쳐다보고 말을 건다 힘들제? 힘내그래이!’ 라는 표현에서도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공감하고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울음이 터질 뻔 했다. ‘낯설게 하기라는 말처럼 파김치는 파김치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말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소재들로 조금만 달리 표현해 큰 감동을 준다는 점이 이 시집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밖에도 주름’, 할머니에게 지금 소원을 물었을 때, ‘죽을 때 자슥들 고생 안 시키고 죽고 잡다라는 어쩌면 모든 부모님들이 얘기하시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담긴 할머니의 소원등 많은 시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자연을 다룬 시에서도 잊고 지내며 살아온 자연에 대해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게 해준다. ‘에서 다람쥐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주례는 전나무 선생님 축가는 종달새 삼형제 잣, 머루, 도토리, 산딸기 음식도 푸짐하게 차릴 거야 흙내음, 솔바람, 꽃향기 이건 무한 리필이야 너도 꼭 와를 보며 마음이 잔잔하게 평화롭다가도 반려동물 올림에선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청개구리 정신에선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의 시선으로 꼬집기도 하고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기는 재미있는 시들도 많다. 이 시집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고 잠시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며 감정에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마음 한 구석에 힐링을 주는 내가 만든 법 이라는 시로 마무리해야겠다.

 

비 오는 날은

등교시간 출근시간 한 시간 연장

다리에 이불 둘둘 말고

빗소리 들으며 늦잠 자세요

 

첫눈 오는 날은

국가 임시 공휴일

어린아이처럼 모두들

폴짝폴짝 뛰어노세요

 

반려동물 하늘나라 간 날

누구든 하루 쉬세요

아름다운 이별

하고 오세요

 

왠지 빈둥거리고 싶은 날

새로 생긴 빈둥휴가 쓰세요

그런 날도 있어야죠

 

밥처럼 든든하고

꽃처럼 아름다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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