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읽고 울어 봤어?
송민화 지음 / 문이당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동시 읽고 울어 봤어?



이 동시집은 아이가 읽어도 좋지만 지금의 어른이 읽으면 더 와닿을 수 있는 시집이다.

쉬운 말과 같은 사물을 조금씩 관점을 달리 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경험하게 해준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처럼 작가가 쓴 시들을 읽어가면서 동시에 쓰이는 한자가 아이 동()이 아닌 움직일 동()을 쓴 동시처럼 느껴진다. 어른들 마음을 울린다는 그 말은 시집에서 처음 등장하는 엄마의 일기장시를 읽는 첫 순간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아이는 포장되지 않은 매력을 가진 가장 흥미로운 존재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에 비해 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과 웃음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이 동시를 읽는 요즘의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크게 가족, 자연, 아이가 바라본 모습들을 주로 주제로 삼아 이야기해준다. 마냥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으로 때론 현실을 꼬집기도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족애가 담긴 시를 읽을 때, 몇 번이고 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엄마의 일기장시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저거이 감나무여 낭중에 느그들 먹으라고 엄마가 심었응게 이담에 엄마 죽더라도 감이 열리걸랑 맘 놓고 따먹도록 햐’ ‘저 감나무는 이제 감나무가 아니다 길가에 서 있는 엄마다

 

어쩌면 그저 길가에 서 있는 작은 나무에 불과했을 감나무로 존재했을텐데, 엄마의 그 말을 듣고 나선 더 이상 그 나무는 작은 감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 평생 그 감나무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란 것. 우리에게도 감나무는 아니더라도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를 모두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고 죄송한 마음부터 떠오르는 게 아닐까. ‘할아버지시에서는 열두 살부터 지게 지고 나무하러 새벽길 다닌 할아버지 공부 잘해 월반하고도 돈을 못 내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할아버지 친구들 학교 갈 때 동네 어른들 따라 지게 지고 먼 길 떠난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를 안아드렸다 할아버지의 열두 살까지 안아드렸다라는 표현에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신 분을 바라볼 때마다 안타깝고 어떻게 해드리지 못하는 마음을 한탄했는데, 안아드리는 것. 그분의 그 시간까지 보듬어드린다는 표현이 너무나 마음을 울렸다. 더해 엄마의 일기장3’에서는 밥도둑 파김치 엄마는 엄마를 놓고 가셨다, ‘여름택배에서 열무김치가 아침저녁으로 자꾸 나를 쳐다보고 말을 건다 힘들제? 힘내그래이!’ 라는 표현에서도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공감하고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울음이 터질 뻔 했다. ‘낯설게 하기라는 말처럼 파김치는 파김치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말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소재들로 조금만 달리 표현해 큰 감동을 준다는 점이 이 시집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밖에도 주름’, 할머니에게 지금 소원을 물었을 때, ‘죽을 때 자슥들 고생 안 시키고 죽고 잡다라는 어쩌면 모든 부모님들이 얘기하시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담긴 할머니의 소원등 많은 시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자연을 다룬 시에서도 잊고 지내며 살아온 자연에 대해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게 해준다. ‘에서 다람쥐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주례는 전나무 선생님 축가는 종달새 삼형제 잣, 머루, 도토리, 산딸기 음식도 푸짐하게 차릴 거야 흙내음, 솔바람, 꽃향기 이건 무한 리필이야 너도 꼭 와를 보며 마음이 잔잔하게 평화롭다가도 반려동물 올림에선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청개구리 정신에선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의 시선으로 꼬집기도 하고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기는 재미있는 시들도 많다. 이 시집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고 잠시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며 감정에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마음 한 구석에 힐링을 주는 내가 만든 법 이라는 시로 마무리해야겠다.

 

비 오는 날은

등교시간 출근시간 한 시간 연장

다리에 이불 둘둘 말고

빗소리 들으며 늦잠 자세요

 

첫눈 오는 날은

국가 임시 공휴일

어린아이처럼 모두들

폴짝폴짝 뛰어노세요

 

반려동물 하늘나라 간 날

누구든 하루 쉬세요

아름다운 이별

하고 오세요

 

왠지 빈둥거리고 싶은 날

새로 생긴 빈둥휴가 쓰세요

그런 날도 있어야죠

 

밥처럼 든든하고

꽃처럼 아름다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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