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해마 그림 / 밤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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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으로 서울의 생활을 정리하고 엄마와 함께 달밭마을 보건소 사택에서의 새 삶을 시작한 미르.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빠 그리고 재혼한 엄마로 인해 할머니와 살고있는 소희.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말문을 닫은 바우.

  예상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것이 열세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고 세상이 무너질 좌절일지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하기사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된 내 나이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이혼은 큰 충격일텐데 미르는 오죽했을까. 그러나 어찌보면 소희나 바우의 입장에서 보면 미르가 하는 고민들은 배부른 소리에 속했을지도 모른다. 아빠의 재혼 소식에 배신감을 느끼고, 이혼을 하고도 너무나 멀쩡히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못마땅함을 느끼는 미르의 모습을 보며 추억하나 없어서 부모를 그리워 해본 경험도 없는 소희는 미르가 부럽기만 하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바우 역시 엄마와 아빠가 헤어졌어도 살아있기에 만날 수 있는 미르가 부럽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마음 한구석에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6학년 열세살 세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빠와 이혼한 엄마에게 불만이 가득한 미르는 시골로 이사온 것도 마음에 안들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 못하고 사는 자신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잘 지내는 엄마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기만 하다. 친구랑도 사귀고 싶지 않고 달빛마을에 오래 머무는 것도 싫다. 솔직히 미르를 보며 곱게 자란 온실 속의 화초가 떠올랐다. 아, 이 얼마나 철없는 말인지. 「'난 절대로 행복해지지 않을 거야. 날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 엄마도 나만큼 힘들어야 돼.'_35 」  그러나 나는 간과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성인이 아닌 열세살 어린 아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가 되고 부모가 된 나는 아이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있지 않았다,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미르가 겪고 있는 아픔과 좌절감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로 인해 힘들어 할 엄마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금단 현상》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어린이들 소설을 엄마가 읽어야 하는 이유를 또다시 깨달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 어린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희는 어른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모범생이다. 어른의 말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고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는, 소위 손 한번 안가는 그런 착한 아이말이다. 그런 소희를 보며 미르 엄마가 말한다.「일찍 아픔을 겪어서 그런지 애가 어른스러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가슴 아픈 거 있지/_52」 그렇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그 나이 때의 어리광, 철없음, 무모함 등을 나타내는 것이 건강한 아이라고 감히 나는 생각한다.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움은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등장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소희는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돌본다. 아직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임에도 힘들다고 지친다고 나를 좀 돌봐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하지 못한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막상 나는 내 아이에게 의젓함을 바란다는 것이다. 타인인 소희의 그런 모습은 안쓰럽게 생각하며 내 아이에겐 그런 모습을 원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엄마를 잃고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그 슬픔을 표현하는 바우. 그런 바우이기에 이혼의 아픔을 날카로운 태도로 표현하는 미르를 이해한다. 겉으로 보이는 미르의 모습보다 그 내면을 보려는 바우. 엄마가 없는 자신과 아빠가 없는 미르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느껴지니 미르가 더 신경이 쓰인다. 그림과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바우는 하늘말나리 꽃을 통해 소희를 느끼고 엉겅퀴 꽃을 통해 미르를 느낀다.

  역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에게 동질감같은 감정을 느끼나보다.상대의 입장이 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을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은 대부분 비슷하기 마련이라 나와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을 쉬이 이해할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소설 속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소설이 주는 매력인것 같다. 

소설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작은 아버지 댁으로 떠나는 소희의 모습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소희의 방》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소희의 이야기가 《숨은 길 찾기》에서 미르와 바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두 권을 빌려왔다.(소장하고 싶었으나 절판이더라는.) 한층 성장한 세 아이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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