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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평점 :
🗣️한정현, 환승 인간👣
_예진지수 : 3.7 / 5점
_한줄평 : 환승은 무료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
📍25p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나무꾼은 완벽에 가까운 스토커 범죄자 그 자체였가. 어릴적부터 찝찝하던 옥황상제에 대해서도 나름 판단을 내릴 수 있었는데 가스라이터였다.
요즘 에세이가 정말 많다. 수많은 에세이 중에 저자가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는 생각보다 적다. 당연한 말들을 늘어놓고나 감성글귀만을 향해 낭만적인 단어들만 엮어둔 책들에 피로를 느낄 때도 있다. 그런.. 에세이들 중에 단비같은 책이었다. 중간중간 웃지 않을 수 없는 농담들도 있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후루룩 읽었던 책이다.
‘한정현’이라는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그를 통해 얻었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내게는 그게 에세이를 읽는 가장 큰 이유인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 게다가 작가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체험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부분들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흥미로웠다.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영향을 주기도 하는 구나’하는 게 확연히 드러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읽지 않았던 작품들은 궁금해지기도 했다.
📍19p 좋아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살아지는 삶도 있다.
한동안 사람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들은 것은 “범위가 없어요?“였다. 그게 너무 재미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했었다. 모든 범위마다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도 있고, 특정 범위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사람들은 각자 서로 다른 것들을 좋아하면서 살아산다.
나도 좋아하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다. 스티커나 배지, 학용품, 책의 띠지 등을 모으고 ‘덕질’도 꽤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 가끔 현타가 온다. 이것 저것 좋아하다보면 어제는 좋아했지만, 오늘은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많아진다. 그런 것들에 죄책감이나 아쉬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이렇게나 좋아했는데 마음이 식어버릴 수 있구나 싶은. 그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59p 사랑에 진입하는 순간 나는 언제 나를 ‘곧장’ 상실했다. 번번이 내가 아닌 상대가 좋아할 나를 만들어놓고 그렇게 만들어진 나로 살아가려 애썼다.
무언가를 좋아할 줄 아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때문에 자신을 잃어갈 때도 있다. 부작용 같은 느낌이다. 수많은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와 같은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보다 자신의 실패담과 시도들을 이야기해준다.
여러 이름으로 살아가기, 흥미 대출 정지 구간을 이겨내기 등등 다양한 방식들을 보고있자면 저자 개인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때 재미있었던 모든 것이 갑자기 재미없고, 시시하며,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때를 “흥미 대출 정지 구간“이라고 말하며 받아들이는 부분이 인상 깊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기분일 텐데, 나 또한 정말 자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공감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에세이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