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세트 - 전2권
한차현 지음 / 도모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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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가수의 노랫말처럼 젊은 날엔 젊음을 왜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미숙했다는 말이 맞을 듯 싶다. 풋풋한 스무 살, 대학이라는 낯선 곳에서 나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객기에 젊을을 바쳤고, 처음 해보는 사랑은 많이 서툴렀겠지. ‘젊음’이라는 무기를 내가 아닌 우리들에게 맞추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을 것이고, 지금에 와서는 8~90년대의 기억들이 아련한 추억이 되어 그들의 가슴 깊은 곳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를 살아간 사람들과 8090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읽으면 반가울 책이 바로 한차연 작가의《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1, 2》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본문 293쪽 中, 1권)


이 소설은 얼마 전 크게 히트를 친 응답하라 시리즈 중 1988의 소설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응답하라 1988>이 덕선과 정환의 사랑이야기 속에서 1980년대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사회상황을 잘 묘사한 드라마라면《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1, 2》는 스무 살 대학생 새내기 시절에 만난 차연과 은원의 사랑이야기 속에 8~90년대의 사회상황과 문화, 그 당시의 생활상이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소설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정말 우울함의 정점을 찍던 시대가 아니었나?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벌어졌고, 그 시위의 끝물에 태어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들은 피폐해진 우리들의 영혼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IMF라는 거대한 암초도 만났었고, 새로운 문화의 사라짐과 나타남의 연속성 속에서 우리들은 자라났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소설 중간 중간에 내가 아는 노래가사가 나오면 흥얼거리면서 음악도 찾아서 들어봤고, 대학생들의 MT장소로 환영받았던 장소가 나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에 메모도 해가면서 읽었다. 또 내가 차연이라면, 내가 은원이었더라면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했을 텐데,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를 되내며 내 자신이 소설 속에 동화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시대적 상황이 1980~1990년대라 시각적 효과를 분명하게 전달한 드라마와 달리 글로 시대적 상황과 그 당시의 문화를 전달해야 하는 한계성을 예쁘게 봐줄는지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게 좋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문제, 누군가와 사귀는 문제에 한해서는 어떤 경우건 예의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어떤 경우건 양심과 염치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왜냐하면 사랑은 원래 예의 없는 거니까. 비양심적이고 염치없는 놈이니까.” 

(본문 72쪽 中, 2권)


총 2권, 8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을 읽는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한차연 작가의《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1, 2》는 술술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분량에 대한 부담감은 접어 두고, 추억에 대한 아련함을 마음 속에 간직한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8~90년에 향수를 가지고 계시거나, 그 당시의 노래나 문화에 대해 추억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는데 더 큰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차연과 은원의 10년 동안의 연애에서 사랑을 지킨 것은 2할의 ‘의리’와 8할의 ‘권태’라는 그들의 사랑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끝이 날 것인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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