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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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서에서 번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책이 외국소설이라면 어떻게 번역을 했는가에 따라서 독자가 느끼는 감동이나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번역자를 고르는 것도 출판사의 고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인 《백야행 1, 2》는 대한민국에서 추리소설로 가장 뜨거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자, 이미 출간된 소설을 번역자만 바꿔서 재출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 문학의 번역하면 믿고 읽을 수 있는 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이라서 어느 부분 하나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표현하려고 했던 사건들의 빠른 진행과정들과 사건의 실마리(복선)들을 잘 표현해서 더 돋보인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짓다 만 채 방치된 폐허 같은 건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 사건을 파헤치려는 형사, 그리고 그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사람들, 피살당한 피해자의 과거 동선을 파악하던 중 피해자와 만났던 한 여인(나시모토 후미요)과 한 남자(데라사키 다다오)가 나타나게 되고, 그 남자와 여자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하던 중 피의자였던 남자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다른 여자는 가스중독이라는 사고로 죽음을 당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이 살인사건의 전말에 용의자(나시모토 후미요)의 딸인 나시모토 유키호와 피해자(기리하라 요스케)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가 나서게 되는데 이 살인사건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는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책의 제목처럼 하얀 어둠 속을 걷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가지고 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소설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도 대단했지만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범인의 윤각을 알기 위해 계속 읽어야만 했던 걸 생각하면 이 소설의 재미 또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전작들에 비해 재미나 완결성에 있어서 실망한 사람들도 많은 걸 봤을 때 이번에 재출간된 《백야행1, 2》는 재미와 완결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에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흠잡을 데 없는 번역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후 소년과 소녀 사이에 어떤 약속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약속이랄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사사가키는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혼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그 결과 유키호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고, 료지는 지금도 어두운 배기관 속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백야행2, 527쪽 中)


무대가 끝난 후 관객이 다 빠져 나간 무대에 남아서 공허함의 여운을 즐기는 연극배우처럼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료지와 유키호가 어린시절에 받아야 했던 상처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공허감이 밀려 왔고, 이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돈을 위해 자신의 딸을 판 엄마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짐승같은 짓도 서슴지 않았던 아빠를 그들은 과연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종이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 유키호를 만나고 싶었던 료지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움이 밀려올 뿐이다. 자신들의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어린 자녀들을 방치한 채 밀회와 성적 유희를 즐긴 그들에게 마음 같아선 그들의 이마에 ‘간음(Adultery)’이라는 주홍 글자를 찍어주고 싶다. 커가면서 하얀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백야행을 해야만 했던 료지와 유키호를 생각하면 ‘부모’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아이들은 외면한 채 성적 일탈만 일삼은 인간들에게 ‘간음’이라는 주홍 글자도 과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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