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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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마루아먀 겐지의 책 한 권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완전히 정반대의 것으로 흔들어놓아 버렸다. 약간은 도발적이면서 시건방진 제목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가 나를 완전히 엿 먹였으니 그 맛은 약간 씁쓸하면서도 내 감성의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진정한 사회 구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서문을 연 마루야마 겐지의 식견은 가족을 넘어 국가, 종교, 신, 사랑, 청춘, 죽음 등 다양한 카테고리들에 대한 부작용들에 대해 완고히 외치고 있었다.(피를 토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그 완고함은 그 무엇에도 거침이 없었고, 죽은 동물의 고기를 뼈까지 해치우는 하이에나처럼 그의 날 선 비판들은 너무나도 신랄했다. 그러면서 든 의문이 과연 마루야마 겐지는 일본의 소설가가 맞냐는 거다. 뱉어내고 토해내는 말들마다 자극적이고 듣기 거북한데도 이상하게 수긍이 가고 머리가 끄덕거려지는 내 자신을 보면서 그는 소설가이기 전에 말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도 했으니까. 그리고 궁금했다. 그가 쓴 전작(前作)들 모두 다가.

마루야마 겐지에 흥분한 나머지 그에게 다른 성향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 <나는 길들지 않는다> 였는데 처음에 읽었던 책이 너무나도 강렬해서였는지 읽고 나서 별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니 재미가 반감돼 버렸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신랄함도 없었고, 이전 책과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 너무나 비슷해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속편을 읽은 느낌이랄까.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려다가 찬물로 봉변당한 느낌이라면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이 책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도 성인이 됐을 떄 가족과 멀리하라는 얘기가 초반부에 나온다.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 나중에 가서는 자식들을 소유물로 여기면서 그들을 지배하고 세뇌시킨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자식, 아내와 자식의 부적절한 연대 속에서 아버지와 남편은 이미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식이라는 안전한 보험을 통해 보험금만 호시탐탐 노리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와 아내들에게 마루아먀 겐지는 남편과 자식들은 배수진을 치고서라도 그들과 맞서 싸워 그들을(어머니와 아내) 굴복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안 그러면 쓰레기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요, 밑바닥 인생을 사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책의 중간 부분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목적이 없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라고... 참, 의미심장한 말이면서 멋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의 행간은 자신의 품 안에서 자신이 의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떨쳐내라는 것인데 그 의존적인 것들이 바로 ‘담배’, ‘비만’, ‘목적 없는 자’, ‘술’인 것이다. ‘담배’라는 안이함과 절교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당장 끊으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금연할 수 없고, 체형은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에 식욕을 이기지 못해 살이 투실투실 찐 자는 의지도 박약하고 정신건강도 불량하기에 무조건 살을 빼야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계속 먹어야하는 식사는 소위 말해 먹지 않을 똥배짱이 없기에 자기 자신이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먹는 것은 섹스를 할 때마다 임신을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는다”는 마루야마 겐지의 조언이 의미심장하다. 마지막으로 술은 앞에서 설명한 담배나 비만보다 더 의존성이 강하기에 떨쳐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끽연과 과식은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지만 술은 습관성 , 중독성이 너무나도 강하기에 어정쩡하게 도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 술 앞에서는 답답함도 슬픔도 분노도 눈 녹듯 녹아버리기에 정신 바짝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금연에 비해 완벽한 금주에 성공한 자의 비율이 아주 낮다는 사실은 그만큼 술이 가지는 중독성이 마약과 같다는 것이기에 알코올 의존을 통해 몽상형 쓰레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술을 끊고 내가 원하는 자립과 자유의 길로 갈 것인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 선택할 몫이다.

한 마리의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로 살기 위해 마루야마 겐지가 이 책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 말한 독설과 비판들이 전부 맞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지배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라”는 그의 말 속에는 자유가 있고, 자립이 있으며, 젊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유와 자립과 젊음 속에서 이들을 죽이려 하는 적들에 대해 살펴야 하고, 맞서 싸워 이겨야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본다. 여러분들은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를 방해하려는 적들과 싸우고 있는가? 만약 싸우고 있지 않다면 지금 당장 칼을 들고 한 마리의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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