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G 나무 도감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산에 가려고 노력을 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내 몸이 등산과 맞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에 가면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지 모르겠다. 지천에 핀 꽃과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뇌 속의 도파민이 흘러넘쳐 나를 자극하고 흥분시킨다. 비난과 베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항상 나를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꽃나 나무들은 나의 절친이자 말동무이고, 나의 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애인에게 죄를 짓는게 있다면 이름을 잘 모르는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봄에는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여름에는 편백과 측백나무, 가을에는 은행나무, 겨울엔 폭설에도 인내하고 견더내는 소나무, 주목 정도만 이름을 알 뿐, 그 이외의 이름 모를 나무들을 만나면 미안한 마음 뿐이다. 산에 오르면서 나무의 이름조차 모른다면 그건 산에 오르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시간을 내서 산에 나무들을 전부 내 애인으로 만들고 싶다.


진선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된《APG 나무 도감》은 나무의 이름들을 알고 싶어하는 나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자라는 1,600여 종의 조경주와 나무들을 담았는데 다른 나무 도감 책들과 다른 것은 APGⅢ 분류 체계로 책을 정리해 놓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APG 분류 체계는 속씨식물 계통분류 그룹(Angiosperm Phylogeny Group : 이하 APG라 칭함, 책 머리말 中)을 분류하는 방법으로 1998년에 APG 분류 체계, 2003년에 APGⅡ 분류 체계, 2009년에 APGⅢ 분류 체계로 계승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과거에 식물을 분류할 땐 그 나무의 형태와 성질(속성)을 이용해 분류했다면, APG 분류 체계는 여기에 요즘 과학수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염기서열의 분석을 통한 유전자들을 비교해서 식물의 관계를 유전학적으로 밝혔다는 게 APG 분류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나무들의 유전자들을 분석까지 했으니 나무들의 학명과 속한 과가 기존의 방법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해졌다고 보면 된다.


이 책《APG 나무 도감》의 진가는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무와 관련된 어려운 용어해설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고, 나무들의 학명을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나무의 이름들도 ㄱ~ㅎ까지 정리함은 물론이고 꽃 색깔(계절별로 찾을 찾을 수 있고, 꽃잎 수로도 나무를 찾을 수 있다.)별로 나무들을 찾을 수 있게 해서 어린 아이들도 쉽게《APG 나무 도감》을 읽을 수 있도록 했으니 이 책을 만든 진선출판사와 저자인 윤주복 선생님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은 나 또한 책 마지막 부분 나무에 대한 정리표가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책 크기도 휴대하기 간편한 사이즈라서 딱 좋은데(13x22), 올 컬러 양장판이라서 그런지 약간 무겁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난 이 책을 등산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대한민국 산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내 마음은 콩닥콩닥이다.


나무 박사 우종영 선생님이 쓴 <게으른 산행>의 첫 머리를 보면 나무에 대한 멋진 구절이 나온다. “아주 먼 옛날 혼돈의 상태였던 지구가 하늘과 땅으로 나뉘면서 조그만 단세포 생물들이 나타났는데 이 생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두 팀으로 나누어 진화를 시작했다고, 한 팀은 몸을 움직여 필요한 것들을 찾아 나섰고, 다른 한 팀은 한 자리에서 붙박이로 사는 방법을 택했다고, 훗날 인간들은 움직이는 생물들 중에서 맨 꼭대기 지위를 차지했고, 나무들은 지구를 푸르게 만들어 번성을 시켰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온갖 비바람을 맞아가면서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은 인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지만 그런 나무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그들을 배신하기게 급급한 인간들을 보고 있으면 유구무언이다. 이런 나무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위해 희생당하고 있는 나무들에게 우리들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APG 나무 도감》과 함께 오늘부터라도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보자. 우리가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 살포시 다가와서 상처입은 우리들 마음의 ‘꽃’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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