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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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가족과 식구, 그리고 우리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라는 첫 문장을 읽으면서 글자를 매만져보았던 기억이 난다. 새 가족이 생기는 건 어떤 의미일까. 좋은걸까. 그리고 이어지는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아침이면 혼자 어두운 방 안에 남겨진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가늠했다. 외로운 글이려나.

 

가족의 의미는 넓어지고 있다. 한 때는 혈연, 혼인으로 이루어진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그와 동시에 언제나 행복하고 화목한 정상성의 범주 안에 있는 가족의 모습을 막연하게 그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족의 의미가 더 다양한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혈연, 혼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고, 혈연, 혼인의 관계에 있더라도 가족이 아닐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읽은 이 책은 가족의 모습을 해체하고 이어붙인다.

 

엄마와 헤어진 이후 외갓집에서 지내는 이경은 가족으로부터 따스한 정을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함께 잠에 들지만, 성까지 붙여 이름을 부르는 가족들은 이경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다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건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태는 구성원의 상실과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의 역할도 변한다. 떠난 이모를 대신하여 이모 흉내를 내고 아가씨라고 불리는 이경의 모습은 어딘가 어긋나보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짧은 소설 속 가족의 의미를 이렇게 명료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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