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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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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가족과 식구, 그리고 우리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라는 첫 문장을 읽으면서 글자를 매만져보았던 기억이 난다. 새 가족이 생기는 건 어떤 의미일까. 좋은걸까. 그리고 이어지는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아침이면 혼자 어두운 방 안에 남겨진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가늠했다. 외로운 글이려나.

 

가족의 의미는 넓어지고 있다. 한 때는 혈연, 혼인으로 이루어진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그와 동시에 언제나 행복하고 화목한 정상성의 범주 안에 있는 가족의 모습을 막연하게 그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족의 의미가 더 다양한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혈연, 혼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고, 혈연, 혼인의 관계에 있더라도 가족이 아닐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읽은 이 책은 가족의 모습을 해체하고 이어붙인다.

 

엄마와 헤어진 이후 외갓집에서 지내는 이경은 가족으로부터 따스한 정을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함께 잠에 들지만, 성까지 붙여 이름을 부르는 가족들은 이경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다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건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태는 구성원의 상실과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의 역할도 변한다. 떠난 이모를 대신하여 이모 흉내를 내고 아가씨라고 불리는 이경의 모습은 어딘가 어긋나보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짧은 소설 속 가족의 의미를 이렇게 명료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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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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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모비 딕 


예진지수 : 4.4/5점


한줄평 : 800번의 책 넘김과 800배의 재미

(다들 모비딕, 모비딕 하길래 얼마나 재밌나 봤는데 모비딕 모비딕)


처음 책을 봤을 때, 엄청난 페이지수에 조금 두렵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800페이지라니... 정말 ‘벽돌책’이라는 수식이 딱 맞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벽돌책들을 끊이지 않고 쭉쭉 읽어나가는 재미와 다 읽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도!!!! 해보았다. 어디 다닐 때마다 들고다니면서 조금씩 읽어는데 벽돌책 들고 다니는 건 처음이라..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이라는 거대한 고래에게 원수를 갚기 위한 모험은 흥미진진하다. 세세한 설명과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책의 무게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고전이 고전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왜 이제야 읽었는지에 대한 약간의 후회가 있을 정도의 재미였다. 


작가가 포경선을 탄 이력이 있는 데다 여러 조사와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까지 더해져 고래, 포경에 대해 정말 세밀하고 탄탄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살면서 내가 고래를 볼 일도 없을 것 같고, 고래를 잡거나 고래와 싸울 일은 더더욱 없을 텐데 그 경험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배’라는 한정적인 공간과 ‘바다’라는 무한한 공간의 대비 속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상상력에 말 그대로 ‘하루종일’ 빠져있었다. 


그리고 외국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등장인물 이름을 외우는 것이 어려웠고, 공간의 배치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으로서 책의 앞쪽에 실린 도면이나 그림, 등장인물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주 앞쪽을 들여다보며 ‘아하!’ 하고 넘어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외우게 된 것도 꽤 재미있었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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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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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한줄평 : 예술과 친해지기 위한 첫 책

 

이 책은 많은 이들이 사랑했고, 많은 명성을 떨친 그 예술가들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가, 영화감독, 재즈, 화가, 영화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업적과 그 뒷이야기를 짧은 분량에 알차게 담았다. 내용이 흥미롭기도 하고,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지루하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모두 읽었다.

 

300페이지 분량의 책에 25명의 예술가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 예술가에 대해 말하는 분량이 조금 적은가 싶지만, 정말 알차다. 예술가가 이뤄왔던 주요 업적을 위주로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시대배경, 사건 등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각각의 글 안에서도 소제목을 통해 글을 구분하고 있어 300페이지의 내용이 지루하지 않다.

 

조금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알게된 예술가도 있고, 뒷이야기까지 다 아는 예술가도 있었다. 각각의 예술가와 독자가 느끼는 거리감이 다름에도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속도와 흥미는 적당하게 유지된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전체적으로 처음 접하는 소재일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저자의 시선에서 재해석하여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의 소설 같은 문체도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몫한다. 단순히 설명을 하는 것이라면 자칫 백과사전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일 텐데 아파트를 찬양하던 그는 예상 못 했을 것이다. 10년 후 아파트 때문에 고국에서 추방당하게 될 자신의 미래를.’ 등의 문장과 같이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문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여러 고전혹은 시초가 된 작품과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봉준호 감독에게 영감을 주었던 김기영 감독, 재즈의 역사를 바꾼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영화와 재즈 등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초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해당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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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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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_ 한줄평 : 미쳐도 괜찮은 세상

“매드운동의 중요한 목표는 정신의학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바라보는 관점에 문화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 22p

광기, 그러니까 ‘미쳤다’는 표현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미친 사람, 미친 것... 그리고 그 광기는 대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책은 이러한 광기와 ‘정신’에 대해 탐구한다. 광기의 정의를 시작으로 광기를 둘러싼 정신적장애운동, 매드프라이드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찰한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 운동의 역사와 다양한 정체성, 그리고 정신적 고난과 문제를 담고 있다. 이때, 이러한 정신적 장애에 ’인정‘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인정’의 개념부터 인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정을 위해 어떤 사회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한지 등등 찬찬히 되짚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흥미롭다. 또한, 내가 지녔던 생각들을 완전히 뒤짚는 주장과 개념들도 발견할 수 있다.

“매드운동의 목표는 진활, 질병의 언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런 대안들은 궁극적으로 ‘문화’ 혹은 ‘정체성’ 측면에서 제시된다. 광기는 정신의 질병이 아니라, 문화나 정체성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 284p

부정적으로만 여겨졌던 ‘광기’가 한 인간의 ‘정체성’으로 인정받고, 그 낙인을 걷어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해야 할까? 그 탐구의 과정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수많은 의미와 고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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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까지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대부분의 책을 소설만 읽었다. 가끔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면 그제서야 겨우겨우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 고3 때 읽은 어느 책의 구절로 인해 조금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었다.

‘연대’는 타인을 이해한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상관없이 그들을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타인의 존재를, 그이의 고유한 세게가 있음을 부정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이 문장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지나왔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읽은 책들로 세계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넓어지는 걸 느꼈다.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는 그런 내게 ’인정‘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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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 자폐인 심리학자가 탐구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
데번 프라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디플롯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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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 프라이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_ 한줄평 : 모든 페이지에 밑줄 긋기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가 방영할 시점에 ‘자폐증’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오간 것이 기억난다. 자폐증에 대한 다양한 용어들을 접했고, 그 외에 자폐증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그렇기에 나는 나름 자폐증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읽게 된 이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자폐증인줄 모르고 살아가다가 성인이 되어 진단받게 된 사람, ADHD 등 다른 진단을 받은 사람들, 자폐증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자폐증의 진단 방식, 진단 도구, 유형, 증상 등 다양한 방면을 고찰하며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모두 뒤짚는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멋진 괴짜이자 파격적인 개인으로 받아들이고 배척이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있ㄴ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30p

이 책은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면을 벗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폐인 당사자의 경험과 조언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그 덕분에 거리감이 좁아지고 조금 더 와닿는다.

“많은 가면 자폐인들이 어린 시절에 장애 치료 대신 영재 교육을 받는다. 일견 높아 보이는 지능 때문에 빠지게 되는 딜레마다. 우리는 자신의 괴상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뛰어난 성취를 거두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남들이 부러워하고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자질이 있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데도 오히려 그 반대로 여겨진다” -179p

이 책은 자폐증에 대한 편견과 그 편견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닌 특성들을 있는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애써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점들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세상에 대해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착각한 채 살아갔는지 알게 되었고... 진짜 충격적이었다.. 또한, 미디어가 자폐증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갖고 ‘전형적’으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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