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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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공부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사전적 의미의 공부(工夫)는 아마도 우리가 평생을 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는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마지 못해 하는 공부가 되어 버렸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밀림의 아마존 같은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가 취업과 결혼, 안정된 직장 및 보장되는 노후라는 최종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생존’과 ‘경쟁’이라는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맞춤형 공부에 익숙해져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선생의 말씀처럼 자기 스스로, 내적인 자아성숙이나 사유의 확장을 위한 공부는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늘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내일은 없는 것이고,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뜨지만 이 사실을 반기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오늘날의 슬픈 현실이다.


《공부할 권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든 생각은 정여울 작가는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인문학과 철학의 깊이에 빠져들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손만 닿으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처럼 정여울 작가가 소개하는 책이나 인용하는 문구를 읽고 있으면 꼭 메모장에 적어야 할 것만 같고, 지금 당장 서점에 달려가 그녀가 추천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녀의 공부는 품위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한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책의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열정적인 마음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간은 영감(inspiration)을 통해 성장하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일깨우고, 그 깨어진 모습 속에서 나의 진가를 알린다는 의미에서「신데렐라」이야기는 내가 예전에 알던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저 심해의 조개더미 속에서 흑진주를 발견하듯「신데렐라」는 우리의 숨은 모습을 찾게 해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호메로스의「일리야드」를 통해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여울 작가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용기란 무엇일까? 불의를 보면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막는 게 용기인지, 아니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게 용기인지, 그것도 아니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게 용기인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여울 작가가 들려주는 아킬레우스와 핵토르, 프리아모스의 용기는 부러움을 넘어 과연 나라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저 세 명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친구를 전쟁터에 내보낸 후 죄책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나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지 않은 핵토르, 아들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적진에 뛰어든 프리아모스의 모습들에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그들의 마음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이 이외에도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을 통해 진정한 자아독립과 개인의 독립이라는 다소 어려운 질문에 답하고 있고,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비정규직과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알프레트 아들러의 「안건 이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삐뚤어진 행동을 하는 원인인 ‘열등감콤플렉스’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나와 너 , 그리고 우리의 존엄을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온 제 오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나에게 공부란 주어진 아픔을 견디는 수동적인 무기가 아니라 현실에 맞서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무기입니다. 저는 공부할 권리를 지킴으로써 끝내 행복할 권리를, 더 깊이 세상을 사랑할 권리를 되찾았습니다.(책 서문 中)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자신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나에게 공부한 무엇이고 용기는 무엇인지 말이다. 아픔이 싫어서 현실을 거부하고, 눈총 받는게 싫어서 앞으로 나서야 할 때 뒷걸음치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정여울 작가의 말씀처럼 나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공부가 자기 스스로를 지켜주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말로 이 책의 여운을 갈무리 짓고 싶다. 그녀의 공부는 깊고도 넓었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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