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e 2012-03-13  

아직도 추워요. 그래서 오늘 오후 지나 저녁 들 무렵엔 살짝 화가 났어요.

너무하잖아, 싶더라고요. 불어오는 칼바람이요. 오늘 서울의 강북 지역에 갈 일이 있었어요.

말하자면 고려대학교라는 곳에 볼일이 있어 잠깐 가야 했는데,

갈 때, 기다릴 때, 돌아올 때, 모두모두 찬바람과 함께였죠.

나름 초봄 차림 아이템으로 준비해둔 마이 속으로 바람이 인정사정없이 쳐들어오고,

가방은 점점 무겁고, 한 시간가량을 서서 가야 하는 전철엔 자리가 없고.

괜실히 겨울을 탓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오자마자 털썩 주저앉았어요.

이젠 체력이 '고갈'되고, 정말이지 그건 꼭 밧데리 나가는 것과 비슷해서

저녁에 몇 시간을 꼬박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에서 허리와 배를 지지며 '충전'을 해야 했다죠.

얼른 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봄이요.

아마 이건 오늘 오후부터는 풀린다, 던 일기예보만 믿은 나에 대한 실망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 방은 신초록이네요. 사월보다는 왠지 오월 느낌이지마는.

조 원근법에 충실한 길 끝에 저것은 흰 벽인 것인가, 또 다른 길인 것인가, 문인 것인가,

문에 비친 빛인 것인가, 조금 조아리다가, 그냥 문득 오늘은 몇 마디라도 말 걸고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적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챙기시고, 에또 오는 봄 즐겁게 맞으시길.

저는, 올 봄에 무지 바쁠 것 같아요.뭔가를 결정했는데, 아마 그 결정 때문에 괜히 찬바람 타령하며

꼬라지를 내는지도 몰라요. 엄마는 우리집에만 오면 죽어버리는 작으마한 구피 물고기에게

애정과 슬픔과 원망을 쏟고, 나는 아직도 추운 우리집에 애정과 슬픔과 원망을....
헤헤. 오야쓰미나사이.

 

 
 
hanicare 2012-03-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추워서, 제가 견디기에 가혹한 추위여서
미리 따뜻한 풍경을 걸어놓고 간절히 봄을 기다립니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나요.
중학교때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지요. 알랭의 행복론이었나.
나비의 인생도 있겠고 일벌도 여왕벌도 있겠으나
대개의 사람들은 고달픈 일벌로 살아야 될 확률이 높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마저 없다면 뭘로 견디겠어요.
이 텅비고 지리멸렬하게 복잡한 일상이 일으로라도 메꿔지지 않는다면
3번만 해도 싫증나는 꽃노래? 사랑타령?
아니면 무한 앞에서 으스스 떨리는 이 한기를 무엇으로 견디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니 잘 될거에요.
집에만 있지 말고 바깥 바람으로 환기해주세요.
어쩐지 이번 봄은 카이레님에게 좋은 변화가 생길 것 같네요^^

입맛도 시들고 신선한 기쁨도 시들고
인간이 지은 일들은 세월 갈수록 심드렁해지지만
계절이 오고 가는 것만은 나이 먹을수록 예민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