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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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진, <숨은 봄>

_ 예진 지수 : 4.8/5

_ 한줄평 : 봄을 봄

 

<숨은 봄>이라는 단어와 내용이 한국어이기에 가능했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봄 이라는 뜻과 숨은봄이라는 두 뜻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에 담아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어 봤다.

 

책을 다 읽자마자 든 생각은 봄을 이야기로 그리면 정말 이렇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추운 겨울, 봄을 찾아 여행을 다니다가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아기새아이를 만나 함께 봄을 찾아다닌다. 아이와 아기새는 부엉이, 순록, 올빼미, 눈표범과 같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나눠주는 을 차곡차곡 모은다. 그렇게 을 모으며 나아가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아이와 아기새가 동물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와 동물 친구들이 나눠주는 숨은 따스하고 몽글몽글하다. 순수하고, 예쁜 마음들이 모여 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함께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동물 친구들이 나눠준 건 단순히 한 모숨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은 유독 길게만 느껴진다. 따뜻해질 듯 말 듯 스며드는 찬 공기들을 견디다보면 어느새 알알이 맺힌 꽃송이들을 볼 수 있게 되고, 눈으로 하얗게 덮였던 세상이 알록달록 예쁘게 물들어 있기도 하다. 그 과정을 모아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을 겨울을 나는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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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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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도미히코, 유정천 가족 1


_예진 지수 : 4.2/5점

_한줄평 : 오랜만에 ‘재밌는’ 책 읽었다!!!


일본에는 너구리가 사람, 고양이, 개구리 등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설화가 있다고 한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너구리 요괴를 ‘바케다누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이걸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보고 알았다. 귀여운 너구리들이 사람으로 변했다가, 공으로도 변했다가 하는 것이 흥미로워서 러닝타임 내내 ‘귀여워’를 남발했다.


아무튼 그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지라 이 책 또한 정말 흥미로웠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너구리들이 자신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들과 맞서는 내용이라면, <유정천 가족 1>은 너구리 일가 간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시모가모’ 일가와 ‘에비스가와’ 일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가문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항상 투닥투닥거리는데, 그러던 도중 시모가모 일가의 아버지이자 ‘너구리계를 단결시킨 위대한 너구리’였던 소이치로가 죽게 된다. 너구리들끼리 온갖 변신술과 능력을 이용해 싸우는 장면들은 장면전환이 빨라서 흥미지진하고, 소이치로의 죽음과 관련된 여러 반전들이 있어 읽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400쪽이 넘어가는 분량임에도 앉은 자리에서 쉽게 후루룩 읽었던 것 같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너구리 요괴들에 대한 이야기들부터 전통 축제, 다양한 지명이나 관용 표현 등등을 각주로 설명하고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지루할 틈이 없는 이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은 ‘재밌는’ 책으로 꼽았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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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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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은 ‘아파트‘이다. 언덕이 거의 없는 평평한 땅에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울뚝불뚝 서있는 것. 공동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앞집과 똑같은 도어락이 달린 똑같은 현관문... 나에게 집은 그런 곳이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파란 대문을 열면> 속 주인공은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 만나는 파란 대문을 가진 집이다. 주인공은 그런 집에서 꽃을 심기도 하고,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추억을 가득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가 들어서야 하니 집에서 나가라는 안내문이 파란 대문에 붙어있게 된다.

7,80년대의 ‘집’의 형태, 그리고 그 집이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들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따뜻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당시에 집집마다 가졌던 따뜻함과 정겨움을 현재에는 많이 찾아볼 수가 없다. 꽃을 심고 피워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도, 집집마다 서로 다른 대문이나 형태들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줄곧 아파트에 살아와서 그 때의 그 따뜻함, 정겨움 등의 감성을 잘 알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아쉽고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를 살아본 이들에게는 더욱 아쉬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이사’를 가는 것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결말을 맺지만 사실 당시에 개발로 인해 이사할 집을 찾지도 못해 거리에 나앉거나 내쫓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사실들을 함께 떠올리니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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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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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_ 믿고 읽는 조해진 선생님...🥹

좋아하는 언니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조해진 선생님의 책은 나한테 평양냉면 같은 이미지가 있다. 슴슴한데 자꾸 생각나고, 강렬하진 않지만 특색있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으면서 담담하고 슴슴한 문체와 그 속에 담긴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이 좋았다. (그래서 읽고 한동안 앓아누웠었다. 덕질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번 겨울은 이 책과 함께 덜 외롭겠구나’였다. 따뜻한 시선이 담겼을 것이라는 확신..이랄까.

그리고 그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엄마의 장례를 치룬 후, 엄마가 운영하던 칼국수 가게와 엄마가 살던 집에서 생활하며 일종의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딸의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애틋하다. 엄마가 입던 옷을 꺼내 입고, 엄마가 신던 신발을 신고, 엄마가 만들어뒀던 칼국수 반죽과 김치를 꺼내 먹으며 엄마와의 시간을 되짚어 보는 딸의 모습은 특별할 것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난 일상과 그런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엄마의 부재를 되새기는 형태로 딸은 엄마에 대한 일종의 추모와 애도의 과정을 거친다.

엄마를 아는 제3자들과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딸이 엄마의 칼국수 가게를 이어 받으면서 이전에 단골이었던 손님들과 함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가 가졌던 성격이나 추억들을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듣기 싫은 말들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 받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며 함께 심란했고, 따뜻했다.

‘애도’에 대해 고민해본 일들이 있었다. 죽은 사람과의 거리감과 애도의 무게는 비례할까, 애도는 어떤 방식이 옳은 걸까 등등의 고민들을 짧지 않은 기간동안 했었다. 그런 기간들의 끝에 만난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졌다. 어떤 방식이든 애도였으리라.

소외된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그려내던 조해진 작가가 그려낸 죽음과 애도는 잔잔하게 마음을 토닥여준다. 겨울이 힘든 이들의 손에 핫팩과 함께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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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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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


 뛰지 마라, 급하게 먹지 마라, 먹으면서 돌아다니지 마라 등등 어린 아이들은 양육자 혹은 주변의 어른들에게 다양한 금기 사항을 들으며 자란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금기 사항들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들이 겪는 부조리함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의 학교 체육관 뒤편에는 땅이 움푹 파인 곳이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만 말한다. 이를 납득할 수 없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구덩이로 향한다. 

 그러다 한 아이가 식당을 나서다가 넘어져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어른들은 이를 빌미로 또다시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아이들이 구덩이로 향하고, 어른들은 결국 구덩이를 메워버린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선택은 아이들을 멈출 수는 없다. 어른들에 맞서 자신들의 세상을 구축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물론, 어른들의 걱정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합의 없이 구덩이를 메워버리는 방식이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된다. 언젠가 나도 느꼈을 그 감정을 다시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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