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 한국인 식탁에 등장하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쟁점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 2013년 1월
평점 :
1996년, 영국은 전 세계에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알렸다. 이는 세계최초로 포유동물 복제에 성공한 것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의 복제도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시엔 이런 복제기술의 성공이 치명적인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 높은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가져오게 만들었으나 유전자 복제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당한 찬반 논란을 빚게 되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실제로 인간복제가 가능할 정도로 생명공학 기술이 많이 발전해왔으나 아직까지도 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거운 상황이다. 복제인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체세포 복제 기술에 대한 열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인간복제와 더불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식품)는 생명공학을 대변하는 핵심기술이다. 과거에는 GMO가 미래의 식량부족사태를 해결할 열쇠이며, 우량한 종자를 개발하여 효율적인 농업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을 읽고난 후라면, GMO에 대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으리라.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수입하는 나라 2위인 동시에, 우리가 먹는 옥수수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49%가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라고 한다. 여기에 소나 돼지 등 가축들에게 먹이는 사료용 옥수수는 거의 100%가 유전자 조작 옥수수에 해당한다고 하니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옥수수로 키운 소나 돼지가 우리 집 식탁에 오르고, 전분당(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주원료)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 빵이나 과자, 유제품을 먹는 우리들에게 유전자 조작 식품은 그 어떤 부작용도 없다는 것인가? 결론을 말하자면 미국 FDA의 허가를 받고, 대한민국 식약청의 검사를 통해 들어온 GMO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제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물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결과들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2012년 프랑스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2년간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먹인 쥐에서 종양을 비롯한 각종 장기에서 기능 이상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NK603)는 한국이 2002년부터 식용으로 수입을 허용한 품목이라고 하니, 이미 10년 넘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뱃속으로 들어간 옥수수가 어떤 유전적인 변이를 일으켰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70억이 넘은 상황에서 우리 집 식탁을 GMO가 점령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복제된 소로 만든 요리와 그 소에서 짜낸 우유를 마시고, GM(유전자조작) 처리된 연어 샐러드가 접시에 담아져서 나올 것이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식탁이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넘쳐날 거라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섭취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농산물을 먹고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은 얼마 전 중동에서 전파된 ‘메르스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큰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이런 호흡기 바이러스에도 혼쭐이 난 대한민국인데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섭취하고 ‘슈퍼버그’나 ‘슈퍼박테리아’에 오염된다면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혼란에 빠질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GMO(유전자조작식품)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GMO와 인간이 함께 공생하는 것이다. GMO를 잘 이용하면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잘못 이용된다면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올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 모두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GMO가 우리들의 식탁을 점령하려는 이 시점에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먹는 음식에 어떤 유전자 조작 식품이 들어가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면 이것보다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 둘째 유전자 조작 식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포럼이나 공청회도 좋고, 사회적으로 GMO에 대한 공론화가 되었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 모두가 유전자 조작 식품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생명공학 식품들이 우리들 식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감시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들의 ‘알 권리’와 ‘선택의 권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의 감시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식탁의 미래는 건강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